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씨 집안을 떠난 후, 양다인은 어떻게 강하영의 머리카락을 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핸드폰에 메시지가 하나 들어왔다.바다 오빠: [나 돈 부족해. 좀 입금해줘.]양다인은 휴대전화를 꽉 쥐었다.[지난달에 금방 2000만 원 줬잖아!][성형에 많은 돈을 썼어, 너 정유준의 곁을 따라다니면서 돈이 없다고?!]양다인은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는 정유준에게 한 푼도 달라고 하지 않았어.][그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너 그의 사무실에 출입할 수 있잖아? 기밀 좀 훔쳐서 팔면 돈이 생기는 거 아니겠어!][너 미쳤어! 정유준이 알면 나 죽어?!][뭐가 무서워, 방법을 생각해서 강하영을 범인으로 만들면 끝이잖아?! 넌 그녀를 매우 미워하는 거 아니었어?1억, 두 주일 안으로 꼭 줘! 그렇지 않으면 난 우리 두 사람의 일을 정유준에게 말할 거야!]1억이란 숫자를 보며 양다인은 눈이 휘둥그레졌다.MK의 기밀은 아무거나 팔아도 1억이 넘는다!!‘하지만 정말 손에 넣고 팔 수 있다면, 바다 쪽은 요즘 뒤탈이 없을 거야!’양다인은 은행카드 잔액이 10억밖에 안 남은 것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금요일 밤.강하영과 우인나는 시내 백화점에서 밥을 먹은 후 함께 신생아 용품 가게로 갔다.우인나는 각양각색의 아기 침대를 보면서 눈이 꼿꼿해졌다.“하영아, 네가 사는 그 집은 이런 초대형 아기 침대를 놓을 수 없겠지?”이 문제에 대해 강하영도 머리가 아팠다.“아마도 집을 사야 할걸? 아이가 있으면 세들어 사는 건 불편하지.”“너 지금 돈이 얼마나 남았는데? 김제에서 집을 사는 건 정말 힘들지.”강하영은 입술을 벌리더니 갑자기 점심에 받은 그 이메일이 생각났다.그녀는 잠시 침묵했다.“인나야, 나 연수 가고 싶어.”“연수?” 우인나는 영문을 몰랐다.“무슨 연수?”강하영은 일을 대체로 우인나에게 한 번 말했고, 우인나는 천천히 눈을 크게 떴다.“하영아, 연수는 좋은 일이야, 나도 매우 응원하지만 이건 적지 않은 비용이잖아, 잘
“양 부장님, 방금 시키신 일, 다 했는데요, 그 돈은…….”[고생했어. 내가 먼저 200만 원 줄게. 월요일에 출근하면 어떻게 하는지 내가 가르쳐 줄게.]비서는 돈을 받고 어두운 표정으로 가게 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비록 양 부장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지 몰랐지만, 할머니의 병원비를 위해서 그녀는 강하영을 배신할 수밖에 없었다!……이틀 동안 강하영은 조금도 쉬지 않았다.설계 원고의 디테일을 처리하고, 설계 이념을 다듬고, 또 우인나와 함께 집을 보러 갔다.그녀는 우인나와 이 문제를 자세히 의논한 적이 있었다.일정 기간 연수를 하고 돌아오면 그래도 지낼 곳이 있어야 했다.세 아이가 있으니 주택에 합리적인 계획이 필요했다.집이 너무 작아서는 안 되고 또 너무 크면 그녀는 살 수가 없었다.조수석에 앉아 강하영은 앞에 있는 주택을 보고 초조해했다.“하영아! 나 갑자기 생각난 게 있어!”우인나는 강하영의 팔을 연달아 두드리며 흥분해했다.강하영은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이 팔을 비볐다.“뭔데?”“지난번에 네가 나에게 말했잖아, 정 사장님이 양다인에게 집 한 채를 사준 후 또 너에게 하나 사줬다고.”강하영은 즉시 고개를 가로저었다.“난 부동산 서류를 난원에 두고 가져오지 않았어.앞으로 그에게 잡혀서 그가 여러 가지 핑계로 나와 아이들의 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거든.”우인나는 화가 난 눈알을 부릅떴다.“너 정말 바보구나! 양다인 따라서 뻔뻔스러운 것을 좀 배우면 안 돼?”강하영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양다인을 언급하니, 그녀는 그동안 줄곧 바다 오빠란 사람에 대한 소식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강하영이 물었다.“양다인의 그 남자, 아직도 나타나지 않았니?”“이 사람은 마치 지구에서 사라진 것 같아. 소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잘 검증한 후에 너에게 말하고 싶어서 그래.”강하영은 앉은 자세를 조절했다.“말해봐, 무슨 소식이야?”“지난번에 네가 나한테 이 사람 언급했을 때부터 궁금했어.내 사람이 양다인을 미
