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밀히 말하자면, 두 다리 조금 위의 아랫배이다.예우림은 엄진우를 보더니 깜짝 놀라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누가 들어오래? 당장 나가...... 아니면 나...... 너 가만 두지...... 않아!”그녀는 거친 숨결로 소리를 지르며 경계심 가득한 눈길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사무실에서 발생했던 일이 또 한 번 재연될까 봐 두려웠다.엄진우는 예우림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저 다른 맘 없으니 안심하세요.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제가 좀 봐 드릴까요?”그 말에 예우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진우가 말했다.“식은땀을 많이 흘리신다는 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이렇게 버티시다가는 구급차가 와도 소용없어요.”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래, 상태만 확인하는 거야. 나한테 손 대면 가만두지 않아.”그제야 예우림은 엄진우의 접근을 허락했다.예우림의 창백하고 예쁘장한 얼굴과 움츠러든 살펴보니 이미 답이 나왔다.이호준이 그녀의 복부에 남긴 상처가 재발한 것이 틀림없었다.엄진우가 말했다.“발 줘봐요.”“뭐 하려는 짓이야?”예우림은 눈을 부릅떴다.“내가 말했지? 보기만 하고 손대지 말라고!”“죽기 싫으면 말 들어요!”엄진우는 순간 싸늘한 표정을 지었고 예우림은 깜짝 놀랐다.평소 얌전하던 엄진우가 화를 내니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늘씬하고 긴 다리를 내밀었다.엄진우는 두말없이 두 손으로 그녀의 발을 잡고 발바닥의 혈 자리를 눌렀다.“참아요. 격할 수도 있어요. 아, 물론 손의 힘을 말하는 거예요.”“꺅!”이내 예우림은 감전된 듯한 고통에 침대 시트를 꽉 잡고 소리를 질렀다.“됐어요.”엄진우는 그제야 예우림의 발을 놓아줬다.“대표님, 몸이 많이 허약하시네요. 평소에 운동도 좀 하고 보양식도 드세요.”비록 엄진우의 단약을 먹었지만, 예우림은 워낙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다시 재발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배가 아픈 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대체 뭘 한 거
“왜요?”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업무원칙에 따라 이혼을 권유하지 않는 겁니다. 두 분 혼인신고 하신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로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모범 부부의 모습을 갖추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직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두 분 아주 죽고 못사는 사이죠? 그런데 제가 어떻게 이런 찰떡궁합을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두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죽고 못 살아? 찰떡궁합? 서로 안 지도 이제 며칠 안 됐는데?예우림은 눈썹을 치켜들고 말했다.“업무원칙은 무슨! 그러면 우리 언제쯤이면 이혼할 수 있죠?”직원이 말했다.“적어도 한 달이 지나야 합니다.”가정법원에서 나온 후, 예우림이 불쑥 말했다.“그렇다면 이 결혼 잠시 킵해두지. 너도 먼저 나가지 말고 내 병이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사직해.”엄진우가 말했다.“그래요.”짧은 대답에 예우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뒤바뀌어도 이 남자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도무지 엄진우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이때 아우디 a5가 멈춰서더니 하얀 정장을 입은 박도명이 꽃다발을 들고 내렸다.“우림 씨!”“부청장님이 여긴 어떻게?”예우림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마침 지나가다가 봤어요. 회사까지 모실 테니 타세요. 아, 이 꽃은 제 마음입니다.”예우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 고마워요.”“별거 아닌데요, 뭐. 그리고 저 도명 씨라고 불러주세요.”박도명은 능청스럽게 웃더니 엄진우를 힐끗 보았다.“그런데 이분은?”“엄진우요, 회사 직원이에요.”예우림이 말했다.“아, 어제 말씀하셨던 그 방패막이로 쓰다 버릴 겁쟁이 약혼자요?”박도명은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한 번만 더 나불거리면, 그 입 찢어버립니다.”“엄진우, 너 부청장님한테...... 아니 도명 씨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예우림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도명 씨 너보다 훨씬 용감한 사람
