공유

제54화

한소은의 말에 팀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무리 여자한테 미쳤다지만 설마 신제품 정보까지 빼돌린 건가?

나름대로 표정관리를 하고 있는 조현아를 바라보며 한소은은 말을 이어갔다.

“세 샘플은 사실 같은 제품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세 향수에 들어간 원료 중 다른 건 단 하나뿐이니까요. 하지만 그 단 하나의 향료 때문에 세 가지 가능성으로 나뉜 거겠죠.”

“그래요?”

조현아는 자신만만한 표정의 한소은을 비웃기라도 하듯 미소 지었다.

그럼 그렇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디서 잘난 척은.

하지만 한소은은 그런 조현아의 태도에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덤덤한 표정의 그녀는 다시 말을 이어갔다.

“보통 사람들이 시향했다면 아마 큰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미세한 차이겠지만 조향사라면 단번에 눈치챌 수 있겠죠. 베이스 노트에 들어갈 향료가 바뀌었으니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향을 낼 테고... 굳이 저더러 세 샘플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신다면...”

한소은은 손을 뻗어 가장 오른쪽의 제품을 가리켰다.

“이 제품을 선택하겠습니다. 18세부터 23세의 젊은 여성 고객층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네요.”

한소은의 말에 순간 정적이 일었다.

조현아는 여전히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확신해요?”

“네, 확신합니다.”

대답하는 한소은의 말투에는 단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현아는 아무 말 없이 입술을 깨물었다. 방금 전까지 조롱과 비웃음으로 가득하던 조현아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표정이 서렸다.

“이 정도 대답에 만족하지 않으신다면 무슨 향료를 썼는지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샘플에 사용된 향료의 이름을 하나하나씩 읊는 한소은의 모습에 팀원들의 두 눈은 더 휘둥그레졌다.

아무 능력 없는 낙하산인 줄만 알았던 여자가, 표절 사건으로 소송까지 치르고 있는 여자가 조 팀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은 건 물론 이렇게 훌륭한 기량을 보여줄 줄이야.

팀원들 중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소은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테스트가 시작된 순간부터 훌륭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