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측에서도 지금 스미스 가문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습니다. 근데 그쪽에서 추궁하기 시작하면 아마 그 시상식은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요. 아니란 사실이 밝혀져야 다시 평가에 들어갈 수 있다지만 그러면 이번 연도 시상식은 때를 놓치게 되어 다시 4년 뒤를 기다려야 하니까요.”백호준은 자신이 추측한 내용들을 말했다.하지만 스미스 집안은 전 M 국의 특효약을 장악하고 있는 대가문이었다.말을 듣고 있던 성시원이 차가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 벤저민은 여전히 주최 측의 빈틈만 파고드네.”고다정은 그들의 걱정을 단번에 눈치챘다. 만약 스미스 가문에서 이 일에 대해 추궁하기 시작하면 이 상장은 분명 그 벤저민이라는 사람 손에 넘어갈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답답했다.“스승님, 우리 쪽에서도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요?”“확실히 미리 준비해야겠어요.”채성휘도 맞장구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이 상장을 채가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만은 없었다.성시원은 진지해진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쪽에서 먼저 수를 쓰기 시작했으니 우리도 맞장구쳐줘야지. 혹시 애초에 왜 우리가 이 특효약을 개발했던지 기억해?”“기억해요. 우리나라 모든 암 환자들이 억제제를 사용하고 적은 돈으로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잖아요.”채성휘가 엄숙한 얼굴로 답했다.그의 단어 하나하나가 결의와 끈기로 가득 차 있어서 가만히 듣고 있던 고다정과 임은미도 같이 격앙되기 시작했다.하지만 여준재는 오히려 눈빛을 반짝이며 성시원을 보고 말했다.“어르신은 특효약의 제조법을 공개할 것입니다.”여준재는 결의에 차서 말했다.성시원도 그의 생각을 짐작하고는 부정하지 않았다.“사실 이 일에 대해서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었어. 원래는 상을 받은 후에 공개하려고 했지만 누군가 이 기회를 이용해서 우리를 해치려고 한다면 나중에 말할 필요가 없겠지. 만약 스미스 쪽에서 진짜 벤저민을 도와 우리 쪽의 트집을 잡
“그들도 분명 동의할 겁니다.”채성휘는 진지한 눈빛으로 답했다.고다정은 그의 안색이 수상해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남의 집 사적인 일이라 더 이상 물을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자기 동료이자 제자인 그에게 충고 한마디는 해야 했다.“저랑 은미는 친자매나 다름없어요. 또한 제 세 아이의 두 번째 엄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런 제 사람을 만약 채 선생님께서 조금이라도 괴롭힌다면 결과가 어떨지는 익히 알 거로 생각합니다.”“알아요. 그런 일은 절대로 없을 겁니다.”채성휘는 엄숙한 표정으로 다짐했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엘리베이터도 멈췄다.임은미는 자신을 걱정해 주는 친구랑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끼고 그들의 손을 한 손씩 잡더니 웃으며 말했다.“됐어, 두 사람이 나를 얼마나 아끼는지 나도 알아. 근데 지금 이 장소에서 나눌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 더구나 지금 우리는 잘 쉬고 오후에 놀러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해. 아까 어르신께서도 우리한테는 오늘 반나절밖에 놀 시간이 없다고 하셨잖아. 그렇지 않으면 두 사람이 일이 끝나야 시간이 있을 것 같아.”고다정과 채성휘는 서로 눈이 마주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임은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여준재는 고하윤을 안고 맨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는데 얼굴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고다정이 기억을 잃어도 임은미와의 관계에는 조금도 영향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복도에서 헤어졌다.스위트룸에 들어서자 여준재와 고다정은 안고 있던 아이들을 조심스레 침대에 눕혔다.두 아이가 곤히 잠든 모습을 보더니 고다정은 참지 못하고 그들의 이마에 뽀뽀한 뒤 낮은 소리로 여준재에게 말했다.“너무 깊게 잠들어서 우리가 이렇게 대화해도 깨지 않네요.”“비행기 타는 것도 힘든 일인데 어제 늦게까지 놀았으니 당연히 오늘에는 깊게 잘 겁니다.”여준재는 말을 마친 뒤 외투를 벗고 욕실로 향했다.“다정 씨도 피곤할 텐데 제가 욕조에 물을 받아놓을게요
