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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긴 생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차우미의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평소에 그녀는 머리를 깔끔하게 하나로 묶거나 올림 머리를 많이 했지 긴 머리를 그대로 풀어헤친 적은 별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워낙 시간이 급박해서 머리를 묶는 대신 그대로 늘어뜨리는 스타일을 택했다. 귀로 빗어 넘긴 머리 사이로 그녀의 하얀 볼과 귀걸이 없는 작은 귓불이 보였다.

그녀는 평소에 장신구를 착용하는 것을 별로 선호하지 않았다. 중요한 자리에 갈 때만 귀걸이를 착용하고는 했다.

그녀에게서는 항상 샘물을 닮은 청량하고 수수한 향기가 풍기고는 했다.

나상준은 잠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며 입을 열었다.

“필요한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차우미는 고개를 돌려 남자를 바라보았다.

‘지금… 나랑 얘기한 건가?’

나상준은 생후 한 병을 따서 마시려다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 물었다.

“목 말라? 물 마실래?”

말을 마친 그는 생수병을 그녀에게 건넸다.

차우미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스쳤다.

그녀가 기억하는 나상준은 자상한 사람은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자상함이나 섬세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녀는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한 뒤로 그에게 변화가 찾아왔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목 안 말라. 상준 씨 마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데 아무렇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누굴 좋아하든 그의 자유였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그녀가 통제할 수는 없었다.

변화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초라해지기 싫어서 신경 끄고 살았을 뿐이었다.

누구에게나 각자의 인생이 있고 이혼한다고 꼭 슬픔에 빠져 살아야 하는 건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가 있고 세상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나상준은 잔잔한 미소를 띤 여자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전방으로 시선을 돌리고 물을 마셨다.

청량감이 목을 적시자 기분이 조금 좋아진 것도 같았다.

그렇게 둘은 아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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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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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이혜정 여사가 말했듯이.. 나상준.. 이혼하고, 챙겨주던 차우미의 빈자리를 느꼈을테고 조금이라도 후회하지 않았을까? 자기가 변해야 된다는 생각을 했을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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