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는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백희연은 무릎을 꿇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분명히 염무현에게 혼이 나서 굴복한 듯한 표정이었다.“제가 만약에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든지 죽여주세요.”염무현은 계속하여 팔찌를 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또 이런 수작이구나. 입만 열면 맹세라고 하네. 방금 넌 이미 말한 대로 하지 않았는데 내가 어떻게 널 믿겠어?”백희연은 다급하게 말했다.“백희연은 청교의 여왕의 신분을 걸고 맹세할게요. 또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청교 전체가 벼락을 맞을 것이고 모든 생명이 죽음보다 더 큰 고통을 느낄 거예요. 그러니 주인님께서 저를 믿어주세요. 이건 우리 청교에서 가장 독한 맹세이니 전 절대로 어길 수 없어요. 주인님 이 팔찌에 있는 세 가지 주술은 저 같은 요괴를 손쉽게 물리칠 수 있기 때문에 전 함부로 거짓말을 할 수 없죠.”가까스로 풀려났고 좋은 날들이 눈앞에 있는데 백희연은 지금 죽어도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었다.그러면 너무 슬프고 억울할 것 같았다.염무현의 팔찌는 너무 대단했다. 단번에 그녀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게 해줬다.다시 한번 싸운다면 그녀는 죽기 마련이다.“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믿지.”염무현은 언짢은 표정으로 가볍게 말했다.“이번에는 그러면 내가 잠시 봐줄게. 네가 했던 말을 잘 기억해. 다음번에 또 그러면 살려두지 않을 거야.”백희연은 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다시 한번 맹세했다.“주인님께서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희연이는 다시 그러지 않겠어요.”염무현은 그제야 팔찌를 거두어들였다.백희연은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염무현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고 눈치가 빠른 백희연은 재빨리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자세로 주인님의 다리를 두드리며 안마를 해주고 있었다.“주인님, 시원하세요?”그녀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역시 구미호족답게 요염함은 타고난 것 같았다.그녀의 말 한마디에 뼈가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보통 남자라면 순식간에 정기
염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구나! 참, 그럼 네 진짜 모습은 어떤데? 정말 꼬리가 아홉 개야? 빨리 진짜 모습으로 변해봐. 보고 싶어!”백희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청교의 여왕인 그녀에게 이건 과분한 요구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방금 맹세했기 때문이다. 약속을 어길 수는 없지 않은가?그녀의 옆구리는 살살 아파져 오면서 거짓말의 대가를 일깨워주었다.그래서 그녀는 할 수 없이 염무현이 말하는 대로 했다.하얀빛이 반짝이더니 백희연은 꼬리에 털이 수북한 순백의 여우가 되었다.“하나, 둘, 셋...”염무현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의 꼬리를 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여우족의 꼬리는 여자의 은밀한 신체 부위와 같았다.게다가 그녀는 고귀한 청교의 여왕이었으니 말이다. 남자가 이렇게 빤히 쳐다보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인데 염무현은 심지어 손가락으로 꼬리를 세다니...만약 싸워서 이길 수만 있다면 그녀는 벌써 염무현의 뺨을 후려쳤을 것이다.“헐! 정말 아홉 개네. 이불을 가지고 다니는 셈이네. 겨울에 눈이 많이 와도 춥지 않겠네 그럼.”그러자 백희연은 깔깔 웃었다. 이불? 하하하!보통 여우도 추위를 타지 않는데 여우족의 여왕으로서 그녀는 눈이 오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어리석은 인간들, 아는 게 아무것도 없네. 흑흑... 이렇게 고귀한 내가 왜 배운 것도 없고 재능도 없는 이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아, 짜증 나!’“꼬리를 숨길 수도 있어?”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고 물었다. 예전 같으면 백희연은 진작에 뺨을 때렸을 텐데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잠시 후, 그녀의 아홉 개 꼬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어딘가 이상해.”염무현은 계속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몸도 작게 만들어봐... 꼬리를 조금 숨기라고 했지! 이렇게 다 숨기라는 건 아니잖아. 너무 이상해. 그렇지. 꼬리는 조금 남겨둬야 해. 이래야 정상이지. 몸을 좀 더 작게 할 수 있을가? 지