복도에 서 있는 성시원의 얼굴은 평소의 자상함이라곤 온데간데없이 한껏 어두워진 낯빛에 기분이 많이 언짢아 보였다.고다정 일행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걱정스레 물었다.“스승님,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 안색이 너무 안 좋아요.”“설마 그 벤저민이라는 사람이 찾아왔던가요?”채성휘도 다급히 물었다.다른 사람들도 성시원을 주시하며 그의 답만 기다리고 있었다.여준재도 얼굴을 한껏 찌푸렸다.성시원은 그들의 걱정스런 눈빛을 눈치챘지만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가 그들의 손에 들려진 쇼핑백들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먼저 가서 손에 든 물건들을 내려놓고 다시 내 방으로 와.”성시원의 말대로 그들은 저마다 방에 돌아가서 물건들을 내려놓은 뒤 다시 그의 방으로 향했다.준이랑 윤이는 어른들이 급히 토론할 게 있어 보여 굳이 따라가지 않았다.몇 분이 안 되어 커다란 거실에는 사람들로 꽉 찼다고다정은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성시원에게 다시 물었다.“스승님, 대체 무슨 일이에요?”그녀의 물음에 성시원은 그들을 저마다 훑어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M국 고위층 사람들이 우리를 노리고 있어. 요 며칠 은미랑 준재는 밖에 함부로 돌아다니지 말고 최대한 경호원을 데리고 다녀.”“왜 갑자기 고위층 사람들의 눈에 띄게 되었나요?”임은미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걱정스레 물었다.순간 예전에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설마 우리를 납치하거나 그러지는 않겠죠?”그녀의 말을 듣더니 여준재와 고다정, 또한 채성휘마저 낯빛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성시원을 바라보며 그가 대답해 주기만을 기다렸다.다행히 성시원은 더 뜸 들이지 않고 오후에 겪었던 이야기를 대충 설명해 줬다.“교베르 시상식이 끝나기 전까지는 안전하겠지만 일단 시상식이 끝나면 그들이 움직일 수 있어. 이미 위쪽에 연락했지만 여기가 아무래도 그들의 지역이라 위쪽사람들도 움직이기 힘들 거야. 하여 요 며칠 동안 준이랑 윤이, 그리고 은미를
두 아이는 그녀의 말을 당연히 따랐다.그들이 언제 돌아가면 되는지 물어보려던 찰나 문밖에서 누군가의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내가 가서 열게.”여준재는 문을 열어주려고 몸을 일으켰다.문을 열자마자 문밖에 임은미와 채성휘가 서있는 모습을 보고 의아해서 물었다.“여기까지 무슨 일이에요?”“다정이에게 부탁할 일이 있어요. 혹시 들어가도 되나요?”임은미는 조급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방안으로 먼저 뛰어드는 실례는 범하지 않았다.아무리 고다정과 사이가 좋다고 해도 그건 선을 넘는 일이다.이때 고다정도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도 여준재와 마찬가지로 의아해서 물었다.“은미야, 무슨 일 있어?”네 사람이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임은미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너한테 부탁 할 일이 있어.”“무슨 부탁?”고다정의 물음에 임은미가 답했다.“혹시 우리 성휘 씨를 보호해 줄 보디가드 몇 명만 붙여줄 수 있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고다정을 빤히 쳐다보았는데 만약 고다정이 거절이라도 하면 각종 애교를 부릴 기세였다.물론 고다정도 거절할 사람이 아니었다.“그건 당연한 거야. 채 선생님은 우리 팀에서도 중요한 사람인데 당연히 보호해 드려야지.”“역시 우리 다정이가 최고야. 우리 아이가 나중에 아버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이제부터 너한테 달렸어. 아무런 일도 없게 잘 부탁해.”임은미는 고다정의 품에 안겨 애원했다.이런 웃픈 상황에 고다정은 얼떨결에 그녀를 안아줬지만 마음속으로는 꼭 채성휘에게 아무런 일도 없게 하리라 다짐했다.이때,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발생했다. 갑자기 두 아이가 그녀에게 볼멘소리로 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엄마가 저희를 또 속였네요! 우리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숨겼잖아요!”두 아이는 뾰로통해서 고다정을 노려보았다.고다정도 그들이 화난 모습을 발견하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순간 준이랑 윤이가 이 방안에 같이 있다는 걸 잊어버렸다.“헤헤, 너희들이 걱정할까 봐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사고 싶지 않아 임은미와 두 아이는 즉시 떠나지 않았다.