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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공혜리 씨, 당신도 비싼 교육을 받은 사람 같은데 어떻게 시비를 안 가리지? 아무리 급해도 의사를 함부로 구하면 안 되지. 돈도 몸도 뺏기고 나서 후회하면 늦어. 제일 중요한 건 환자의 치료를 놓치면 울어도 소용없다는 거야.”

이승휘가 말했다.

“무현 님은 사기꾼이 아니에요.”

이승휘가 콧방귀를 끼더니 조롱했다.

“혜리 씨, 국내 의학은 안 돼. 서양 의학과는 비길 수조차 없어. 더 괘씸한 건 돌팔이가 환자와 가족들에게 사기 치는 거야. 완전 양심을 저버린 거지. 그게 사기꾼이 아니면 뭔데?”

“무현 님,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공혜리가 얼른 염무현을 달랬다.

이승휘는 미간을 찌푸렸다. 염무현의 아우라가 심상치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 젊었다.

의사라는 직업이 원래 오랜 기간의 임상 경험과 끊임없는 학습, 누적과 터득을 통해야만 전문가 레벨로 올라갈 수 있는 직업이었다. 그러려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는 기껏해야 스무 살이 좀 넘어 보였다. 의대도 졸업했는지 의문이었고 졸업했다고 해도 겨우 레지던트일 것이다.

그런데 사기꾼이 아니면 뭐란 말인가.

사기꾼을 하려면 닮기라도 해야지, 이래서 누굴 속일 수 있을까.

이승휘는 공혜리가 급한 나머지 아무 의사나 구하는 바람에 이런 유치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이승휘는 업계의 권위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반드시 현장에서 정체를 까밝혀야 한다고 여겼다.

“저기요, 어느 의대 나왔어요? 학력은 어떻게 되죠? 멘토는 누구예요?”

이승휘가 염무현을 몰아세웠다. 그러자 염무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의대 다닌 적 없어요. 그러니 학력도 없겠죠. 멘토가 누군지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 은퇴하셨거든요.”

이건 다 사실이었다. 사람들이 사부님을 존경하는 의미로 옥의 신이라고 부른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는 여러 묘수를 알고 있는 늙은이였다.

옥의 신, 감옥의 신이라는 뜻이었다.

염무현이 교도소로 들어간 후 행운스레 그는 그 늙은이의 제자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재주가 뛰어나 일 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사부님의 여러 가지 묘수를 잘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사부님은 용천 교도소의 관리를 염무현에게 맡기고는 자취를 감췄다.

염무현은 여러 번이나 사람을 시켜 사부님의 소식을 알아보려 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이승휘가 조롱하듯 웃었다.

“그 눈 장식으로만 달고 있지 말고 똑똑히 봐요. 아무리 우리병원이 지방대 병원이라고 해도 레지던트는 박사만 뽑아요. 이러고도 사기꾼이 아니라고요? 진짜 파렴치하네요. 병원까지 와서 사기를 치다니, 간덩이가 부어도 너무 부었네.”

유재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거슬리게 하지 말고 당장 쫓아내요.”

공혜리가 조급한 마음에 얼른 덧붙였다.

“여러분, 오해하지 마시고 제발 저를 봐서라도 기회를 한번 주세요. 이렇게 많은 전문가가 계시는데 일단 먼저 우리 아빠 병이라도 보게 해주세요. 지금 그게 제일 중요해요.”

이승휘가 염무현을 힐끔 보더니 말했다.

“이 사기꾼이 보는 건 상관없죠. 만약 자기 잘못을 깨닫고 뉘우칠 수만 있다면 저도 덕을 쌓는 셈 칠게요.”

그러더니 거의 확신하는 말투로 말했다.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독이 어디서 왔는지 알아내는 거예요. 제 생각엔 독이 뼛속에 숨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검사를 해도 아무것도 안 나오는 거죠. 유일한 방법은 원인을 찾을 때까지 뼈를 뚫는 거예요.”

유재영과 다른 전문가들도 연심 머리를 끄덕이며 찬성했다. 이승휘가 권위고 권위가 이승휘였기에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못했다.

“사람 몸에 200개가 넘는 뼈가 있는데, 어떻게 뚫으실 생각이죠?”

염무현이 갑자기 툭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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