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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조은서는 임대 주택으로 달려갔다.

저 멀리 심정희가 우산을 들고 아래까지 내려와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조은서는 속도를 늦췄다.

“어머니 왜 나와 계세요?”

집에 돌아와서 심정희는 타월로 그녀의 머리를 말려주며 말했다.

“걱정돼서 다시 와 봤어.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택시 타지 그랬어?”

조은서는 말했다.

“비가 내리니까 택시가 잡히지 않더라고요.”

심정희는 그녀에게 어서 샤워하라고 재촉했다. 그사이 그녀가 따뜻하게 몸을 녹일 수 있게 수프를 끓였다.

조은서가 수프를 먹고 있을 때 심정희가 망설이며 물었다.

“너와 유선우 사이의 일은 어떻게 됐어?”

조은서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계속 수프를 마시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선우 씨가 이혼을 안 하겠대요. 이혼 소송을 맡아줄 사람도 당분간 찾을 수 없고 그래서 별거 신청을 했어요. 길게는 2년 정도... 그 사람이 이혼을 거부하더라고 이혼할 수 있어요.”

심정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조은서 손끝의 상처에 약을 발라 주었다. 그러면서 심정희는 코가 시큰거렸다.

당시 조은서는 음대의 전도유망한 학생이었다. 유명한 예술가들이 그녀를 스카우트하고 싶어 했고 성이 김씨인 음악 천재는 여러 번 집까지 찾아왔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곳에서 연주하다니.

조은서는 그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위로했다.

“아빠 회복하시고 오빠도 나오면 계속 공부할 거예요.”

심정희는 그제야 조금 웃었다.

“난 널 믿어. 그때쯤이면 우리 은서도 음악가가 될 거야.”

조은서도 함께 웃었다.

오랫동안 이렇게 웃어 보지 못했다. 그녀는 웃을 때 작은 덧니 두 개가 희미하게 보였고 그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방으로 돌아와 그녀는 침대에 앉았다. 바이올린을 소중하게 조심히 닦았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이벤트 회사 매니저의 전화였다. 내일 고급 프렌치 레스토랑이 오픈하는데 더 퀄리티가 높은 연주가 필요하다고 했다.

매니저가 허허 웃으며 말했다.

“바로 은서 씨가 떠올랐어요. 4시간에 100만 원이에요. 하늘에서 떨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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