그들은 인근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급히 귀국하는 척했다.고다정도 그들이 돌아간 뒤 밖에서는 많이 언짢은 티를 내며 성시원 뒤를 따라 토론회에 참석했다.하지만 여준재는 매일 현지에 설립한YS그룹에 가서 회사 일을 처리해야 했다.이날 오후, 고다정과 채성휘는 성시원을 따라 다시 학술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뜻밖에도 그들은 도착하자마자 그 의학계의 독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성 교수님, 몇 년 못 본 사이에 많이 초췌해졌네요.”벤저민은 눈앞의 세 사람들을 향해 비웃듯이 말을 건넸다.하지만 성시원은 그런 벤저민을 아랑곳하지 않고 태연하게 답했다.“어쩔 수 없죠. 제가 제일 중시하는 게 양심, 도덕, 그리고 인내심뿐이거든요. 그리고 아무리 연구 결과가 좋지 못하다고 해도 누구처럼 제자의 작품을 뺏지는 않습니다.”이 말은 의심할 여지 없이 벤저민을 저격하는 말이다.역시나 벤저민의 얼굴은 순간 험악해졌다.하지만 성시원은 그의 모습을 아랑곳하지 않고 고다정과 채성휘를 데리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의 무시로 벤저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그러다 차가운 눈빛으로 고다정과 채성휘를 훑어보고 다시 그들의 학력을 떠올리더니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을 쳤다.“성 교수님, 보아하니 10년 전의 일이 당신에게 큰 타격을 준 것 같네요. 지금은 제자들을 받아들이는 데 점점 더 신경을 쓰지 않고 있잖아요. 제 기억으로는 예전에 석사생 밑으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하긴 예전에 그 학생들도 성 교수님이 직접 뽑았지만 결국에는 이익 때문에 모두 배신하고 도망쳤죠.”그의 말을 듣고 성시원의 발걸음이 순간 멈춰졌지만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그는 제 자리에 가만히 서있었는데 순간 예전의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그를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었다.고다정과 채성휘는 제일 먼저 그가 지금 기분이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 특히 고다정은 성시원이 예전에도 학생들을 받
결국 고다정은 구남준이 가져온 옷들을 입어보지 못했다.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교베르 의학상 시상식이 열리는 장소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대학 강당이었다.성시원이 고다정과 채성휘를 데리고 도착했을 때, 강당에는 이미 고위층 사람들과 기자들이 많이 도착해 있었다.이때, H 국 기자가 네 사람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듯 장비를 챙겨서 그들에게 다가왔다.“안녕하세요. 성 교수님 팀원들이 이번 교베르 제작자 상 수상자라고 들었는데 혹시 시상식이 끝나면 잠깐 시간을 내서 저희와 단독 인터뷰에 참여해 주실 수 있을까요?”기자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성시원을 바라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고다정과 여준재에게 시선이 쏠렸다.어쩔 수 없다. 두 사람이 나란히 서있기만 해도 뛰어난 외모와 범상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도저히 안 보려야 안 볼 수 없었다.두 사람도 당연히 기자의 시선을 눈치챘지만 개의치 않고 성시원의 뒤에 서있었다.어쨌든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성시원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성시원은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기자들이 아무리 애원하고 성시원을 설득해 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이날 오전 9시 시상식이 정식으로 시작되었다.주최 측은 특별히 세계적으로 유명한 MC분을 초청해서 시상식의 진행을 맡겼다.역시나 탑은 탑이었다. 이제 막 무대에 올라섰지만 고작 몇 마디로 장내의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것이다.“이제 오늘 첫 번째 교베르 상을 수상할 팀을 발표하겠습니다...”사회자가 한껏 격앙된 표정으로 대본을 낭독하자 객석에서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수상자는 일반적으로 낮은 상부터 높은 상 순서대로 발표되었고 제일 마지막에 우수상을 발표한다.하여 고다정 일행들은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그래도 네 사람은 수상하는 팀마다 그들의 정보들을 알아보고 가끔 그들과 몇 마디 주고받기도 했다.세 사람의 학구 열정에 비교하면 여준재는 많이 조용했다.그는 그저 사업가이기 때문이다.시간이 1분 1초가 지나고,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시간이나 지나 마침내 고
