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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화 상혁의 도움

회사로 돌아온 하연은 최근 급하지 않은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루거나 유미한테 맡기고는 이번 패션쇼와 관련된 자료를 열심히 공부했다.

밖은 어느덧 어둠이 드리웠지만 DS그룹 맨 꼭대기 사무실은 여전히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서류 한 뭉치를 안고 온 상혁은 유리 창 너머에서 저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하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윽고 노크를 하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인 건 바닥에 널브러진 디자인 원고였다. 상혁이 허리를 숙여 한 장 한 장 열심히 줍는 동안, 하연은 펜 끝을 입에 물고 수심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 상혁을 발견한 순간 모든 방어선이 와르르 무너진 듯 투덜댔다.

“상혁 오빠, 어떡해요? 저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요.”

상혁은 원고를 모두 정리해 하연에게 다가갔다.

“떠오르지 않으면 잠깐 휴식해. 자기를 너무 몰아붙이지 마.”

하연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런데 벌써 하루가 지나갔어요.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어떻게 그래요.”

상혁은 손을 뻗어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그녀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빼앗으며 일으켜 세웠다.

“잠깐만 휴식해. 나랑 어디 같이 좀 다녀오자.”

“네? 어디 가는데요?”

하연이 어리둥절해서 물었지만 상혁은 뭔가 숨기기라도 하는 듯 아무 말 없이 하연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에 도착하자 상혁은 말없이 하연을 조수석에 태웠다. 그러자 참지 못한 하연이 끝내 물었다.

“상혁 오빠, 어디 가는데요?”

“가면 알아.”

상혁은 여전히 뜸을 들이더니 시동을 걸었다.

창밖으로 언뜻언뜻 지나가는 건물을 보며 살살 부는 밤바람을 쐬니 복잡했던 마음은 어느새 조금씩 차분해졌다.

그렇게 한참 달리니 차는 도시를 지나 웬 고풍스러운 거리에 이르렀다.

상혁이 주차 구역을 찾아 차를 세우는 사이, 하연은 놀란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시립문화전당? 여긴 왜 왔어요?”

상혁은 시동을 끄고 차 키를 뽑았다.

“가자, 영감 찾으러.”

하연은 의아한 눈빛으로 상혁을 봤지만 끝내 순순히 그의 뒤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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