백희연은 화가 났지만 염무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자신의 목숨이 그의 손에 달려있기에 참을 수밖에 없었다. ‘흰둥이? 정말 이 몸을 개 취급하는군!’ 당근과 채찍을 번갈아 준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염무현은 이렇게 말했다.“약속만 지키면 앞으로 필요한 건 뭐든지 도와주도록 노력하지. 예를 들어, 이 청교인처럼.” 백희연의 동그란 두 눈이 갑자기 반짝였다.“정말?” “약속은 꼭 지키지!”염무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그제야 백희연은 분노가 기쁨으로 바뀌었다.“당신 입으로 직접 말한 거야. 주인으로서 뱉은 말은 지켜. 절대 속이면 안 돼.” “걱정 마. 난 다른 사람들처럼 약속을 저버리는 행동은 하기도 싫고 하지도 않을 거야.” 오후 4시 30분, 유조선은 증기 호각 소리를 내며 출항했다. 배는 긴 하얀 흔적을 남기며 더 깊은 바다로 향했다. 여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각,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세요!”공주 드레스를 입은 연희주가 방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해맑은 미소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부님, 저녁 먹으러 가요!” “그래요!” 염무현은 잠든 흰둥이를 재빨리 안아 들었고 흰둥이는 졸린 눈을 한 채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천 년 만에 가장 맘 편히, 스트레스 없이 잠을 잔 것 같았다. 막 잠에 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허공에 들려진 느낌이 들었다.‘누구야? 누가 감히 이 몸을 해치려고!’ 예전 성격이었으면 잠투정이 엄청 많았을 것이다.감히 청교 황후의 단잠을 깨는 사람의 장기를 탈탈 털어내지 않으면 백희연이 아니었다.막 욕설을 뱉으려던 순간, 갑자기 자신이 처한 환경을 깨닫고 입가에 차오른 말을 급히 삼켰다.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흘러나왔다.“읍...” 연희주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참 예쁜 포메라니안이네요. 사부님 이 강아지는 어디서 났어요?” “주웠어요!”염무현은 망설임 없이 말했다. 순식간에 백희연은 여우 같은 얼굴로 눈을 흘기며 인간 특유의 혐오하는 표정을 지었
연희주가 웃었다.“그렇네요. 그럼 제가 돌볼게요. 너무 하얗게 생겼으니까 그냥 흰둥이라고 부를게! 흰둥아 걱정 마, 언니만 있으면 배고플 일은 없을 거야!”“끼잉...”백희연은 좌절감에 빠진 표정이었다.‘한심한 여자, 흥!’연홍도가 복도 반대편에서 걸어오며 놀란 듯 말했다.“어디서 데려온 강아지야?”‘한심한 노인네, 쳇! 적당히 해라.’세 사람은 식사를 마치고 홀로 들어갔다.연홍도는 평소 겸손한 성격이었지만 알아주는 수집가라 그를 아는 사람들이 인사를 하러 많이 다가왔다.“연 선생님이 직접 나오신 걸 보아 오늘 경매에 놀라운 물건이 나오는 건가요?”보통 거물급 수집가들은 경매를 대행해 줄 사람을 구하고, 직접 경매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그러면 다른 사람들에게 진짜 판매자가 누구인지 알리지 않아 신비감을 유지하면서 수집가와 수집품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다들 오해십니다. 저는 이번에 염무현 님과 동행하기 위해 온 것이지 특정 경매품 때문이 아닙니다.”연홍도는 숨기는 것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그러나 그가 이렇게 나올수록 사람들은 뭔가 수상하다고 느꼈다!‘장난하나? 당신 같은 수집의 대가가 이름도 모르는 젊은이와 세상 구경하러 나왔다는 말을 누가 믿어? 젊은이가 당신을 따라다니는 거면 모를까.’부디 다음부터는 방패를 찾아도 그럴듯한 사람을 데려오길 바란다.이 청년은 언뜻 보기에 이쪽 사람이 아니고 옷 입은 것도 평범한 걸 보아 재벌가 도련님도 아닌 것 같았다.저렇게 쓸모없는 놈과 배에 오른다니?누굴 세 살짜리 어린애처럼 속이기 쉬운 줄 아나.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연홍도의 핑계를 비웃고 있었다.옛말에 같은 업계 사람은 곧 적이라고 했다.연홍도에 대한 사람들의 적대감은 연씨 가문의 소장품에서 비롯되었다.진정한 보물은 모두가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을, 전부 연씨 가문에서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으란 말인가.연홍도가 이런 사람들의 더러운 속셈을 눈치채지 못할
