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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유씨 본가, 등불이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고용인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고 각종 보양식 요리가 식탁을 가득 메워 찼다.

최숙자는 옆에 앉아 두 사람이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봤다. 혹여나 손주가 남자구실 제대로 하지 못할까 봐 특별히 주방에 자라탕을 끓이라고 일러두었다. 그리고 조은서에게는 여인에게 좋은 보양식을 직접 챙겨주었다.

최숙자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날짜까지 다 알아봤어. 오늘 밤에 틀림없이 임신할 수 있을 거야.”

결혼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조은서는 여전히 얼굴이 붉어졌다. 게다가 옆에 고용인들이 여럿 서 있었으니 민망할 수밖에 없었다.

유선우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얼굴조차 붉히지 않고 담담하게 최숙자를 달랬다.

“그럼 이따가 열심히 해 겠네요. 우리 할머니한테 일찍 손자 안겨드리려면.”

최숙자는 곧 증손주라도 태어날 것처럼 싱글벙글 웃었고 이내 유선우에게 자라탕 한 그릇을 더 챙겨주었다.

“몇 시간 동안 푹 끓인 거야. 뜨거울 때 얼른 먹어... 남자 몸에 좋은 거야.”

유선우는 얼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자라탕을 먹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며 조은서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매번 잠자리를 하고 나서 그는 늘 그녀에게 약 먹는 걸 잊지 말라고 주의를 줬었다. 아이를 갖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지만 최숙자 앞에서 연기를 했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챈 그가 그녀를 쳐다보고는 이내 휴지로 입술을 닦았다.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네요. 은서랑 전 먼저 올라가 볼게요.”

“그래, 얼른 올라가서 쉬거라.”

말을 마치고 최숙자는 향을 피우러 갔다. 그녀는 향을 피우면서 중얼거렸고 함은숙이 유씨 가문의 대를 잇는 문제에 관심이 전혀 없다고 불평을 드러냈다.

‘아들 며느리가 모처럼 왔는데 어떻게 일찍 잘 수가 있는 건지...’

한편, 유선우는 그녀의 가는 팔목을 잡고 위층으로 올라왔다. 침실로 돌아온 뒤, 조은서는 그의 팔을 세게 뿌리치며 차갑게 말했다.

“그만해요. 당신한테 맞춰서 연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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