엄진우가 궁금해 물었다.“올라오면 알아요.”소지안은 눈을 깜빡이며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부대표님 지시 사항이니까 거절은 거절할게요.”조금 전까지 불쾌하게 헤어졌는데 돌아서자마자 소 비서를 픽업 보내 어디로 가자니.수상쩍게 생각하며 엄진우는 눈썹을 약간 치켜세웠다.그러나 소지안이 전에 자신을 도와주기도 했으므로 크게 의심하지는 않고 차에 올라탔다.생각지도 못하게 소지안은 차를 몰고 가더니 한 술집 앞에 멈춰 섰다.“소 비서님. 부대표님이 저를 여기에 데려오라고 하셨어요?”엄진우는 약간 놀란 표정이었다.“헤헤, 들어가 보면 알 거 아니에요.”소지안은 반쯤 밀고 끌어당겨 엄진우를 한 곳으로 데리고 와서 앉아, 갑자기 자신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렸다.“진우 씨, 사실, 대표님 지시 같은 건 없었어요. 제가 데리고 오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소 비서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소지안은 입술을 오므리며 귀여운 표정으로 투덜거렸다.“소 비서님이라고 부르지 말아요, 지금 회사도 아닌데. 절 그냥 지안 씨, 아니면 지안아 라고 해도 돼요.”“.....”이 여자가 무슨 수작인지 일단 두고보자고 엄진우는 생각했다.그때 소지안이 또 입을 열었다.“진우 씨, 진우 씨는 부대표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조금 고민하다가 엄진우가 대답했다.“음... 뭐 비주얼이나 학벌, 아이큐, 능력,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죠?”그러자 소지안이 계속해 따져 물었다.“그럼 단점은요? 겁먹지 말고 말해봐요, 내가 절대 비밀을 지킬게요.”엄지우가 또 대답했다.“어... 그게... 좀 차가운 거 같아요,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는 뭐 그런 표정? 가끔 짜증도 좀 부리고요.”이때 소지안은 갑자기 검은색 스타킹을 입은 다리를 들어 올려 엄진우한테 갖다 대며 눈을 요염하리만큼 가늘게 뜨며 말했다.“그럼... 나랑 부대표님 비교해 봤을 때는 어때요? 난 그렇게 차갑지도 않은데... “당황스러운 기색의 엄진우다.“소 비서님, 이게 무슨...”
원준은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서 까다롭게 굴었다."능력이 대단한 것 같네? 어느 회사 출신이고 한 달에 몇 백만원을 버나요?"엄진우가 말했다."나는 지성그룹 영업부의 직원이고 얼마전에 정직원으로 되었다. 지금의 월급은 80만원이 될 것이다.""80만?"이 말을 듣고 원준의 친구들은 순식간에 얼굴색이 변했다.잘못 들은 건 아니겠지?몸값이 200억을 넘는 그들 사이에, 월급이 고작 80만인 찌글이가 끼어들다니?그들은 바로 엄진우를 조롱하기 시작했다."말도 안 돼, 80만이라니? 내 옷 한 벌의 값도 안 돼!""우리집의 강아지라도 한 끼에 7~8만 원이 들어! 정말 80만 원으로 살 수 있다고?"몇 억, 몇 십억을 쉽게 쓸 수 있는 그들에게 엄진우는 꽤 특이했다!원준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소지안의 친구라서 쫓아내지 않을 테니, 운이 좋다고 생각해! 우리가 아니었다면 너는 평생 이런 상류의 파티에 참석할 수 없었을 거야!"엄진우는 아예 눈을 감고 그 말을 개가 짖는 소리라고 생각했다.그는 자수성가인 명왕으로서, 집안을 의지하고 게으르기 짝이 없는 이런 자들을 가장 경멸한다. 그들과 말도 하기 귀찮았다.이를 본 소지안도 개입할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흥미를 갖고 지켜볼 준비였다.원준은 엄진우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그를 더욱 멸시했다. 정말 개보다도 못하네, 말 몇 마디로 그를 윽박질렀네!그는 옆에 있는 소지안을 바라보며 사근사근 말했다."지안아, 디저트를 많이 좋아하지? 이 바에 새로 온 프랑스의 파티시에가 국제적인 수준에 달하는 디저트를 만들 수 있다고 들었어, 그에게 디저트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까?""그래!"소지안은 신이 나서 대답했다.원준이 멋있는 척하며 손짓을 하자, 즉시 웨이터가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프랑스 디저트 한 세트를 준비해주세요!"웨이터는 즉시 그에게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네, 원준 씨, 원래 이곳의 프랑스 디저트는
