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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당신이 귀띔해야만 내가 아는 줄 알아?”

이승휘가 염무현을 째려보더니 말했다.

“당연히 중점 부위를 찾아서 뚫어야지. 설비 준비해.”

염무현이 팽팽하게 맞섰다.

“저 사람 몸을 벌집을 만든다 해도 독의 근원지는 못 찾을 거예요. 그리고 환자 상황이 여의찮고요.”

“헛소리하지 마요. 선배 판단이 틀릴 리가 없잖아요. 뼈를 뚫는 시술, 상처가 난다고 해도 얼마나 작은데, 사람 몸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요. 모르면 좀 가만히 있어요. 무식한 거 티 나잖아요. 쪽팔리지도 않나.”

유재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

“뼈를 뚫는 시술은 일반 환자들에게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공규석 씨처럼 거의 죽어가는 사람은 못 버텨내요.”

“간덩이가 부었구먼. 감히 우리 선배님의 전문성에 도전해?”

이승휘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저기요. 그냥 내가 원인을 찾으면 사기 칠 기회가 없어질 거 같아서 걱정하는 거 같은데, 맞죠?”

공혜리는 중간에 껴서 어쩔 바를 몰랐다. 양쪽 다 공규석을 구하러 온 사람이었지만 새우등인 그녀는 누구의 편을 들든 맞는다고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나를 못 믿어도 어쩔 수 없어요. 후회만 하지 마요.”

염무현은 이렇게 말하더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승휘는 공혜리에게 말했다.

“공혜리 씨, 내 명예를 걸고 맹세할게. 만약 당신 아버지 못 고치면 권위라는 타이틀도 포기하고 앞으로 의사 그만둘 거야.”

이렇게 독한 맹세도 스스름없이 하는 걸 봐서는 이미 확신이 선 것 같았다.

공혜리가 서둘러 대답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이 교수님, 잘 부탁드릴게요.”

그러고는 복잡한 눈빛으로 염무현을 바라봤다.

“무현 님...”

염무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공혜리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일이 해결되면 다시 진심으로 사과할 생각이었다. 지금은 이런 걸 따질 겨를이 없었다.

“설비 올려!”

이승휘의 명령하에 유재영이 익숙하게 여러 가지 설비를 조작하며 케미를 살렸다.

한편, 옆에 위치한 한 입원 병동.

양희지가 당황한 표정으로 힐을 신은 채 한 병실로 달려가 문을 벌컥 열었다. 단번에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양쪽 다리에 깁스한 양준우를 발견했다.

옆 침대에 서아란이 누워 있었다. 한쪽 얼굴이 심하게 부어올랐고 다른 한쪽 얼굴은 심한 찰과상을 입었다.

사실 서아란은 살짝 다쳤기에 알코올로 소독만 하면 끝나는 일이었다. 침대에 누울 필요도 없었지만 의사에게 난리를 피우며 입원 수속을 해달라고 했고 결국 이 침대를 성공적으로 점했다.

모자 둘이 낑낑대며 아프다고 고아댔다.

“엄마, 준우야,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전화도 안 하고, 조 비서가 알려줘서 알았잖아요.”

양희지는 너무 걱정된 나머지 울음을 터트리기 직전이었다. 얼굴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양문수가 설명했다.

“네 엄마가 너랑 남도훈 씨 데이트하는 거 방해하면 안 된다고 말하지 말라고 그랬어.”

서아란은 갑자기 정신적 지주라도 찾은 듯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 딸 왔어? 준우 좀 어떻게 해 봐. 염무현 그 개자식이 우리 둘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어.”

“그럴 리가요, 무현이는 그럴 사람 아니에요.”

양희지는 믿을 리 없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전남편은 부드럽고 화를 잘 내지 않을뿐더러 누군가에게 손을 댈 사람은 더더욱 아니었다.

서아란이 이를 듣더니 바로 토라지면서 나무랐다.

“너 도대체 누구 편이야? 그럼 우리 몸에 난 상처는 뭔데? 다 가짜라는 거야? 나랑 준우가 일부러 자기를 때리고는 연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어떻게 그런 개자식 편을 들 수가 있어? 너 내 딸 맞아? 그 자식이 와서 우리 못살게 군 거야. 이상한 년 하나 데리고 와서 나와 준우한테 손찌검하라고 했고. 넌 아직 모르지? 염무현 그 자식 여자 생겼어. 그러니 네가 이혼하자고 할 때 그렇게 쉽게 받아들였지. 넌 네가 속은 것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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