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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이서의 요리 솜씨를 칭찬하던 배미희가 이내 식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들 왜 그래요?”

“잠시 나갔다 올게요.”

상언은 문밖의 지환이 신경 쓰이는 듯했다.

“마중 나올 필요 없어.”

바로 이때, 문어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이서는 무언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려 문어귀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문어귀에 서 있는 사람을 확인한 지엽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갔다.

그 사람은 바로 지환이었다. 다만, 그의 얼굴에는 은색 가면이 씌워져 있었으며, 정교한 그 가면 위에는 생동감 넘치는 용이 조각되어 있었다. 지환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신선과 같은 고귀함과 신비로움을 내뿜고 있었다.

자신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는 이서를 본 그는 인내심을 잃을 것만 같았다.

두 사람은 자석과 같아서, 지환이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서를 끌어당길 수 있는 듯했다.

‘이럴 수가!’

지엽의 심장은 순식간에 만신창이가 됐다.

“H 선생님? H 선생님 맞죠?”

지환의 앞에 선 이서는 온몸의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왜 이러지?’

지환은 마음이 복잡해졌다.

‘드디어 이서를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그는 떨리는 손을 내밀어 이서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이내 마이클 천의 경고를 떠올렸고 손을 거두었다.

“그래요, 나예요.”

그의 낮은 목소리는 아주 섹시했다.

“정말 H선생님이세요? 제가 상상했던 모습이랑... 정말 똑같으세요.”

이서가 떨리는 손으로 지환의 가면을 벗겨 얼굴을 확인하려 했으나, 그가 그녀의 손길을 피했다.

‘어머, 내가 무슨 짓을!’

이서는 난감해졌다.

“죄송해요, 얼굴이 너무 궁금해서 그만...”

“내가 더 미안해요. 난 아직 Y양에게 내 얼굴을 보여줄 수 없어요.”

“왜요?”

“Y양은 아직 내 모습을 볼 수 없으니까요.”

“저 때문이라는 거예요?”

지환이 이서를 한참 바라보다가 말했다.

“네.”

“그럼 언제쯤 얼굴을 보여주실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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