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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검은색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나상준이 차에서 서류를 보고 있었다.

그가 직접 왔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차우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같이 이동하겠다는 건가?

“우미야, 왜 그래?”

하선주는 그녀가 움직임이 없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주혜민이 찾아온 일도 마음에 내려가지 않았는데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도 없어 딸이 안타깝기만 했다.

애지중지 키운 딸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취급을 당했을 것을 생각하니 괴롭기 그지없었다.

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여전히 서류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남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별거 아니야.”

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차에 올랐다.

이 시점에서 부모님에게 나상준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다.

담당자는 차 문을 닫아주고 하선주 부부에게 말했다.

“두 분은 뒤에 타시면 됩니다.”

하선주는 차우미와 같이 타고 싶었지만 도움 받는 입장에 뭐라고 하기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렇게 뒷차를 타고 온이샘은 자신의 차로 가서 시동을 걸었다.

온이샘은 차를 운전해 벤츠가 가는 방향으로 차를 꺾었다.

창 밖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출근 인파가 보였다. 창밖은 무척 시끄러웠지만 차우미가 탄 차량에는 무거운 정적만 흐를 뿐이었다.

차우미는 여전히 서류에 파묻혀 있는 남자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는 이혼 전과 별로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여전히 일을 사랑하고 한번 집중하기 시작하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차우미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혼한 뒤로 다시는 만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런 우연으로 다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 여자가 그를 따라왔을 줄은 더욱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결혼하고 3년 동안 그들 사이에는 그 어떤 스킨십도 없었다.

주혜민의 존재를 알기 전에는 그가 일을 사랑해서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서 그런다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주혜민의 존재를 알게 된 뒤로는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사랑할 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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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나상준.. 정말 잘났네 ㅜㅜ 우미가 차에 탔음.. 통화중이더라도 눈인사라도 할 수 있잖아 정말 재수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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