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조은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고 손을 들어 유선우를 밀어내며 필사적으로 그의 입술을 피했다. 그러고는 잠긴 듯한 목소리로 그를 제지하려고 했다."선우 씨, 우리 더 이상 이러면 안 돼요."하지만 잔뜩 흥분한 유선우에게 그 말이 먹힐 리가 만무했고 그는 그녀의 입술을 살짝 깨물며 당당하게 말했다."왜 안 되는데? 우리 아직 법적으로는 부부야."유선우는 어젯밤 그녀를 안지 못한 것을 지금 다 터트리려는 사람처럼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고 놔주지 않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손짓 하나하나에 녹아내리는 그녀의 모습을 뇌리에 각인시키듯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조은서는 힘을 쓰지 못하면서도 싫다는 말을 멈추지 않았고 유선우 역시 자신의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때 유선우가 그녀의 몸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눈을 마주치며 음담패설을 했다."입은 싫다고 하면서 몸은 솔직하네. 네가 지금 얼마나 음란한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정도야."조은서는 그 말에 화를 내며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대꾸했다."선우 씨도 똑같거든요!"유선우는 또다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재력도 있고 얼굴도 잘생긴 유선우와 어떻게든 하룻밤을 보내려고 하는 여자는 수도 없이 많지만, 그 어떤 여자도 그의 침대까지는 오지 못했고 그들은 유선우가 잠자리에서 얼마나 독재자 같은 스타일인지 알 길이 없었다.반강제로 시작되는 정사는 언제나 유쾌할 리가 없었고 조은서는 지금 최대한 잠자리로 이어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다.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주인님, 할머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사모님이 여기 있는지 물으십니다... 어떻게 답변해야 할까요?"침실 안은 잠시 정적이 흘렀고 조은서는 이때다 싶어 유선우를 밀어버린 후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며 문 뒤에 서 있는 고용인을 향해 말했다."제가 곧 찾아뵙는다고 전해주세요."고용인은 알겠다고 한 후 몸을 돌려 아래로 내려갔다.조은서는 옷을 정리하며 유선우에게 물었다."내가 입고 온 옷은 어디 있어요?""찢어 던져버렸어."유선우는
유선우의 목소리에 잡념에서 깨어난 조은서가 주위를 둘러보니 어느새 차량은 교차로에 진입했고 빨간불이라 멈춰있었다.그녀는 유선우의 손을 뿌리치며 얼굴을 홱 돌리고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아무 생각도 안 했어요."유선우는 조은서의 옆얼굴을 보며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다 잠시 그녀와의 예전 기억을 떠올렸다.조은서는 20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유선우와 결혼했고 막 결혼했을 당시 그녀는 그를 아주 많이 사랑했었다. 매일 밤 유선우가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는 위층에서 달려 내려와 그의 가방을 들어주며 오늘 저녁은 뭔지 옆에서 조잘거렸고 항상 그를 위해 목욕물을 직접 받아주었다.그러고 저녁이 되면 유선우가 일부러 그녀를 아프게 해도 꾹 참고 싫다는 말도 못 한 채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작은 목소리로 천천히 해달라고 애원만 했었다.신혼 때의 조은서는 항상 에너지가 넘쳤고 밝았지만,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그녀는 점점 웃지 않게 되었고 그에게 애교도 부리지 않게 되었다.드디어 유선우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듯 보였다. 또한, 그녀가 아무리 노력한들 그의 마음은 열리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조은서는 여전히 다정했지만, 이 다정함은 부부의 의무 같은 거였고 거기에 사랑은 없었다. 그녀가 취중 진담으로 뱉어낸 말처럼 사실 그녀는 꽤 오래전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유선우는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그녀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그러다 마침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고 그는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조은서는 창밖 풍경을 구경하다 길거리 옆에 있는 레스토랑을 보고는 멈칫했다. 그곳은 얼마 전 그녀가 바이올린을 연주했던 곳이었고 고작 며칠 사이에 폐업해버렸다. 의문을 품고 있던 조은서는 이내 거기에서 허민우와 마주친 사실과 그 뒤로 집 복도에서 유선우와의 일을 떠올리고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녀는 그제야 왜 유선우가 그녀를 데려다주겠다고 고집을 피웠는지 알 것 같았다."선우 씨,