강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그녀가 하는 공연을 보고 있었다.정유준이 강하영의 앞에 나타나서야 그녀는 정유준을 발견하고 말했다.“저 올라가도 될까요? 아니면 여자 주인님의 동의가 필요하나요?”강하영의 날카로운 말에 정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좀 예쁘게 말할 수 없어?”양다인은 이 말을 듣고 낯색이 하얗게 변했다.‘쟤 어떻게 유준씨 말속의 뜻을 모를 수 있겠어? 강하영이 뭐라고 유쥰씨가 내 체면은 하나도 고려 안하지? 그리고 이 나쁜 사람은 도대체 여기와서 무엇을 하려고 그러지?’양다인의 얼굴색이 점차 안 좋아지는 것을 본 강하영은 속으로 내심 통쾌했다.강하영은 잘생긴 정유준을 바라보고는 말했다.“당연히 된다면 저는 이만 올라가 정리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강하영은 계단을 향해 걸어갔다.몇 발자국 못가 강하영은 갑자기 계단에 넘어지고 말았다그녀는 순간적으로 손으로 배를 감싸 안고 무릎이 아팠지만 미간을 찌푸리고 참았다.계단에서 큰 소리가 나자 정유준은 순식간에 강하영쪽으로 왔다. 그녀가 넘어진 것을 본 정유준은 낯빛이 좋지 않았다.정유준은 큰 보폭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한 손으로 그녀의 몸을 일으켜 세웠다.강하영의 빨간 무릎을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너는 앞을 안 보고 다니니? 그렇게 오랜 시간 올라갔던 계단에서 어떻게 넘어질 수 있어?”강하영은 정유준의 손에서 벗어났다.“고맙습니다. 정 사장님. 저 머리가 좀 어지러워서 그런 겁니다. 괜찮습니다.”넘어진 것도 가짜고 어지러운 것도 가짜였다.양다인이 연기를 할 줄 아는 것처럼 그녀도 할 줄 알았다.여기에 남아있을 수만 있다면 그까짓 체면 깎여도 괜찮았다.정유준이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무슨 일이야?”강하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저 괜찮아요!”대답한 후, 그녀는 정유준의 손에서 벗어나 옆의 손잡이를 잡고 절뚝절뚝 계단을 올라갔다.정유준의 얼굴은 얼어 있었고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바로 강하영을 안고 계단을 올라갔다.이 광경을 본 양
강하영이 누워있은지 십여 분이 지난 뒤 임씨 아주머니가 먹을 것을 들고 들어왔다.강하영을 본 아주머니는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아가씨, 드디어 돌아오셨네요.”강하영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이모님, 저는 그냥 물건을 가지러 왔어요.”아주머니는 먹을 것을 침대 옆 테이블에 올려놓고 가벼운 한숨을 쉬었다.“아가씨가 만약 안 가면 얼마나 좋을 가요.”강하영은 잠시 머뭇거렸다.“양다인 챙기기 어려워요?”아주머니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흰 목이 나무 버섯탕을 저어주고는 강하영에게 건네주었다.“왜 이렇게 약해지셨어요. 요 며칠은 여기서 몸 잘 챙기다가 가세요.”아주머니가 말했다.강하영은 버섯탕을 받아 쥐고는 잠시 머뭇거렸다.“이모님,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양다인이 힘들게 했죠?”“어쩔 수 없어요.”아주머니는 한숨을 쉬고는 이어서 말했다.“가끔 아가씨가 돌아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었어요.”강하영은 버섯탕을 한술 떠서 먹었다.“이모님, 제가 돌아올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제가 양다인을 난원에서 쫓아낼 수는 있을 것 같아요. 이모님이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말을 다 하고 나서 그녀는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맑은 눈동자에는 결심이 가득했다.아주머니는 놀라 눈이 커졌다.“아가씨, 이렇게 하는 이유가…….”강하영은 들이 숨을 크게 쉬더니 양다인이 양운희에게 한 일을 알려주었다.경과를 다 들은 아주머니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아가씨, 저 할 수 있어요. 조금 있다가 돌아가서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 볼게요.”강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말했다.“감사합니다.”……새벽 한시.방문이 열리고 강하영이 핸드폰을 보다가 걸어들어오는 양다인을 바라보았다.양다인은 눈이 빨개서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그러고는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강하영! 너 얼굴이 왜 이렇게 두꺼워!”강하영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너도 두꺼우면서 나는 두꺼우면 안 되니?”양다인은 주먹을 꽉
