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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영원히 친구가 될 수 없다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네.’

“한서영, 기회 줄게. 네가 직접 저 작품 전시회에서 내려달라고 해. 안 그러면 후회하게 할 테니까.”

서영은 하연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하연에게 원고도 없고 그렇다 할 증거도 없으니 쫄릴 것도 없었기에 오히려 당당하게 대답했다.

“마음대로 하던가.”

이 말을 끝으로 등을 곧게 펴고 도도하게 돌아선 서영은 문을 연 순간, 태현과 딱 맞닥뜨렸다.

“태현 오빠! 여긴 어쩐 일이에요?”

태현은 서영의 말을 무시한 채 멀리 떨어져 있는 하연에게 눈길을 주더니 무심코 물었다.

“너 하연 씨랑 언제부터 이렇게 친했어?”

서영은 우습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태현 오빠, 그게 무슨 소리예요. 친하긴요. 최하연은 최씨 가문 아가씨인데, 저 같은 사람이 쳐다나 볼 수 있겠어요?”

분명 겸손한 내용이었지만 들을수록 괴상야릇했다.

“아하.”

태현은 말꼬리를 길게 늘어뜨리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서영도 곧바로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태현을 지나쳤다.

서영이 떠나자 태현은 고개를 숙여 제 핸드폰을 바라봤다. 액정에는 약 5분 정도 녹음된 녹음 파일이 있었다.

태현은 어두운 눈빛으로 저장 버튼을 눌러 녹음 파일을 저장하고는 먼저 하연에게 인사했다.

“하연 씨, 오랜만이네요.”

태현은 오늘 여느 때처럼 하연을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하연은 의외라는 듯 눈썹을 약간 치켜 올리며 물었다.

“안 교수님과는 무슨 사이예요?”

태현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싱긋 미소 지었다.

“성이 똑같다는 건 깊은 관계를 뜻하지 않겠어요? 왜요? 하연 씨도 우리 영감탱이 제자로 들어오게요? 하연 씨 이력이면 충분히 더 좋은 기회가 많을 텐데요.”

하연은 이내 태현의 뜻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안형준과 안태현이 부자 사이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군요.”

“참, 하연 씨.”

태현은 다시 하연을 불러 세웠다. 물론 지난날 자기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한 걸 인정하지만, 진심이 장황한 말보다 더 효과가 있다는 것쯤은 태현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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