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구희나가 리모컨을 건네 박았다.“연서야. 내가 먼저 배우고 너 가르쳐 줄게.”연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좋아.”남우와 반재언이 걸어왔다.“오늘저녁에 바비큐파티도 있다고 하던데. 내가 왜 이럴 때 임신해서 아무것도 못 먹지?”그녀는 먹고 싶어 죽으려 한다.강유이는 웃으며 말했다.“신선한 고기 구워 먹으면 돼요. 큰오빠한테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깨끗하고 건강해. 하지만 많이 먹지는 말고요. 임산부가 열이 많으면 안 좋아요. 그냥 입가심정도는 괜찮아요.”남우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웃었다.“진짜요?”그러고 나서 반재언을 바라봤다.“그럼 오늘 해 줘!”반재언은 어이가 없었지만, 그녀가 먹고 싶어 죽겠다는 표정을 보고 진짜 먹고 싶어서 울까 봐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오늘 내가 직접 해줄게.”밤이 깊어지자, 야외 식당 구역에는 불빛이 가득했다. 셀프 바비큐도 있고. 술과 맛있는 음식도 있다. 특히 애들이 뛰어다니면서 웃으며 떠드는 소리도 있었다.반재언은 남우의 개인 쉐프로 변신하여 잘 구운 고기를 접시에 담아 방울토마토와 박하잎으로 장식해 정교하고 예쁘다.남우는 눈을 깜빡였다.“이렇게 이뻐도 되는 거야?”반재언은 그녀에게 생과일주스를 부어 고기랑 같이 먹게 했다.“어차피 이 한 접시만은 네 거야.”그 뜻은 기타 바비큐는 그녀와 상관없다는 것이다.남우는 포크를 입에 물고 됐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입을 달래면 되는 거다.밖에. 반지훈과 한태군이 고기를 굽고 있다. 강유이와 진예은이 옆에서 도왔다. 아이들은 강성연, 김아린과 송아영이랑 같이 앉아서 맛있게 잘 먹고 있다.바비큐외에도 다른 공연도 있다.반재신은 한쪽에서 피아노로 ‘사랑한 시간’을 연주했다. 육예찬은 작은 북으로 그를 위해 반주했다.두 사람은 역시 예전에 음악학원의 스승과 제자 사이여서 호흡이 완벽했다.강유이가 바라봤다.“둘째 오빠의 천부적인 자질로 그가 음악계에 들어갔으면 무조건 훌륭한 피아니스트가 되었을 거야.”진예은이 웃었다.“그가 어떤 선택
구희나도 할 말이 있다.“그럼, 조금 전에 아빠가 엄마한테 새우깐거는? 다 큰 어른마저 창피한 줄 모르면서.”김아린은 말문이 막혔다.송아영과 강성연은 소리내며 웃었다.밝은 달빛이 하늘 높이 걸려 있고 이쪽은 등불이 다 켜져 있고 모든 사람이 떠들썩한 희열 속에 잠겨 있었다.…결혼식 뒤, 진에은은 바로 딸을 데리고 반재신과 함께 홍콩에 있는 촬영장에 갔다. 두 사람은 가는 김에 홍콩 여행을 해 휴가로 쉬었다.반재언과 남우는 진원에 가서 아이를 키우는 공부를 했다. 이러면 아이 낳을 때 허둥지둥하지 않아도 된다.한태군은 지금 실습 아빠고 반재언은 예비 아빠다. 두 사람은 서로 비교하려 하자, 강유이와 남우는 옆에서 할 말을 잃었다.남우는 그녀에게 물었다.“아이 이름을 아직도 생각 못 했어?”강유이는 머리를 흔들며 말했다.“난 애들을 일원, 이원, 삼원이라 부르고 싶은데요.”남우는 입가를 잡아당겼다.“이렇게 막무가내로요?”그녀는 진지했다.“기억하기 쉽잖아요.”남우는 얼굴을 찡그렸다.“그렇게 긴 대사도 다 외우는 사람이 아이 이름 기억하기가 그렇게 어려워요?”한태군은 품에 셋째를 안으면서 말했다.“누가 큰 애고 누가 작은 애인지 구분하지 못할까 봐 그래요.”강유이는 볼을 만지면서 어색하게 웃었다.남우는 그제야 깨달았다.“하긴. 셋쌍둥이고 생긴 것도 똑같아서 그렇긴 하겠어요.”반재언이 웃었다.“남우보고는 구분하라고 해도 못 할 것 같아.”남우는 미간을 찌푸렸다.“감히 누구를 깔보는 거야?”강유이는 입을 막고 몰래 웃었다.….같은 시각, S국.조민이 방금 공항에서 나왔는데. 밖에 큰비가 내릴 줄이야. 그녀는 트렁크를 밀고 지붕밑에 서서 핸드폰을 꺼냈다.S국에서 데리러 올 사람도 없는 거 같다.결국에 그 사람한테 전화해야 하는가?그녀는 생각하며 번호를 눌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찬이 전화를 받았다.“뭔 일로 전화했어요?”“나, 방금 S국에 도착해서 공항에 있어요. 비가 많이 와서 갈 수가 없어요. 혹시 데리
차에 타서 조민은 안전벨트를 맺다. 소찬도 올라타고는 운전해 떠나갔다.가는 도중, 조민은 창밖에 있는 길거리 풍경을 바라보고는 아무 말도 안 했다.소찬은 그녀를 한 번 봤다.“근데. 당신도 참 사람을 잘 믿는 것 같애요. 내가 당신을 내다 팔까 봐 무섭지도 않나요?”조민은 머리를 돌려 그를 봤다.“당신은 그런 사람 아니잖아요.”“당신이 어떻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남자를 너무 믿지 말아요.”“당신도 그 남자들에 포함해요?”조민이 물었다.소찬은 기침했다.“네, 나도 포함해서요.”조민은 갑자기 웃었다.“당신과 반재언이 친구니깐. 당신의 품행이 단정하다는 것을 설명하죠. 그리고 그날 밤에도 당신은 아무 짓도 안 했잖아요. 그래서 당신을 믿어요.”