위층으로 올라가 봤지만 심정희는 집에 없었다.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심정희는 유선우의 별장으로 전화를 걸지 않았다고 한다. 조은서는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별장의 고용인이 심정희를 도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모처럼 출근할 필요가 없게 된 그녀는 샤워를 마치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그녀는 또 유선우와 신혼 때의 생활을 꿈꿨다. 꿈속에서 유선우는 그녀에게 여전히 차가웠고 그의 말투에는 늘 짜증이 섞여 있었다. 갑자기 울린 핸드폰 소리에 그녀는 잠에서 깨어났다. 확인해 보니 유선우한테서 온 짧은 문자였다.「내일 할머니 뵈러 가는 거 잊지 마. 퇴근하고 로열 호텔로 데리러 갈게.」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유선오가 백아현을 위해 준비한 불꽃놀이가 생각난 조은서는 그가 보내온 돈을 덥석 받아 유기 동물 단체에 기부해 버렸다. 새벽 1시, 유선우의 차가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그는 의자 등받이에 기대에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마침 조은서가 돈을 받은 알람이 화면에 떴다. 그녀가 무슨 말이라도 답장을 보낼 줄 알았다.예전의 그녀는 툭하면 그에게 문자를 보내길 좋아했다. 특별히 중요한 일이 없어도 문자를 자주 하곤 했었다. 그녀의 쓸데없는 문자에 그는 단 한 번도 답장을 한 적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씨 가문이 망한 뒤로 조은서는 두 번 다시 그에게 문자를 보낸 적이 없었고 더 이상 침대에서 강아지처럼 그의 목에 얼굴을 파묻고 자신을 좋아하냐고 물은 적도 없었다. 다만 그녀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그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처음으로 유선우는 혼자 차에 앉아 조은서를 생각하며 그들의 결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른 아침, 조은서는 병원에 다녀왔다. 과일을 잔뜩 사 들고 나타난 그녀를 보고 심정희는 마음속으로 매우 기뻤지만 겉으로는 왜 쓸데없이 돈을 썼냐고 그녀를 꾸짖는 척했다. “며칠 전에 사 온 것도 아직 다 먹지 못했는데 왜 또 사 왔어?
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지우 때문에 이지훈은 그녀에게 친절하지 않았고 그저께 밤에는 그녀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근데 지금 그가 자신을 데려다주겠다고 한다. 조은서는 무의식적으로 그가 좋은 마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지훈 씨, 더 이상 날 난처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이지훈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그랬었죠.”말을 마친 그는 차에 시동을 걸고는 바로 자리를 떴다. 그녀는 이지훈과의 일은 한 단락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날 밤, 그녀는 로열 호텔 56층에서 그를 또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는 차준호 등 몇몇 사람들과 카드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어린 모델과 연예인들도 몇몇 있었다.조은서가 무대에 오르자 이지훈은 고개를 들었다. 무심코 한 그의 작은 동작을 옆에 있던 차준호가 눈치를 챘다. 차준호는 무대 위에 있는 조은서를 쳐다보고는 무심하게 카드를 냈다. “이지훈, 너 평소에는 여기 잘 안 왔잖아. 오늘은 웬일이야? 네가 여기까지 다 오고?”“왜? 반갑지 않은 거야?”담담하게 말하는 이지훈을 보고 차준호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럴 리가. 네가 맨날 와서 우리 매상이나 올려주면 좋겠어.”그 말에 이지훈은 아무 말도 없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침 그때 유선우가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색 셔츠에 검은색 바지, 남색 얇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있는 그는 늘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들어오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을 바로 사로잡았다. 차준호는 이지훈를 쳐다보았고 이지훈은 자세를 바꾸고는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유선우, 너도 왔어? 왜... 은서 씨 데리러 온 거야?”그의 농담에 유선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유선우는 차준호의 맞은편에 앉아 주머니 속에서 담뱃갑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은서 데리고 본가로 가서 하룻밤 자고 올 거야. 할머니가 은서 많이 보고 싶어 하시거든.”그의 말에 차준호는 피식 웃었다.“재밌네
