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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이처럼 물 흐르듯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은 순식간에 온 장내를 쥐 죽은 듯이 조용하게 만들었다. 바늘이 떨어져도 들릴 정도였다.

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믿기 힘들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고작 월급 80만 원 받는 거지새끼가 프랑스어를 하다니?!

프랑스인 파티시에는 얼어붙은 것처럼 떡하니 서있기만 했다.

그걸 보고 원준은 기회는 이때다 하며 비웃었다.

"불어 할 줄 모르면 잠자코 있을 것이지, 뭘 나서? 저것 봐, 파티시에가 네 말을 못 알아듣잖아! 쥐뿔도 없는 게 허세는!”

그런데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티시에가 엄진우를 향해 엄지척을 하며 서투른 한국말로 말했다.

"여기 신사분, 당신 피부색이 황색만 아니면 난 우리나라 본토인을 만난 줄 알았을 거예요. 불어를 너무 잘하십니다. 원어민 수준이에요!”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이 입이 떡 벌어지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원준은 더더욱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한참 후에 파티시에가 떠난 뒤, 소지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

"엄진우 씨, 평소에는 어리숙해 보이던데, 이렇게 대단한 불어 실력을 갖고 있었네요?”

담담한 표정인 엄진우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이 정도는 나한테 아무것도 아니에요.”

과거 북강과 서방 여러 국가 사이에서 주선하며 다닐 때 엄청나게 다양한 서양 언어를 익혔는데, 프랑스어는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의 말은 원준한테 상당히 거슬리게 들렸고 자신에 대한 적나라한 도발로 받아들였다.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프랑스어 좀 한다고 무슨 소용 있는데? 그런다고 월급 80만 받는 처지가 바뀌나? 난 프랑스어는 못해도 해외에 직접 갔다 온 사람이야! 해외에서 가라테 9단을 인정받은 몸이야. 무도 종사에 버금가는 실력이라고, 알아?!”

원준의 말은 또 한 번 장내의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게 했다.

"뭐라고? 가라테 9단?”

"무도 종사에 버금가는 가라테 9단?”

"이야… 원준 도련님의 숨은 실력이 이 정도라니?!”

무도를 숭배하는 이 세상에서, 힘이야말로 모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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