벤저민과 스미스는 무대에서 사람들의 칭찬을 받는 성시원을 보고 두 눈에 핏발이 섰다.‘젠장! 성시원 저 늙다리가 처방을 공개하면 우리는 어떻게 저것들이 스미스 가문의 특효약을 표절했다고 발표하지?’한순간 두 사람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슴이 답답했다.성시원은 취재진을 상대하면서도 틈틈이 벤저민과 스미스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는 두 사람의 침울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보며 눈에 득의양양한 기색이 감돌았다.원래부터 성시원을 지켜보고 있던 벤저민은 당연히 그 도발적인 표정을 놓치지 않았고, 가슴에서 다시 분노가 끓어올랐다.특히 성시원이 고다정 일행과 함께 떠나려는 것을 보고 더욱 급해졌다.“스미스 씨, 언제 손을 쓰실 거예요? 지금 가려는 것 같은데!”그는 옆에 있는 남자를 꼬드겨 성시원을 혼내주려 했지만 스미스도 바보가 아니다.“어떻게 손을 쓰라는 거예요? 그들이 처방을 공개한 걸 보지 못했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다 바보로 보여요?”연이은 세 개 질문에 벤저민은 말문이 막혔고, 겁에 질려 뒤로 한 발 물러섰다.스미스는 냉랭한 한마디를 내뱉고 성시원이 있는 방향을 보더니 그를 뿌리치고 가버렸다.그와 거의 동시에 성시원도 고다정 등 세 사람을 데리고 서둘러 시상식장을 빠져나왔다.방금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그들이 조용히 시상식장을 떠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운이 좋았는지, 하필 그때 국제 유명 생물학자가 뒤늦게 도착하면서 현장에 있던 언론 기자들이 모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시상식장을 떠난 그들은 1분도 지체하지 않고 즉시 차를 타고 가장 가까운 부두로 향했다.그곳에 이미 국내 직항 비행기를 준비해 놓았다.가는 길에 고다정은 여준재의 손을 꼭 잡고 이따금씩 창밖을 내다보았다.그녀는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녀의 예감은 곧 현실이 됐다.구남준이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앞에 검문소가 설치되었습니다. 어제 뉴스에서 오늘 이 도로에 교통 규제가 없는 걸 확인했는데,
“구 비서, 대기하고 있는 애들에게 전력을 다해 추격자들을 막되 총을 쏘는 자부터 해결하라고 지시해.”여준재가 지시하자 구남준이 바로 부하에게 연락했다.이를 지켜보던 성시원도 자기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원래 붐비지 않던 도로에 갑자기 어디서 나왔는지 허머 몇 대가 나타났다.이 차들이 억지로 경찰차 앞에 끼어들면서 추격하고 있던 경찰들이 목표물을 잃었다.“젠장! 당신들 뭐야? 얼른 당신들 똥차를 끌고 꺼져. 그렇지 않으면 당신들 차를 박살 낼 거야!”그중 한 경찰은 총으로 허머를 겨누었다. 허머가 비키지 않으면 쏠 태세였다.하지만 그들을 막고 있는 허머는 떠나기는커녕 오히려 그들을 멈춰 서게 할 기세였다.한편, 주변에 있던 다른 허머들도 잇달아 경찰차에 접근했다.경찰은 그제야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빨리 지원 요청해. 이 차들은 저 사람들을 도와주러 온 거야!”하지만 이미 늦었다.운전 솜씨가 뛰어난 구남준 덕분에 승용차에 약간의 손상이 있긴 했지만 그렇게 질주했는데 아무런 문제 없었다.적색 신호등을 무시한 채 연거푸 앞차를 추월한 결과, 10분도 되지 않아 그들은 끝내 시내를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에 올랐다.하지만 행운은 여기서 끝난 듯했다. M국 군부에서 헬기를 파견한 것이다.“거기 잘 들으세요. 지금 차를 세우면 귀빈 대우를 해 줄 것이나 우리가 손을 쓰기 시작하면 더 이상 이런 친절은 없을 것입니다.”이 소리에 성시원과 여준재 등은 워낙 좋지 않던 표정이 더욱 음침하고 어두워졌다.M국이 속내를 숨기지도 않고 직접 경찰과 군대를 동원해 그들을 잡으려 할 줄은 몰랐다.여준재는 구남준의 시선을 느끼고 나지막이 말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 계속 운전해!”이런 태도에 분노한 M국 병사들은 그들의 양쪽 도로에 대고 한바탕 총격을 가했다.구남준의 운전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이 같은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승용차 유리가 모두 깨졌고, 총탄이 창문을 뚫고 차 안에 들어와 박혔다.여준재는 고다정을 감싸며 차 의자에 엎드렸다.성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