소찬은 살짝 멍하더니 또다시 화가 났다.“그날 저녁 얘기 꺼내기 창피하지도 않아요?”이번 생에 최고로 굴욕을 당한 게 그날 밤이었을 것이다.그녀가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자 조민은 차에서 내렸는데, 갑자기 멈춰서 머리를 돌리며 물었다. “당신이 날 데리러 온 것을 생각해서 저녁이나 같이 먹을까요?소찬은 등을 의자에 기댔다.“내 기분 봐서요.”“알았어요.”조민은 강요하지 않고 문을 닫으려고 하자, 소찬이 또 다시 그녀를 잡았다. “난 고급 레스토랑 아니면 안 가요.”그녀는 멈칫하더니 웃었다.“알았어요.”조민이 떠나간 뒤 소찬은 핸들을 잡더니 시선이 손에 놓고는 실눈을 떴다.여자 손이 이렇게나 부드러웠다고?…홍콩. 주계진은 방금 한 신을 찍었는데 모르는 번호의 전화가 걸려 왔다. 그는 옛 아파트의 복도에 가서 받았다.“여보세요?”“주계진 씨, 혹시 내일 시간 있어요?”목소리를 들고 나서야 주계진은 상대가 누구인지 생각났다.“당신이군요. 나 지금 홍콩에서 영화 찍고 있어요. 내일은 시간이 안 될 것 같아요.”“알았어요.”하서함이 말다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주계진은 쯧쯧대며 핸드폰을 넣었다.“이 여자가 참...!”“무슨 여자?”한 촬영팀의 남자 배우가
삼 년이라는 시간은 그녀에게 딱 적당했다. 적어도 더 이상 아무 남자와 맞선을 보러 다니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약속된 기간 동안 두 사람한테 더욱 좋은 조건의 상대가 나타나거나, 그들의 마음을 흔들 사람이 나타난다면 이 계약은 없던 일로 하면 그만이었다.다시 말해서 그녀는 일단 급한 대로 그 남자를 이용해 방패막으로 쓸 생각이었다. “아버지, 어머니,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세요. 저희는 현재 서로한테 호감을 느끼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에요. 남녀 사이에 과도기라는 게 필요하잖아요. 만약 지금 당장 결혼부터 하면 나중에 안 맞으면 어떡해요. 그때 가서 이혼할 수도 없잖아요.”그녀의 말에도 제법 일리가 있었기에 결국 그녀의 부모님도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하서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됐죠? 저와 그 사람에 관한 일은 더 이상 걱정하지 마세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하공과 그의 와이프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었다.…촬영장. 주계진이 이 감독을 찾으러 휴게실로 향했다.“저기 감독님…”할 말이 있어 보이는 주계진의 모습에 대본을 확인하던 이 감독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 “무슨 일이시죠? 주계진 씨?”“저 내일 촬영분까지 오늘 미리 다 찍어도 괜찮을까요?”이 감독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내일 다른 일이라도 있나 보죠?”“일이 있긴 한데, 그렇게 큰일은 아니에요. 만약 안 된다면 방금 제 말은 없던 일로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주계진이 어색한 듯이 미소를 지었다.역시 감독을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이제 막 촬영에 들어갔는데 만약 감독이 자신을 제멋대로인 배우로 생각하면 어쩐단 말인가!이 감독은 주계진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바라보고 대본을 내려놓고 말했다.“계진 씨 내일 밤에 찍는 신 하나 있네요. 만약 밤 열한 시 전에 도착하면 촬영 계속 진행할 수 있게 조치할게요. 이게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최선이에요.”주계진이 멈칫거리더니
그녀의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너무 고마운걸! 선물 같은 건 필요 없단다.”하공과 하서함의 어머니가 주계진을 거실로 안내했다. 그가 촬영을 하던 중 겨우 시간을 빼서 방문한 것이었기에 두 사람은 서둘러 도우미들에게 점심 준비를 부탁했다.물론 그날 점심은 여느 때보다도 풍성하게 준비되었다.하서함의 어머니는 그에게 지금 어떤 영화를 찍냐고 물었고 그는 하나하나 성심껏 대답해 주었다. 주계진의 말도 잘 통하고 제법 겸손한 모습에 그녀의 어머니도 그가 점점 마음에 들었다.“촬영하는 건 힘들지 않더냐?”주계진이 손깍지를 끼며 미소 지었다.“촬영이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스케줄이 빠듯하긴 하지만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우리도 연예계 사람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다네. 