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화

차에서 내린 조은서는 다리에 힘이 다 빠졌지만, 그 모습을 유선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다리에 힘을 주고 걸어갔다.

사실 오늘 같은 상황은 조은서에게 있어 그렇게 충격적인 일은 아니었다.

지난 3년간 유선우는 여러 해괴한 자세들을 그녀에게 요구해 왔고 오늘도 그런 요구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 게다가 어차피 끝까지 간 것도 아니었다.

복도에는 아직도 남녀가 함께한 뜨거운 공기가 남아 있었고 조은서는 민망함을 느끼며 얼른 아까 바닥에 떨어졌던 수제만두 도시락 통과 한 쪽에 방치된 바이올린을 주워 들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드디어 집 앞에 도착한 조은서가 막 문을 열려고 할 때 누군가가 그녀를 불렀다.

"은서야!"

그때 복도 전등이 켜졌고 조은서는 익숙한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혜?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병원에 들렀다가 정희 이모한테 너 어디 사는지 들었어."

임지혜는 조은서 곁으로 다가와서는 진이 다 빠진 사람처럼 칭얼거렸다.

"나 비행기에서 내려서 병원 갔다가 여기로 곧장 온 거니까 빨리 나 밥 줘. 12시간째 아무것도 못 먹었어. 기내음식 너무 맛없더라."

조은서는 문을 열어 그녀를 집으로 들여보냈다.

캐리어를 끌고 안으로 들어간 임지혜는 방안을 한 번 쓱 둘러보더니 코끝이 찡해져 몸을 돌려 조은서를 꽉 끌어안았다.

조은서는 임지혜가 이러는 이유를 알겠는지 애써 웃어 보였다.

"나 괜찮아, 지혜야. 이제 많이 적응됐어. 진짜야."

임지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조은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으니까. 태어나길 금수저였던 조은서가 이런 원래 살던 집 화장실만 한 곳에 적응됐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한참을 껴안고 있다가 울컥하는 마음이 조금은 가라앉은 임지혜가 웃으며 말했다.

"나 먼저 샤워할 테니까 빨리 밥 줘. 오늘은 나도 여기서 잘 거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친구랑 회포 좀 풀어야지."

조은서는 요리를 잘했다. 하여 임지혜가 샤워하는 동안 그녀는 만두를 데운 후 파스타 2인분과 소시지까지 반찬으로 구웠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