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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4화

양희지는 마치 일방적인 처사가 못마땅한 듯 눈살을 찌푸린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딸, 표정이 왜 그래?”

서아란은 눈을 부라렸다.

“준휘가 이렇게 큰 스케일로 준비했는데 정녕 아무런 감흥이 없어? 모든 면에서 완벽한 신랑감인데 대체 뭐가 불만이지?”

양희지는 고개를 저었다.

“단지 너무 급하게 진행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서프라이즈라니?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게다가 결혼까지 한번 해봤으니 서프라이즈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그런 걸 다 떠나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사전에 언급조차 안 했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일방적인 결정이 정녕 서프라이즈일까? 아니면 불쾌함일까?

상대방의 의사 따위 안중에도 없는 건 상의가 아니라 통보였다.

심지어 명령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녀를 아낀다는 게 과연 사실인지 의심만 갔다.

김준휘가 나타나서 지금까지 불과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두 사람이 만난 횟수를 다 합치면 넉넉히 잡아도 십여 회에 불과했다.

그중에서 둘만의 시간을 보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비록 소꿉친구라고는 하지만, 오랫동안 연락이 끊기면서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감정이 거의 없었다.

양문수의 어조에 불쾌함이 담겨 있었다.

“희지야, 왜 이렇게 핑계를 둘러대는 거야? 설마 아직도 염무현 그 자식한테 미련이 남은 건 아니지?”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호적에서 네 이름을 파버릴 테니까 두고 봐!”

서아란이 두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양희지는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동창회에서 그녀를 모욕했던 염무현이 떠오르는 순간 화가 점점 차올랐다.

이내 주체하기 힘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자신이 얻지 못한 것은 설령 망가뜨릴지언정 다른 사람에게 순순히 내어줄 수는 없는 법!

양희지는 혼자 힘으로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유일한 희망을 김준휘에게 걸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약혼도 못 할 건 없었다.

게다가 염무현 앞에서도 보란 듯이 자랑이 가능했다. 설령 이혼했더라도 남자들이 줄을 지었을뿐더러 눈 깜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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