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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하, 나는 그런 소식 못 들었거든? 거짓말을 하더라도 상대는 가려야지!”

이때 양문수가 여러 사람과 함께 부랴부랴 달려왔다. 다리가 부러진 양준우와 얼굴이 퉁퉁 부은 서아란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이게 다 염무현 그 개자식 때문이에요! 우리가 불륜녀한테 맞는 꼴을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더라니까요?”

서아란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한탄했다. 그러자 양문수는 분노를 억누르는 듯 인상 쓰면서 말했다.

“걱정하지 마, 여보. 내가 무조건 복수해 줄게. 하지만 지금은 치료가 우선인데... 왜 아직도 이러고 있어?”

서아란은 사실에 과장을 보태 한참이나 설명했다. 의사가 듣다못해 미간을 찌푸릴 정도로 말이다.

“내가 병원장한테 전화할게. 우리가 어떤 사람인데, VIP 병동 하나 못 쓰겠어?”

양문수는 당당하게 말하면서 전화하러 갔다. 서아란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의사한테 비아냥댔다.

“들었지? 천한 것들은 이래서 문제야. 오늘 일은 너희 병원장한테 전부 이를 줄 알아!”

얼마 후 양문수는 복잡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서아란은 그것도 모른 채 병원의 보안요원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당장 우리를 VIP 병동으로 모셔가지 않고 뭐해?!”

“저... 여보, 이번은 아무래도 일반 병동을 쓰는 게 좋겠어. 병원장이 가장 좋은 교수를 보내주기로 했으니까-”

“그게 무슨 뜻이에요? 내 체면도 안 봐주겠다는 거예요?”

양문수는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병원에 엄청난 거물이 왔나 봐. 그래서 VIP 병동을 통제하고 있대.”

“거물? 그게 누군데?”

서아란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그녀가 보기에 양씨 가문보다 대단한 가문은 없었기 때문이다.

자세한 상황은 전해 듣지 못했던 양문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몰라, 하지만 우리가 건드리면 안 되는 사람인 건 확실해. 그러니 일반 병동에서 치료받자. 지금은 준우를 치료하는 게 우선이야.”

서아란은 목소리를 낮추더니 연신 머리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래, 일반 병동도 나쁘지 않지. 병원장이 직접 제일 좋은 의사를 보내준다고 했잖아. 어이, 의사 양반.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지? 그러니 성심성의껏 모셔야 할 거야!”

“여보, 희지는 어디에 있어? 이렇게 큰일이 났는데, 희지가 빠지면 쓰나.”

“희지는 ZW그룹의 도련님이랑 데이트 중이에요. 괜히 이런 일로 방해하지 말아요.”

VIP 병동 주변에는 병원 보안요원과 개인 경호원이 줄을 지어 지키고 있었다. 아무도 가까이할 수 없도록 말이다.

서아란 등이 떠난 다음 차 한 대가 서서히 다가왔다. 경호원들은 바로 옆으로 비켜서서 길을 만들어냈다.

웬만한 집보다도 넓은 VIP 병실 안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침대 위에는 안색이 창백한 중년 남자가 누워 있었는데, 그가 바로 서해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거물 공규석이었다.

공규석은 원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야위었다. 호흡도 미약한 것이 이름도 모르는 액체를 주사한 덕에 연명하는 듯했다. 3년 전 서해 교도소를 멀쩡하게 떠날 때와는 누가 봐도 달랐다.

침대 곁에는 백발노인이 의료 기계를 만지작대면서 데이터를 기록하고 있었다. 못 보던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 공혜리는 곧바로 미간을 찌푸리면서 경호 팀장 김범식에게 물었다.

“김 팀장, 이 사람은 누구예요? 내가 아무도 병실에 못 들어오게 하라고 했잖아요!”

무서운 인상의 중년 남자는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이분이 형님을 치료하러 오신 전문가분 아니세요? 저는 아가씨가 모셔 온 분인 줄 알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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