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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주제에 배짱은 좋네.’

이승휘는 이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염무현이 너무 나댄다고 생각했다.

의사가 된 지 수십 년이 지나 아무리 권위라는 타이틀을 얻고 업계와 환자 가족의 환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말은 감히 내뱉지 못햇다.

“사람을 살린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완치해야지. 당신은 아직 멀었어.”

이승휘는 분에 차서 반박했다.

“그럼 질문 하나 할게요. 무슨 독인지는 알아요?”

염무현이 대답하기도 전에 이승휘는 자신만만해서 말했다.

“이봐, 모를 줄 알았어. 그냥 아무렇게나 다 때려 박은 거지. 성공할 확률이 로또 당첨될 확률보다 낮아요. 행운의 여신이 한 사람만 예뻐할 수는 없잖아요? 이렇게 무모하게 운을 믿다가 성공이라도 하면 내가 이름을 거꾸로 쓸게요.”

공혜리는 이런 권위에 철저히 실망했을뿐더러 너무 역겹다고 생각했다.

“믿음을 저버린 사람이 맹세는 무슨, 그러다 웃음거리가 되는 수가 있어요.”

이승휘가 순간 얼굴을 붉히며 눈을 부릅뜨고는 큰소리로 반박했다.

“아까는 운이 좋아서 그런 거고 별거 아니야. 이 늙은이는 받아들일 수 없다네.”

염무현이 한편으로 정확하게 침을 놓으며 말했다.

“그럼 두손 두발 다 들게 해주지.”

“당신이 무슨 수로?”

이승휘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염무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이 독은 뱀이나 지네로 만든 고독(蠱毒)입니다. 기생충 비슷한 독 벌렌데, 심맥에 숨어들어 정기와 피를 빨아먹어요. 그 때문에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안 돼서 쓰러진 겁니다."

이승휘가 바로 반박했다.

“헛소리하지 마요. 독벌레는 무슨, 웃기는 소리 하고 자빠졌네. 그건 미개한 사람들이 교육받기 전에 쓴 소설일 뿐이에요. 소설 작가들이 허투루 쓴 내용을 믿으면 안 되죠. 다를 들었죠? 진짜 광대가 따로 없다니까요. 사기꾼이야 아주.”

공혜리가 진지하게 말했다.

“무현 님, 저는 무현 님을 믿어요. 무현 님이라면 아빠를 믿고 맡길 수 있어요.”

이 말은 이승휘를 대놓고 무시하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승휘는 잔뜩 약이 올라서 고아댔다.

“공혜리 씨, 당신 같은 사람은 사기꾼이 지어낸 얘기는 믿어도 과학과 명문대를 졸업하고 임상 경험이 풍부한 사람 말은 안 믿네. 정말 너무 불쌍해.”

공혜리의 태도를 본 염무현은 뿌듯했고 계속 침을 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규석의 가슴에는 침이 촘촘하게 박혔다. 질서 없어 보여도 퍽 이치에 맞았다.

이 금으로 만든 침들은 마치 기묘한 진법을 이루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공규석의 가슴에서 갑자기 무언가 걸어 다니는 것처럼 피부가 1센티미터 정도 튀어나왔다. 마치 한 마리의 뱀과도 같았다.

그는 어디 도망이라도 가는 것처럼 빠르게 기어다녔다. 하지만 침들에 막혀 여러 번 튕겨 나갔다.

“찾았다!”

염무현의 입꼬리가 올라가더니 예쁜 곡선이 그려졌다. 이승휘는 그래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허세는, 진짜 천하의 사기꾼이 따로 없다니까.”

염무현이 사슴 가죽으로 만든 침구 가방을 손으로 튕기자 매화칠성침이 세 손가락 사이로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염무현은 번개와도 같은 속도로 그 침을 공규석의 목에 찔러 넣었다.

“어딜 도망가!”

매화 진법은 피를 빼는 침구술이었다. 어혈을 빼는 침구술은 국내 의학의 침구술에서 자주 보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상한 건 염무현이 침을 놓았는데도 피가 나지 않았다.

이승휘는 이를 보더니 껄껄 웃기 시작했다.

“유재영, 봤어? 실전된 침구술을 장악했다면서 네가 칭송하던 사람이 피를 빼는 간단한 침도 놓을 줄 모른다는 게 말이 돼? 피가 하나도 안 나잖아. 하하하, 정말 너무 웃겨.”

하지만 이내 이승휘는 더는 웃을 수 없게 되었다.

피를 빼려고 남겨놓은 구멍에서 삼각형 모양의 대가리가 움찔거리며 나왔다. 순간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주 작은 뱀처럼 보였다. 지름은 3밀리미터도 안 되었고 온몸에 금빛 비늘을 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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