이처럼 물 흐르듯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은 순식간에 온 장내를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만들었다. 바늘이 떨어져도 들릴 정도였다.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믿기 힘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작 월급 80만 원 받는 거지새끼가 프랑스어를 하다니?!프랑스인 파티시에는 얼어붙은 것처럼 떡하니 서있기만 했다.그걸 보고 원준은 기회는 이때다 하며 비웃었다."불어 할 줄 모르면 잠자코 있을 것이지, 뭘 나서? 저것 봐, 파티시에가 네 말을 못 알아듣잖아! 쥐뿔도 없는 게 허세는!”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티시에가 엄진우를 향해 엄지척을 하며 서투른 한국말로 말했다."여기 신사분, 당신 피부색이 황색만 아니면 난 우리나라 본토인을 만난 줄 알았을 거예요. 불어를 너무 잘하십니다. 원어민 수준이에요!”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입이 떡 벌어지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원준은 더더욱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한참 후에 파티시에가 떠난 뒤, 소지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엄진우 씨, 평소에는 어리숙해 보이던데, 이렇게 대단한 불어 실력을 갖고 있었네요?”담담한 표정인 엄진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이 정도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에요.”과거 북강과 서방 여러 국가 사이에서 주선하며 다닐 때 엄청나게 다양한 서양 언어를 익혔는데, 프랑스어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그러나 그의 말은 원준한테 상당히 거슬리게 들렸고 자신에 대한 적나라한 도발로 받아들였다.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프랑스어 좀 한다고 무슨 소용 있는데? 그런다고 월급 80만 받는 처지가 바뀌나? 난 프랑스어는 못해도 해외에 직접 갔다 온 사람이야! 해외에서 가라테 9단을 인정받은 몸이야. 무도 종사에 버금가는 실력이라고, 알아?!”원준의 말은 또 한 번 장내의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했다."뭐라고? 가라테 9단?”"무도 종사에 버금가는 가라테 9단?”"이야… 원준 도련님의 숨은 실력이 이 정도라니?!”무도를 숭배하는 이 세상에서, 힘이야말로 모든 것을
소지안은 아연실색하며 얼굴빛이 하얗게 질렸다."날 만지지 마! 내가 돈 줄게, 돈 엄청 많이 줄게!”"후, 돈도 당연히 내 거, 너도, 내 거!”거한은 흉물스럽게 웃었다.이런 놈은 딱 봐도 강호에서 거처 없이 떠돌며 무서울 게 하는 없는 그런 왈패 새끼다.소지안은 절망하였다….그런데 그때, 기다란 손가락이 다가와 불쑥 사내의 팔을 움켜잡았다.고요한 표정이 그대로인 엄진우가 입을 열었다.“저기, 뭐 좀 물읍시다. 가슴팍에 새긴 이 문신, 어떻게 생긴 건가요?”거한은 난데없는 놈과 난데없는 질문에 잠깐 어리둥절했다가,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V'자 문신을 한번 힐끗 보더니 엄진우의 얼굴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저리 꺼져! 날 방해하지 말고!”그러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의 거대한 몸집은 순식간에 거꾸로 날아갔다!머리가 벽에 통째로 처박혀 들어갔고 피가 거세차게 샘솟는 장면이 그야말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다!대체 어떻게 된…멍한 얼굴로 소지안은 그 자리에 선 채, 눈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휘둥그레졌다.엄지원이 글쎄…그 시각, 엄진우는 이미 손가락에서 기를 거둬들였다. 그는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그 한 개의 손가락을 보며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나도 참는다고 참았는데, 저 정도로 버릇이 없으면, 한 대 맞아줘야죠.”“엄진우 씨, 당신 지금… 손가락 한 개로 무도 종사를 날려버린 거예요?!”너무 황당하고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소지안은 온몸이 얼어붙었다."아니면요?”엄진우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장내가 드디어 또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저건, 괴물인가?원준과 그의 친구들은 넋이 다 나간 채로 엄진우를 바라본다. 숨까지 죽여가며.아까 그들이 싸웠더라면 죽은 건 저였다.엄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뚜벅뚜벅 걸어가 그 사내의 옷깃을 잡고 물었다.“너 아직 나한테 대답 안 했어. 이 가슴의 문신 어떻게 된 거냐고?”그가 이 문신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 V자 문신이 V 조직 구성원들의 표식이기 때문이다.이 사내는
