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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난 모르는 사람이에요. 내가 모셔 온 전문가는 더더욱 아니고요!”

공혜리는 당황한 표정으로 염무현에게 설명했다.

“무현 님, 저를 믿어주세요. 저는 진짜 모르는 사람이에요!”

염무현과 같은 고수를 두고 다른 사람을 부른다는 것은 엄청난 실례였다. 그건 그에 대한 불신을 뜻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마음 급하다고 해도 공혜리는 이런 저급한 실수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저분은 누구죠? 형님을 모셔 올 때 따라오길래, 저는 당연히 아가씨가 찾은 분인 줄 알았거든요...”

이때 의사 가운을 입은 한 무리의 사람이 들어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병원의 병원장 유재영이었다.

“공혜리 씨, 제가 소개해 드릴게요. 이분은 제 의대 선배님이시자, 제원 최고 신경외과 교수이신 이승휘 교수님이세요.”

유재영의 말을 듣고 공혜리는 눈을 반짝이면서 물었다.

“현대 의학의 최고 경지에 오르셨다는 그 이승휘 교수님이요?!”

노인은 몸을 돌려 공혜리를 힐끗 봤다. 그리고 손을 휘휘 저으면서 겸손하게 말했다.

“그 정도는 아닙니다. 어쩌다 보니 말이 그렇게 돌았군요.”

공혜리는 당연히 이승휘가 누군지 알았다. 공규석이 쓰러진 다음 받은 전문가 리스트에서 그는 1순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너무 바쁜 탓에 지금껏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공혜리가 놀란 것을 보고 유재영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혜리 씨 참 운이 좋았어요. 선배님은 세미나를 위해 서해에 온 김에 저를 만나러 오신 거거든요. 공규석 씨가 VIP 병동에 들어오는 걸 보고는 직접 돕겠다며 이렇게 나서주셨어요. 재벌가에서 어떤 조건을 내걸어도 한결같이 거절하시던 분이 말이에요.”

공혜리는 기쁜 한편 불안하기도 했다. 이승휘와 같은 전문가가 찾아왔다고 마냥 기뻐하기에는 염무현이 떡하니 곁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규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지금 놓치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이기도 했다. 신의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있는 편에 훨씬 안전할 것이다.

공혜리는 혼자 골머리를 앓았다. 두 사람 다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도움받을 마땅한 방법을 떠올리기 위해서 말이다.

이때 이승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만나자마자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환자분의 상황이 생각보다 많이 복잡해요. 물론 중독으로 일어난 증상이라는 것은 확신할 수 있어요. 그러나 무엇에 중독됐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네요. 그것만 알아낸다면 쉽게 치료할 수 있을 텐데...”

데이터를 바라보며 말하던 이승휘는 갑자기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면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환자분은 헬기를 타고 이동할 상황이 아닌데, 왜 서해병원의 전문가를 두고 우리병원에 왔죠? 설마 내 스케줄을 미리 알고 온 거예요? 그렇다면 보호자 실격이네요. 환자한테 너무 무책임해요. 급한 마음은 알겠지만, 혹시 나랑 마주치지 못했으면 어쩔 뻔했어요? 환자분 밖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었다고요. 행운의 여신이 언제나 소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니니,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돼요.”

이승휘의 소견은 어느샌가 잔소리로 변했다. 공혜리는 곧바로 손사래를 치면서 설명했다.

“그런 게 아니라, 저희는 염무현 님을 위해 우리병원에-”

“누구요?”

이승휘는 눈을 크게 뜨더니 공혜리의 말머리를 자르면서 물었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그 사기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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