“개나 소나 다 맨 앞줄에 앉다니, 전문 보물 감정가인 우리를 너무 무시하는군!” 목소리의 주인공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었다.움푹 팬 네모난 얼굴은 한껏 어두웠고, 두 눈은 분노로 충혈되었다!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누구를 저격하는 걸까?’ 시선을 따라간 사람들은 이 말이 염무현을 향한 저격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염무현도 당황스러웠다. 분명 모르는 사람이었다! ‘저 노인네, 약을 잘못 먹은 건가?’ “맹 선생님, 무슨 일이에요?”구천명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물었다. 그 노인의 이름은 맹 선생이라는 존칭으로 잘 알려진 고대 유물 감정계의 명망 있는 전문가 맹승준이었다. 구천명은 특별히 맹승준을 이번 경매에 초대해 자신 대신 물건을 살펴보도록 했다.연홍도와는 달리 구천명은 전문적인 수준이 그다지 뛰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수집 대가가 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자신이 모르면 아는 사람을 데려오면 그만이었다.돈만 있으면 못 할 일이 없었다.통이 크고 씀씀이가 화끈하며 아량이 넓은 게 구천명의 제일 큰 장점이었다. 그는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에게 맡긴다는 원칙을 고수하며 업계에서 호평을 받아왔다. 맹승준이 손을 들어 염무현을 가리켰다.“저 사람은 맨 앞줄에 앉을 자격이 없으니 꺼지라고 하세요!” “왜요, 무슨 오해라도 있나요?” 구천명은 연홍도의 체면을 봐서 한 번 더 물었다. 보통 상황이었다면 상대의 말에 그냥 따랐을 것이다.맹승준은 구천명과 여러 번 함께 일한 적이 있어 그의 성격을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다. “저놈은 촌놈이니까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리더니 여도혁이 부성민과 함께 걸어 들어왔다.“확인해 보니까 이름은 염무현, 서해 출신이래요.”여도혁이 말을 이어갔다.“저놈은 사람을 심하게 다치게 해서 징역형을 선고받고 4년 동안 감옥에 있다가 한 달 전에 출소했어요.”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모두 바뀌었다. “뭐야, 범죄자야?” “저렇게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는 사람이 어떻게 이런 고급스러운
“저 개 같은 자식이 분명 희주를 속이려고 비열한 수법을 쓴 게 틀림없어요. 어르신은 속지 않으시겠죠?”부성민은 그렇게 말하면 연홍도도 당연히 자기 편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내 딸이 이름 세 글자로 부르라고 했는데 귀가 먹어서 못 들었나?”연홍도가 거침없이 말하자 부성민은 즉시 얼굴이 빨개졌다.하지만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그리고 어떻게 건방지게 날 아저씨라고 부르나?”연홍도의 얼굴이 굳어지고 말투엔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나한테 물어봤나? 내가 동의했냐고? 우린 그렇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지 않나! 내 딸은 이미 성인이고, 누구를 만나든 본인의 자유와 권리야. 남이 이래라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고, 알겠어?”부성민의 얼굴은 원숭이 엉덩이처럼 빨개져 있었고,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지만 왜?분명히 가난한 시골 촌놈인데, 왜 연홍도 부녀가 이렇게까지 그를 싸고도는 걸까?부성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염무현의 정체를 밝히면 부녀가 속았다는 사실을 바로 깨닫고 그를 꾸짖어 떠나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심지어 사람 불러서 염무현을 두들겨 패면 화풀이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부녀가 아무리 너그러워서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없었다고 해도, 부성민은 남몰래 기뻐했을 것이다.어쨌든 염무현이 잘 지내는 꼴을 볼 수 없었다.‘이게 감히 나와 여자를 두고 맞선 대가라고!’상황이 통제 불능인 것을 본 여도혁과 맹승준도 예상치 못한 일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부성민은 상황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사람들 앞에서 체면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사부님과 형에게까지 무시당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던 중 문득 뭔가 생각이 나서 외쳤다.“희... 연희주, 전에 나한테 저놈이 네 약혼자라며!”이 말에 연희주는 순식간에 예쁜 얼굴이 붉어졌다.“그런데 이번에는 왜 또 사부님이야?”부성민은 억지를 부렸다.“어떻게 설명할 거야, 설마 둘이 손잡고 아저… 연 선생님을 속인 거
