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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차우미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문밖에는 V넥 티셔츠에 몸에 딱 붙는 청바지를 입고 긴 웨이브 머리를 늘어뜨린 여자가 서 있었다.

주혜민이었다.

나상준이 3년이나 잊지 못한 사람.

차우미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주혜민은 과일바구니와 꽃다발을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여자를 잠시 바라보았다.

임상희의 은인을 만나려고 아침 일찍 선물까지 사들고 찾아왔는데 그 상대가 차우미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주혜민은 잠시 차우미를 관찰했다. 긴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화장기 없는 얼굴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여자.

주혜민은 붕대를 감은 그녀의 손을 보고 뒤로 물러서서 병실 번호를 확인하더니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잘못 찾아온 건 아닌 것 같네요.”

주혜민은 꽃다발과 과일바구니를 들고 차우미에게 다가왔다.

차우미는 담담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만 볼뿐, 아무런 말도 건네지 않았다.

병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상준 씨가 바빠서 비교적 한가한 제가 대신 왔어요. 상희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말을 마친 주혜민은 꽃다발을 차우미에게 건넸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치, 진심으로 차우미에게 감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차우미는 대놓고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눈빛에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해요.”

말을 마친 그녀가 붕대를 감은 손을 내밀었다.

주혜민은 그제야 깜빡했다는 듯이 사죄의 말을 건넸다.

“죄송해요. 손이 불편한 걸 깜빡했네요.”

상황을 조용히 지켜보던 하선주가 말했다.

“저한테 주세요.”

주혜민은 말없이 꽃과 과일바구니를 하선주에게 건넸다.

차우미는 3년 만에 더 예뻐진 여자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주혜민은 그녀와 나상준의 결혼식에 참석했었다. 물론 그때는 그녀가 나상준이 마음에 품은 여자라는 것을 까맣게 몰랐다.

그래서 그때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과 아련한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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