"얘기 다 끝났어요?"집안 사람들의 거세찬 비난에도 예우림은 그저 무표정한 얼굴이다."제가 이 그룹 9개 팀을 인솔하는 부대표로서 이번 일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지겠습니다, 뭐 더 문제 될 거 있어요?”"책임을 져? 네가 어떻게? 이 큰 손실을 네가 무슨 수로?!”예정명이 버럭 화를 냈다. 그러나 예흥찬은 손을 저으며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하며 입을 열었다."이사회에서는 너한테 기한을 보름밖에 줄 수 없어. 그사이에 해결 못하면, 우림이 네가 자진사퇴 하거라!”“네!”짧게 대답한 후 예우림은 차가운 얼굴로 회의실을 나갔다.회의실에서 다 멀어진 후에야 그녀의 손은 바르르 떨려오기 시작했다.이번에 이호준이 병신 만들어진 것 때문에 호문에서 잔뜩 화가 나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지성그룹을 압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사회 그 늙은 구렁이들이 진작부터 그녀의 어머니가 물려주신 주식을 노리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룹의 위기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녀는 틀림없이 모든 것을 뺏길 것이다!예우림의 눈빛은 더없이 단단하고 확고해졌다.창해시 전체를 통틀어서 호문과 겨뤄볼 수 있는 상대는 갑부 소대호의 대호 그룹뿐이다.하지만 그녀의 이름으로 갑부한테 얼굴을 들이밀기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다른 인맥을 통하는 수밖에…그녀는 주소록을 열어 갑부를 알만한 사람이 있는지 하나하나 찾아보았다."시청 손 과장님이세요? 아, 그게… ”"UM 그룹 신 대표님이시죠? 전 지성그룹의 예우림입니다.”일련의 전화를 몇 통이나 해봤지만,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그때 무의식에 그녀의 뇌리를 스친 엄진우라는 이름…이상하게도 왜 이런 장면을 어디서 본 것 같은 데자뷔가 느껴졌다."쳇, 내가 그 사람한테 전화할 생각을 왜 해? 참, 뜬금없이!"예우림은 금세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그녀도 해내지 못하는 일을 일개 부하직원이 어떻게?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박도명한테 연락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하지만 뜻밖에도 박도명은 자신만만한 말투로 그녀한테 보증수표를 던졌
대호 그룹 맨 위층.장강수는 특별 통로를 통해 엄진우를 회장실로 모셨다.갑부 소대호가 흰색 셔츠 차림으로 회장실내에 있는 소파 위에 누워있었고, 그 옆에는 한창 열심히 약을 찧고 있는 노인이 한 명 있었다."장 회장, 어떻게 된 일이야? 신의를 모셔 온다며, 왜 요런 꼬맹이를 데리고 왔어?”소대호는 장강수의 뒤에 서있는 엄진우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지금 날 놀려먹자는 거야?”장강수는 짧게 코웃음을 쳤다."소 회장, 너 그 세모 눈깔로 아무 사람이나 만만하게 보고 그러면 안 돼! 이분은 엄 신의님이셔. 이분한테 치료받으려고 줄은 선 권세가가 한둘인 줄 아나? 치료받고 싶어도 못 받아!”이 말을 들은 소대호와 그 옆에 있는 노인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무런 설득력 없는 엄진우의 모양새에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안 믿을 판이었다."장 회장, 당신은 주먹만 쓸 줄 아는 무식한 사람이라 이런 사기꾼들한테 당하기 쉽상이야.”소대호는 예리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당신 같은 사람은 속여도, 우리 같은 장사치는 절대 못 속이지. 남한테 사기 치는 건 오히려 우리 같은 사람이 전문이야!”연공서열을 어디보다 따지는 의학계에서, 엄진우와 같은 나이는 서양의학이라면 기껏해야 수련의 인턴밖에 안 될 것이고, 한의학에서는 더욱더 말할 것도 없이 허드렛일이나 하는 수습생 정도일 것이다.저런 애송이가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준다는 건 어불성설, 얼토당토않은 얘기다.이때, 엄진우가 한마디 쌀쌀하게 내던졌다."뭐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아? 볼 거예요. 안 볼 거예요, 대체? 안 보면 난 가요.”장강수는 조급한 내색을 보이며 소대호를 얼른 나무랐다."소대호, 너 감히 엄 신의님께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이야! 나랑 연 끊고 싶어?”소대호는 쩝하는 소리를 내며 그제야 마지못해 말했다."알았어, 알았어. 네 체면을 봐서 내가 이놈한테 보이마.”엄진우는 그제야 소대호를 향해 걸어가서 맥을 짚어보려 했다.하나 그 순간, 소대호 옆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