아침을 다 먹고 강하영은 2층으로 돌아왔다.정유준의 방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양다인이 방문을 열고 강하영의 앞에 나타났다. 그러고는 그녀의 배를 한눈 보더니 말했다.“거의 4개월 되지?”강하영은 경계심을 세우고 양다인을 보았다.“너 뭘 말하고 싶은 거야?”양다인은 슬쩍 웃으며 물었다.“너 유준씨한테 계속 비밀로 하는 이유가 아이를 지우라고 할까 봐 그러지? 아니면 유준씨 몰래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거야?”“너는 모든 사람들이 다 너처럼 그런 줄 알아?”강하영은 차갑게 웃었다.양다인은 얼굴이 굳더니 말했다.“그러면 왜 유준씨한테 나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니?”“지금 말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니? 나는 그냥 수시로 너에게 경고하고 싶었을 뿐이야.”강하영은 양다인 쪽으로 한발 다가갔다.‘네가 고통 속에서 살면 나는 너의 불안하고 무섭고 화가 나는 표정을 보면 기분이 좋아. 양다인, 너 내 배속의 아이가 정유준의 것이라고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아니면 너의 미래는 나보다도 못할 거야.’강하영은 말을 다하고 나서 방으로 돌아갔다.양다인은 매서운 눈길로 닫치는 문을 바라보면서 생각했다.‘강하영, 앞으로 좋은 일 없을 거야!’그러고는 정유준의 서재로 들어갔다.정유준의 서재에는 금고가 있었는데 우에는 3개의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양다인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생각했다.‘예전에 바다 오빠가 얘기한 걸 들었는데 어떤 금고는 전문적으로 제작한 것이라고’3개의 자물쇠 중 하나의 자물쇠만 사용할 수 있었다. 진실을 모르는 사람이 다른 2개의 자물쇠에 손을 댓다가는 경보음이 울릴 것이었다.양다인은 입술을 깨물고 보니 정유준의 사무실에는 이런 물건은 없었다.아마 회사에 있는 듯싶었다.양다인은 한 권의 책을 들고 서재를 나왔다. 그러고는 방에 돌아와 비서에게 문자를 보냈다.“기회를 타서 강하영을 회사로 불러내.”비서는 문자를 보고는 급하게 강하영을 찾았다.비서: [하영 언니, 지금 시간 돼요?]강하영은 뉴스를 보고 있다가 문자를 보고 답장을
강하영은 웃으며 말했다.“정 사장님은 정말 대범하신데요. 내가 양다인을 보고 그녀와 충돌할까 봐 두려운 거죠?”정유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은 강하영의 붉고 윤택한 입술에 떨어 졌다.“강하영, 내가 너의 입을 막도록 강요하지 마라.”“…….”무지막지한 남자앞에서는 그래도 입을 다무는것이 좋다.정유준이 사무실을 떠난 후 강하영은 원래의 위치로 걸어 갔다.그녀는 손을 뻗어 그녀가 사용했던 사무용구를 가볍게 어루만졌다. 머릿속에 나타난 것은 모두 이 3년 동안 부지런히 일하는 화면이었다.양다인이 아직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녀는 여전히 순진하게 정유준과 함께 오래 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유치한 생각은 현실에 의해 부서졌다.강하영은 가볍게 숨을 들이쉬며 감정을 가다듬은 뒤 문을 열고 비서실로 향했다.그러나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복도에 양다인이 나타났다.그녀는 정유준의 사무실 입구에 서서 문을 두드렸다.시선은 문에 떨어졌지만 주위는 복도에 높이 걸린 카메라에 쏠렸다.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그녀는 그제야 문을 밀고 들어 갔다.정유준의 일정을 그녀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늘을 골라 온 것이다.사무실 책상 앞으로 걸어 간 양다인은 정교한 과자를 꺼내 정유준의 책상 위에 놓았다.뒤이어 옆에 있는 자료함을 보고 긴장해서 입술을 핥고 지나갔다.비서실.……강하영이 나타나자 나이 어린 비서들이 감격에 겨워 달려와 인사를 나눴다.심지어 그녀에게 사장의 비인간성을 원망하기도 했다.강하영은 웃으며 일일이 대답했고 멀지 않은 곳에서 왕 비서와 백 비서가 대화하는 게 보였다.왕 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싸구려 같은게. 사무실에 그 물건이 없으면 뭐 돌아가지 못하기라도 한 대?”백 비서는 강하영의 출현에 충격을 받았다.“그녀가 출근한다?!”왕 비서가 말했다. “너 입 닥쳐! 그녀가 돌아오면 내가 어떻게 승진해?!”백 비서는 입을 삐죽거렸다.“그만하면 됐어, 정확히 따지면 우리는 모두 그녀를 질투하는거야.