“너 여기 병 났다고. 잊지 마, 저 여자가 누구 와이프인지.”한편, 여자 탈의실에는 조은서밖에 없었다. 드레스를 벗고 검은 속옷만 입고 있는 그녀의 하얀 몸은 전등 아래에서 더 빛이 났다. 갑자기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문이 열렸다.문 앞에 유선우가 서 있었다. 그는 그녀를 쳐다보며 탈의실의 문을 잠궜다...그의 행동에 조은서는 입술을 깨물었다.“유선우 씨, 여기 여자 탈의실이에요.”유선우는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그녀를 향해 걸어왔고 그녀가 반응하기도 전에 그녀의 손에 있던 셔츠를 낚아챘다... 그러고나서 한 손으로 그녀를 옷장 앞으로 밀어내고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런 것에 익숙지가 않았던 그녀는 온몸에 닭살이 돋는 것만 같았고 몸을 살짝 떨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들어오기라도 할까 봐 소리조차 지르지 못했다. 유선우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저 그녀를 조용히 쳐다볼 뿐이었다. 두 사람이 부부 사이가 아닌 척... 처음 그녀의 몸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그의 눈빛에는 욕망조차 없었다. 잠시 후, 그가 손을 풀자 그녀는 말없이 등을 돌리고는 손가락을 떨며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는 개의치 않은 말투로 입을 열었다. “유선우 씨, 뭐 하자는 거예요?”그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했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조은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혼을 요구할 때도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마음속에 조은서는 자신의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많은 남자가 자신의 아내를 노리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걸 예전에는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뒤에 서 있던 그가 그녀의 몸에 바싹 달라붙었다. 은은한 담배 향기가 코끝을 자극했고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귓가를 맴돌고 있었다. 수정같이 반짝이는 그녀의 피부는 연한 핑크빛으로 물들어져 더욱 매력적이었다. 유선우는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고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허스키한 목소리를 입을 열었다.“당신을 어쩌면 좋을까? 예쁜 여자는 화의 근원이라고 해야 하나...
유씨 본가, 등불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고용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각종 보양식 요리가 식탁을 가득 메워 찼다. 최숙자는 옆에 앉아 두 사람이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혹여나 손주가 남자구실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특별히 주방에 자라탕을 끓이라고 일러두었다. 그리고 조은서에게는 여인에게 좋은 보양식을 직접 챙겨주었다.최숙자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내가 날짜까지 다 알아봤어. 오늘 밤에 틀림없이 임신할 수 있을 거야.”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조은서는 여전히 얼굴이 붉어졌다. 게다가 옆에 고용인들이 여럿 서 있었으니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유선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얼굴조차 붉히지 않고 담담하게 최숙자를 달랬다.“그럼 이따가 열심히 해 겠네요. 우리 할머니한테 일찍 손자 안겨드리려면.”최숙자는 곧 증손주라도 태어날 것처럼 싱글벙글 웃었고 이내 유선우에게 자라탕 한 그릇을 더 챙겨주었다.“몇 시간 동안 푹 끓인 거야. 뜨거울 때 얼른 먹어... 남자 몸에 좋은 거야.”유선우는 얼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자라탕을 먹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조은서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결혼 생활 3년 동안, 매번 잠자리를 하고 나서 그는 늘 그녀에게 약 먹는 걸 잊지 말라고 주의를 줬었다.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지만 최숙자 앞에서 연기를 했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그가 그녀를 쳐다보고는 이내 휴지로 입술을 닦았다.“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은서랑 전 먼저 올라가 볼게요.”“그래, 얼른 올라가서 쉬거라.”말을 마치고 최숙자는 향을 피우러 갔다. 그녀는 향을 피우면서 중얼거렸고 함은숙이 유씨 가문의 대를 잇는 문제에 관심이 전혀 없다고 불평을 드러냈다. ‘아들 며느리가 모처럼 왔는데 어떻게 일찍 잘 수가 있는 건지...’한편, 유선우는 그녀의 가는 팔목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왔다. 침실로 돌아온 뒤, 조은서는 그의 팔을 세게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그만해요. 당신한테 맞춰서 연기까지