하지만 아무리 일이 고되어도 잊지 말고 몸을 잘 챙겨야 하네. 알겠지?”하서함의 어머니는 그를 무척 따뜻하게 대해주었다.그녀의 부모님들이 자신에게 너무 잘 대해주자 주계진은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찔렸다.결국 그와 하서함은 진짜 연인 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때 갑자기 하서함이 그의 팔짱을 끼며 미소 지었다.“어머니, 이 사람 이제 막 비행기에서 내려서 아마 엄청 배가 고플 거예요. 어머니가 주방에 가서 한 번 확인해 보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주계진은 순간 몸이 뻣뻣하게 굳어졌다. 비록 연기를 하다 보면 다른 여자배우들과 피치 못하게 스킨십을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그건 일이었다.그녀의 어머니가 미소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내가 가서 한 번 확인해 보마.”어머니가 주방에 들어가자 하서함이 그제야 그를 놓아주었다.“미안해요. 우리 어머니가 원래 손님 대접에 열정적이셔서.. 하하.. 불편하면 언제든지 저한테 말해도 돼요.”주계진이 멈칫거리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가에 선명한 놀라움이 드러났다.“지금 제가 불편할까 봐 걱정해 주는 거예요?”눈앞에 앉아있는 여자는 그를 대할 때 시종일관 덤덤한 표정을 짓고 있
베이비시터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이를 돌보는 게 여자들의 의무라고 생각하거든요. 가끔이라도 아내 대신 아이를 봐주면 감사할 지경이죠. 어떤 남자들은 잠깐 봐주는 것도 싫어하니깐요. 사장님께서는 사모님께서 힘들게 아이를 낳은 걸 안타깝게 생각하시니까 저는 분명 그분은 좋은 아버지가 되실 거라고 믿어요.”강유이가 멍해졌고, 그녀의 말을 듣다 보니 자신은 정말로 엄청 행운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두 사람 중 대부분의 시간은 한태군이 아이를 돌보고 있었으니까.새벽에 아이가 잠에서 깨어 울면 그가 달려가 분유를 타서 먹이며 달랬다.그녀가 세 아이들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확실히 그이는 좋은 아버지이신 것 같애요.”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한태군은 곧바로 강유이를 만나러 위층으로 향했다.그녀가 침실에 없자 그가 서둘러 아이들 방으로 향했다. 방문을 연 순간 강유이가 세 아이들과 함께 잠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한태군은 외투를 벗어 의자에 걸어 둔 후 침대로 다가갔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이 그의 마음 깊은 곳에 새겨졌다.그때 둘째가 몸을 뒤척이다가 무심결에 막내를 발로 차버렸다. 깜짝 놀란 막내가 잠에서 깨더니 왕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막내의 울음소리에 첫째와 둘째가 인상을 썼다. 이대로라면 당장이라도 잠에서 깰 것만 같았다.한태군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얼른 막내를 안아 달래며 아이의 입에 쪽쪽이를 물렸다.“엄마를 깨우면 안 되지.”막내가 쪽쪽이를 빨며 그제야 겨우 울음을 그쳐갔다.강유이도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깼다. 그녀는 한태군이 침대 옆에 앉아 막내를 안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나른하게 미소를 지었다.“왔어?”“미안, 소란스러웠지?”한태군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고, 강유이가 그의 손에 얼굴을 비비적거리며 대답했다.“아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깼어. 난 또 내가 꿈이라도 꿨는 줄 알았네.”그녀는 자신의 곁에서 잠든 첫째와 둘째를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막내 왜 울어?”한