강하영은 말을 마치고 희미하게 시선을 거두고 정유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사무실에서 떠났다.두 사람이 침대 시트를 굴리던 장면을 생각하면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밥을 먹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녀는 마음이 평온하게 그와 함께 밥을 먹을 수 없었다.양다인이 발작하고 싶지만 감히 발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회사를 나선 강하영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 나서야 자신을 진정시켰다.그녀는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았는데 지금 돌아간다면 아직 늦지 않을 것이다.택시를 타고 난원으로 돌아오니 가정도우미 임씨 아주머니가 얼른 나와서 맞이했다.“아가씨, 양양은 지금 목욕하러 갔어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놓고요.”강하영은 안색이 침울해졌다.“알았어요, 아주머니가 그녀를 좀 지체시켜요.”양다인이 자는 객실에는 욕실이 없었고 그녀는 물건을 손에 넣을 기회가 있다.임씨 아주머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이 한 장을 강하영에게 건네주었다.“위에는 양양의 휴대전화 비밀번호가 있어요. 내가 훔쳐본 거예요.”강하영은 감동적인 대답을 했다.“아줌마 정말 고마워요.”말이 끝나자 강하영은 비밀번호를 쥐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황급히 양다인방으로 걸어갔다.방에 들어서자 양다인의 휴대전화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이 보였다.강하영은 긴장을 억누르고 리더기를 꺼내 양다인의 휴대전화에 꽂았다.두 포트가 연결되자 양다인의 휴대전화 화면은 일련의 데이터로 변했다.맨 아래 완성도를 보면서 강하영은 긴장한 채 침을 삼키며 바깥의 동정을 자세히 듣고 있다.50% 가 되자 옆집에서 갑자기 소리가 들렸다.곧이어 임씨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양, 목욕수건은 아직 말리고 있어요! 오늘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서요, 내가 바로 가져다 줄게요.”“임씨 아주머니! 왜 이러세요?! 이제 이 정도 일도 못 하겠어요?!”아래층에서 차의 엔진소리가 들려왔다.강하영은 더욱 긴장되였다. 정유준이 돌아왔다!임씨 아주머니는 문 앞으로 다가가 걱정하며 강하영에게 물었다.“아가씨, 다 됐는가요? 선
강하영의 기세가 드높은 모습을 보고 정유준은 문에 기대어 물었다.“좀 편해졌어?”강하영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예” 하고 소리를 냈다.정유준은 옆으로 돌아섰다.“가자, 너를 데리고 어디 갈데가 있어.”“???”벌써 9시가 넘었는데, 어딜 가자는거지?……북구, 산 중턱.장장 두 시간의 차로 강하영은 벌써 뒤에 누워 잠이 들었다.정유준은 차를 세우고 조수석에 움츠러든 사람을 바라보며 눈동자가 약간 부드러워졌다.그녀가 잠든 모습은 오히려 그렇게 차갑고 기세등등해 보이지 않는다.강하영 앞의 몇 가닥의 잔머리를 보고 정유준은 천천히 손을 내밀어 그녀를 대신해서 헤집었다.강하영의 얼굴을 건드렸을 때 정유준은 멍해졌다.손끝의 촉촉함이 너무 뚜렷했다.“엄마…… 가지 마. 말 들을게. 나 정부 안 해. 가지 마…….”강하영의 잠꼬대를 듣고 정유준의 심장이 갑자기 조여들었다.그녀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에 기어코 떠나려 했단 말인가?정유준은 눈빛이 무거워졌다. 그녀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그날 그녀가 우는것을 본 것을 제외하고는 그녀의 얼굴에서 반분의 비통한 감정도 볼 수 없었다.그녀는 숨길 줄 알아!정유준은 초조하게 넥타이를 잡아당기고 휴지를 드는 동작으로 부드럽게 강하영의 눈물을 닦았다.이제 강하영은 완전히 깨어난 셈이다.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정유준의 뼈마디가 분명한 손을 보았다.강하영은 멍하니 경계하며 남자를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예요?”정유준은 움직이지 않고 닦은 후에야 손을 거두었다.“네가 침을 흘리는 게 보기 싫어서.”강하영은 난처한 표정으로 얼른 시선을 떼고 창밖을 바라보았다.밖에서 흩날리는 함박눈을 보았을 때 강하영은 천천히 눈을 크게 떴다.“눈이 와요?”“응, 허시원의 고향인데, 그가 눈이 온다고 했어.”정유준은 얼굴색이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강하영은 개의치 않고 문을 열고 내렸다.말랑말랑한 눈을 밟으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그녀는 정유준이 뜻밖에도 그녀를 데리고 이곳에 와서 눈을 볼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