그가 비꼬는 말투로 입을 열었다.“조은서, 당신 참 마음이 넓은 여자군.”말을 마친 그는 샤워를 하러 욕실로 향했다. 10분 뒤, 욕실에서 나온 그는 소파에 얇은 이불을 깔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오늘 밤은 소파에서 잘 생각인가 보군.’그는 저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방금 어렵게 억눌렀던 화가 또다시 올라왔다. 그는 조은서를 덥석 안아 올려 침대로 향했고 그녀를 침대 위로 던지고는 그녀의 위로 올라탔다. 조은서는 얼굴을 베개에 파묻고 있었다. 유선우는 그녀와 잠자리를 할 생각은 없었지만 너무 화가 나서 그랬다. 그녀를 놓아주려고 하려는 찰나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문자 한 통이 왔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이 늦은 시간에 누구야?”“당신이 상관할 일 아니에요.”그의 거친 손길에 화가 났던 조은서는 차갑게 대답했다. 그는 그녀의 어깨를 누른 채 몸을 기울여 침대 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어 그녀의 지문으로 핸드폰 화면을 열었다. “유선우 씨, 당신한테 이런 권리 없어요.”유선우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고 문자를 쳐다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허민우가 보낸 문자였다. 별다른 문구가 없이 그냥 야경 사진 한 장만 보내왔다. 문자로 봐서는 감정이 전혀 섞인 것 같지 않았지만 그러나 성인인 그가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사랑하는 여자에게는 밤늦게라도 이런 것을 공유하고 싶은 한 남자의 마음을...그는 한참 동안 핸드폰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아래에 누워있는 여인을 쳐다보았다. 하얗고 작은 얼굴, 앙증맞은 코는 빨갛게 달아올랐고 우는 모습조차 섹시해 보였다.‘이러니까 남자들이 당신한테 반한 거겠지.’유선우는 핸드폰을 집어던지고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이 늦은 시간에 당신한테 문자를 한다고? 말해... 두 사람 어디까지 간 거야? 응?”말을 하면서 그가 그녀의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녀의 약점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베개에 엎드려 있던 그녀는 벗어나고 싶었지만 벗어날 수가 없
그녀는 그의 품 안에서 떨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별로 좋지 않았던 추억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3년 동안 그녀의 몸은 점점 그의 몸에 익숙해졌다. 한창 뜨거워지고 있을 때 갑자기 핸드폰 소리가 울렸다. 그는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핸드폰을 확인했고 진 비서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잠시 망설이던 그가 퉁명스럽게 전화를 받았다.“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전화기 맞은편, 진 비서의 목소리는 다급하기만 했다.“대표님, 백아현 씨가 B시로 왔습니다.”그의 말에 유선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고 그가 조은서를 힐끗 쳐다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그러나 방금 진 비서의 그 말은 조은서도 듣게 되었다. ‘백아현이 B시로 돌아왔다고?’ 유선우가 마침내 자신의 내연녀를 이 집안으로 끌어들일 생각인 것 같다. 이건 그의 아내로서 조은서한테는 엄청난 모욕이었다.2분 뒤, 유선우가 약간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한편, B시로 돌아온 백아현은 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인 바람에 실수로 넘어져 또다시 다리가 부러지고 말았다. 그녀의 부모는 기자들에게 백씨 가문은 유씨 가문과 혼약을 맺은 사이라고 발표했다. 이건 엄청난 스캔들이었다. 유선우는 직접 가서 이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간 김에 백아현도 처리할 생각이었다. 옷을 입고 있던 그가 힘없이 침대에 엎드려 있는 조은서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먼저 자. 내일 아침 데리러 올게.”조은서는 등을 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투를 집어 들면서 그는 그녀를 다시 한번 쳐다보았고 이내 급히 자리를 떴다. 얼마 후 마당에서 자동차의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오늘 밤 그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지난날의 일들이 생각났다. 매번 유선우가 백아현을 보러 H시로 갈 때 마다 그녀는 늘 신경이 쓰여 밤잠을 설치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자신이 더 이상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