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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백아현이 너무 오바를 한 나머지 마침내 함은숙까지 움직이게 했다.

함은숙은 조은서를 찾아갔다.

당시 조은서는 한 백화점 행사에서 연주하고 있었다. 이벤트 회사에서 빌린 저렴한 드레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손에는 밴드가 여러 개 붙어 있었다.

말하지 않으면 누가 YS그룹 작은 사모님이라고 상상이나 할까?

함은숙은 무대아래에서 심각한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조은서는 그녀를 보고 손가락을 멈칫했지만, 바이올린 연주에 집중했다.

휴식 시간에 함은숙이 다가와서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밖에 카페 있으니 거기서 기다릴게.”

말을 마치고 바로 자리를 떠나셨다.

조은서는 계속 연주를 시작하려 했지만, 옆에 동료가 걱정하며 다가와 물었다.

“은서 씨,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아까 그 여자분 보통이 아닌 것 같던데.”

조은서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괜찮아요. 아는... 어른이세요.”

동료는 반신반의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조은서는 자기 옷으로 바꿔입고 맞은편 있는 카페로 향했다.

함은숙은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너무 세련되어 눈에 튀었다.

조은서는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함은숙은 그녀에게 레모네이드 한 잔을 주문해 주고 차분하게 말했다.

“커피는 피부에 안 좋아.”

이어서 조은서가 입고 있는 옷을 보며 참지 못하고 잔소리를 시작했다.

“인생 경험을 쌓고 싶다면 내가 최고의 오케스트라에 소개해 줄게. 이런 곳이 네가 유씨 집안 며느리로서 올 자리니? 그리고... 네가 지금 입은 옷도. 선우 오기 전에 모든 걸 원래대로 돌려놔야 한다. 아주 모든 게 엉망이야.”

그녀는 많은 것을 말했다.

조은서는 조용히 듣고 있다가 마지막에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전 이렇게 지내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저 선우 씨와 이혼하겠습니다. 선우 씨가 지금 어디에 갔는지는 알고 계시죠?”

함은숙은 순간 숨이 막혔다.

조은서가 처음 이런 딱딱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리고 조은서는 그녀를 어머니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예전에는 유선우가 아무리 조은서를 차갑게 대해도 시어머니인 함은숙을 만날 때면 그녀는 항상 공손하고 다정하게 대했다.

한순간 함은숙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

조은서는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어머님이 절 싫어하시는 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찾아오셨을 때 많이 놀랐습니다. 전 어머님이 항상 저와 선우 씨가 이혼하길 바라신다고 생각했거든요.”

함은숙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만난 조은서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더 이상 온순하게 ‘네네 알겠습니다’만 하던 그녀가 아니라 날카롭게 변했다.

하지만 함은숙은 수십 년 동안 상류층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몇 가지 수단을 갖고 있었다. 그녀는 조은서의 말을 듣고 흔들림 없이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난 네가 너무 예뻐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 예뻐도 너무 예쁘잖아... 너무 예쁜 여자는 별로야. 하지만 난 백아현이 우리 집 문턱을 넘는 건 더 싫다. 어떤 출신인지도 모르는 애가 감히 우리 유씨 가문의 문턱을 넘으려고 하다니.”

함은숙은 갑자기 또 미소를 지었다.

“근데 이젠 그 애한테도 기회는 없어. 다리가 부러지고 거기에 이혼까지 했으니. 선우는 물론이고 평범한 남자도 원하지 않을 거야.”

조은서는 함은숙의 말을 듣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함은숙은 여전히 여유가 흘러넘쳤다.

그녀는 조은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낮게 감탄했다.

“넌 정말 아름답구나. 그래서 선우가 널 싫어하면서도 놓지 못하는 거야.”

말을 마친 함은숙은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내가 선우한테 일러두마, 너 데리러 가라고.”

끝으로 그녀는 다시 한번 질색했다.

“여긴 너와 어울리지 않아.”

함은숙은 카페를 나갔다. 밖에 검은색 밴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가 정중하게 차 문을 열었다. 그녀는 차에 올라 호화로운 좌석에 등을 편히 기대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조은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길든 애완동물처럼 자유도 없고 남편도 자기를 존중해 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절을 겪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는 젊었을 때 아름다운 미모가 없었나? 여태껏 남편의 마음 하나 사로잡지 못하는 것이 한심했다.

‘조은서는 역시 아직 너무 어리고 충동적이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함은숙은 또다시 짜증이 나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성숙하고 뛰어난 외모와 분위기가 사람들 속에서도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저런 잡종 새끼.’

앞에 운전기사는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어떻게 사모님이 저런 저속한 말씀을 하실 수 있을까, 분명히 그가 잘못 들은 것이다.

함은숙이 떠난 뒤.

조은서는 카페 안에 혼자서 몇 분 동안 앉아 있었다. 그녀는 매일 바쁘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자신의 처지를 슬퍼할 시간도 없었다.

밤늦게 돌아가는 길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바이올린이 비에 젖을까 봐 그녀는 겉옷을 벗어 가방을 감싸고 버스 정류장으로 달려갔다.

그녀는 요즘 택시를 타는 것이 아까웠지만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비가 내려 택시가 쉽게 잡히지 않았다. 늦은 밤 빗속에서 30분을 서서 기다린 조은서는 추워서 덜덜 떨고 있었다. 결국 집까지 달려가려고 했다.

바로 앞 빗물이 고여 있는 길가에 검은색 고급 세단이 멈춰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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