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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었다

성연은 그제야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도 없는 틈을 타 누군가 일부러 임정용을 들여보낸 것이 분명했다.

자신을 향한 계략이 나름 꽤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대체 나와 무슨 원한이 있길래? 이렇게 악랄하고 비열한 모략을 꾸며!’

‘평범한 고등학생이 이런 지독한 방법을 쓰다니, 정말 무섭군,’

성연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누가 나를 해코지하려 했는지는 모르겠다만, 글쎄? 일단, 내가 알았으니…….’

마침 수업이 끝나는 음악 소리가 울렸고, 조용했던 교실 밖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성연은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렸다.

‘만약 애들이 돌아와서 지금 장면을 보면, 나는 죽어도 누명을 벗을 수 없겠지?’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서 CCTV의 위치와 높이를 살펴봤다.

그리고는 바로 창문으로 뛰어내렸다.

그녀가 있던 곳은 3층이었다.

성연은 몹시 빨랐다. 다른 교실 창문에 붙어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리고 긴 끈을 이용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높이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 교묘하게 CCTV 사각 지대를 이용해 움직였다.

일 분도 채 되지 않아서, 성연은 바닥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치맛자락과 몸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고, 강의동 1층으로 향했다.

바로 그 시각, 송아연과 그녀의 ‘친한 자매들’ 그리고 반 학우들이 하나 둘씩 교실 문 앞에 도착했다.

송아연과 ‘학교 자매들’은 각자 밀크티 한 잔씩을 들고 기분이 좋아 보였다.

달짝지근한 밀크티가 입안에 들어갔지만 송아연은 그 맛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마음은 다른 기쁨으로 가득차 있었으니까.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송성연의 처참한 몰골을 볼 수 있을 터였다. 생각만 해도 흥분되었다.

‘송성연이 강씨 집안의 보호 아래 있다 한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복도는 학생들로 붐볐다.

[문이 왜 잠겼어?]

[누가 마지막으로 나간 거야? 문은 왜 잠근 거야?]

[내가 나갈 때는 교실에 사람이 없었어. 그때만 해도 문이 열려 있었는데, 어떻게 된 거지?]

[누가 양심도 없이 문을 잠갔지? 사이코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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