정연이 첫째를 다시 유모차에 돌려놓았다.“동양인들 이름은 나도 잘 모르니까 네 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해 보렴. 영문 이름이라면 내가 지어줄 수도 있는데 말이야.”한태군이 고개를 끄덕였다.“혹시 당분간은 아버지께서 아이들 좀 봐주실 수 있으실까요?”그러자 한희운이 흠칫 놀라며 되물었다.“내가?”“네. 이대로라면 저와 유이 둘만의 시간이 아예 사라져 버릴 것 같거든요.”한태군의 말에는 어마어마한 원망이 섞여 있었다.그는 지금 반년 째 금욕 생활을 겪고 있었다. 최근에는 토끼 같은 자식놈들이 떡하고 버티고 있으니 아내와 둘만의 시간을 보내기는 더더욱 힘들었다.강유이는 너무나도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숨고 싶은 마음이였다. 어머니, 아버지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이게 다 무슨 소리란 말인가!결국 한희운 할아버지가 베이비시터 역을 맡게 되었다. 아이들이 없는 며칠 동안 한태군은 강유이 곁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는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끊임없이 그녀를 괴롭혔다.늦은 밤까지 혹사당한 강유이가 기진맥진하며 그를 원망했다.“아이들 밥까지 오빠가 다 먹으면 어떡해. 애들은 나중에 뭐 먹으라고.”그가 그녀를 품에 안으며 소리 없이 미소 지었다.“분유 먹이면 돼.”강유이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나빴어. 아빠라는 사람이 어쩜 그래?”그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나쁘다니. 걔들이 말썽을 부린 탓이지 뭐!”그러자 강유이가 그의 품에 몸을 기대며 물었다. “오빠 지금쯤 아이들이 아버님을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세 아이가 동시에 울음을 터뜨리기라도 하면 그만한 소란이 없을 것이다.한태군이 피식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어머니와 아버지가 잘 돌봐주실 거야.”…S 국, 외교부 청사.조민은 4개 국어에 능통했고 F 국 외교부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경력도 있었다. 또한 그녀는 외국어 학과를 졸업할 정도로 능력있는 사람이였기에 특별 전형으로 파격 스카우트된 상황이였다.그녀는 이곳에 온 지 며칠 되지 않
옷을 정리하던 조민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들고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빠르게 표정을 관리하며 미소를 살짝 지었다.“괜찮아요. 마음만 받을게요. 고마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떠나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데니스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화장실로 들어간 조민이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커피 자국은 물로 지워지지 않았다. 결국 돌아가서 다시 빨아야 할 것 같았다.그치만 방금 그 데니스라던 남자는 너무 과하게 친절한 것 같은데 말이다. S 국 남자들은 다들 이렇게 열정적인가?오후 조민은 외투를 팔에 걸치고 건물을 빠져나왔다. 그때 차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서더니 차창이 스르륵 내려갔다. 또 데니스 그 남자였다.“조민 씨 옷 더럽혀서 진짜 죄송해요. 제가 다른 맘이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사죄의 의미로 사주고 싶어서 그래요.”조민이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애써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데니스 씨, 사과는 받아들일게요. 하지만 선물은 정말 괜찮아요.”“알겠어요. 어디 사세요?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 제발 저한테 사과할 기회를 주세요.”조민은 잠깐 고민했다. 다 같은 직장 동료인데 계속하여 그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보기 좋지는 않을 것이다.그녀가 막 제안을 받아들이려던 그때, 등 뒤에서 갑작스러운 차 경적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화들짝 놀라 뒤돌아 보았다.소찬이 운전석에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 그녀를 향해 말했다.“저기요,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누군줄 알고 차에 막 올라타요?!”“…”데니스가 뒤를 힐끗 바라보고 그녀에게 물었다.“조민 씨 친구예요? 지금 뭐라고 말씀하신 거죠?”데니스는 한국어에 조금 약했다. 조민이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죄송해요. 제 친구가 데리러 왔네요.”그녀가 소찬이 탄 차로 걸어가 차에 올랐다. 그녀가 앉는 걸 확인하고 소찬이 차를 몰고는 그곳을 벗어났다.데니스는 멀어져 가는 차를 가만히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차 안, 조민이 어이없는 표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