“염무현 님은 내가 직접 초대한 귀한 손님입니다!”연홍도는 엄숙하게 그를 소개했다.“동시에 이분은 제 딸 연희주와 매우 특별한 관계죠.”연희주는 곧바로 눈치껏 손을 내밀어 염무현의 팔짱을 끼며 다정한 모습을 연출했다.백희연은 아무런 준비도 없이 하마터면 그녀의 품에서 떨어질 뻔했다.‘한심한 여자, 쳇!’‘잘했다 딸아!’연홍도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을 이어갔다.“염무현 님을 무시하는 사람은 날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시는 방금 전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안 그러면 연씨 가문과 척을 지게 될 겁니다!”마지막 말은 맹승준에게 하는 것이었다.‘경고든 협박이든 마음껏 해석해!’맹승준은 조금 당황한 듯 제자를 향해 이를 갈며 말했다.“너희들 어떻게 된 거야, 가진 것 없는 범죄자라며?”여도혁은 부성민을 향해 똑같이 비난의 시선을 보냈다.“사부님, 형, 저도 몰랐어요!”부성민은 급하게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지둥 해명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내가 알아낸 건 다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연홍도 부녀가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같아요.”“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여도혁이 질책하자 맹승준은 퉁명스럽게 말했다.“네가 뭐라고 할 입장은 아니지. 너도 똑같아!”늙은이가 신분도 뒤로 하고 염무현의 트집을 잡는 이유는 청교인 일로 원한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실 염무현을 모욕하는 것은 핑계일 뿐이었고 맹승준의 진짜 목적은 염무현의 정체를 발설해 연홍도 부녀와 떼어놓는 것이었다. 그러면 맹승준은 염무현을 압박해 청교인을 강제로 넘기라고 할 수 있었다.눈치껏 행동한다면 목숨은 살려주겠지만 쉽게 말을 듣지 않는다면…청교인을 얻기 위해 맹승준은 사람을 죽이고 도망갈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그런데 연홍도가 직접 염무현의 편에 서자 맹승준의 계획은 완전히 틀어졌다.“아이고, 오해가 있었네요.”구천명은 미소를 지으며 중재자 역할을 했다.“다들 높으신 분들인데 이런 사소한 오해로 칼을 겨눌 필요가 있나요! 연 선
"현염초는 골동품인가?"딱 봐도 현염초에 대해 잘 모르는 것으로 보이는 구천명에 연홍도는 현염초의 용도에 대해 해석해주려 하는데 염무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구천명 씨가 먼저 성의를 보이신다면 저흰 무조건 만족하게 해드릴 자신 있습니다."염라대왕이 먼저 내건 약속인 만큼 염무현이 만족하게 해준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한 거면 그보다 더한 값어치의 물건일 것이다.구천명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젊은이, 나도 연 씨 가문에 값진 보물이 많다는 것쯤은 전해 들었네. 그래서 나도 연홍도 씨와 교환 하고 싶어. 하지만 자네들이 말한 물건은 정말 없어."구천명은 두 주머니까지 탈탈 털며 말했지만 염무현은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바로 알아챘다.애초에 연홍도가 현염초를 언급할 때부터 구천명의 눈에는 놀라움이 스쳐 지나갔지만 워낙에 포커페이스 유지를 잘하는 탓에 연홍도가 그걸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염무현의 눈까지 피해갈 수는 없었다.구천명은 반드시 현염초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확신한 염무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구천명 씨, 우선 말씀드리는 데 저는 구천명 씨에게 악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뭐 일부러 과장하려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사실대로 말하는 거니까 기분 나쁘게 생각 말고 들어주세요.""구천명 씨는 아주 큰 병에 걸렸어요. 지금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일주일 내에 고비가 올 겁니다.""그 병 제가 고쳐드리죠. 그리고 완치될 때까지 약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이 정도면 현염초를 내어주실 수 있을까요?"구천명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말이 되는 소릴 해야 믿지. 내 몸은 아직 건강해. 근데 뭐 일주일? 지금 나 저주하는 거야 당신?"한편 복수할 기회만 노리고 있던 여도혁이 이때다 싶어 말을 꺼냈다."너 구천명 씨를 너무 만만하게 본 거 아니야?""네 그런 세 치 혀에 놀아날 사람으로 보여?""구천명 씨의 판단력을 떠나서 이 자리에 있는 사람 누구도 네 그딴 거짓말엔 안 넘어가.""아직도 네가 사기꾼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