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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화 승부욕

지연은 뭐가 잘못됐는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안형준이 저 대신 하연을 선택하는 순간부터 스승과 제자의 감정에 금이 갔다고만 생각했다.

이에 지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 섞인 태도로 밀어붙였다.

“교수님이 눈여겨보시던 인재도 별거 없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안형준의 얼굴은 잿빛이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 하연도 결정을 내렸다.

“엄지연 씨, 경합 받아들이겠습니다.”

지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짱 하나는 칭찬할 만하네요. 하지만 제 말 고깝게 듣지는 말아줘요. 전 절대 봐주지 않을 테니까 마음의 준비 단단히 해야 할 거예요.”

지연은 자기 실력에 매우 자신했다.

그 말에 하연은 느긋하게 대답했다.

“기대할게요. 하지만 지연 씨는 스승님에 대한 존중을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네요.”

지연의 낯빛은 순식간에 변했다.

“그쪽이 무슨 자격으로 날 가르치죠?”

하연 역시 물러서지 않고 맞받아쳤다.

“자격까지는 아니고, 그저 좋은 마음에 경고하는 겁니다.”

방금 하연의 말에 체면이 깎인 지연은 이내 안형준을 바라봤다.

“교수님, 저...”

하지만 안형준은 손을 휘휘 저으며 대범한 태도를 보였다.

“됐어. 이젠 우리도 늙었으니 젊은이들한테 무대를 넘겨줘야 할 때도 됐지. 그러니까 실력 제대로 보여줘. 사람들도 공정한 눈을 갖고 있으니 승부는 반드시 갈라질 테니까.’

지연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눈빛이 어두워지며 아차 싶었다.

‘매번 이 승부욕이 문제네. 하지만 뭐, 이기면 되는 거니까. 내가 반드시 이길 거야.’

“최하연 씨, 우리 실력으로 승부 봐요. 사흘 뒤, 어떤 작품 내놓는지 두고 볼게요. 저한테도 하연 씨 실력 한번 보여 줘봐요.”

“그래요. 작품으로 승부 봐요.”

하연 역시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쌍의 눈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지연은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별의별 상황을 접한 적 있고 익숙해진 터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두 사람을 보자 오히려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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