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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하지만 조은서는 유선우에게 볼일이 있기에 결국 용기를 내어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남자 앞에 서서야 조은서는 그의 키가 매우 크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조은서는 겨우 그의 어깨에 닿는 수준이었고 그와 얘기를 나누려면 심지어 작은 얼굴을 치켜들어야 했다. 이윽고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제 지갑에 있는 돈, 혹시 그쪽이 넣은 거예요?”

“맞아요. 빚진 걸 조금 갚는 셈이죠.”

“하지만 당신은 저에게 미안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전 그 돈을 받을 수 없어요. 지금 바로 돌아가서 가져다줄게요.”

유선우는 아무런 말도 없이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기억을 잃었지만 조은서의 성격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남의 덕을 보기 싫어하고 남에게 빚지기 싫어했다... 그녀는 자세하게 계산하고 따지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그 돈을 원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위축된 모습을 보고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의 뒤를 따랐다.

프런트 데스크에서는 조은서가 금빛이 번쩍번쩍 눈부시게 빛나는 남자를 데리고 오자 깜짝 놀라 턱이 빠질 지경이었다.

‘하얗고 말쑥한 여자아이가 이런 장사를 하는 줄 몰랐네. 게다가 능력도 대단해. 누가 봐도 엄청난 부자인듯한데.’

‘입구에 세워진 차도 남자의 것이겠지. 몇십억은 훌쩍 넘겠는걸.’

조은서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정말 너무 노골적이다.

곧바로 그녀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조은서는 굳이 해명하지 않았고 그저 유선우에게 복도에서 기다리라고만 말했다.

“저 혼자 살고 있는 곳이니 그쪽을 데리고 들어가기에는 불편해서요.”

유선우는 알겠다는 듯 그녀에게 손짓을 해 보였고 그 모습마저도 자세가 늠름했다.

조은서의 뾰족한 귀가 조금 붉어졌다. 그녀는 줄곧 눈앞에 있는 남자는 호의를 품고 있지 않다고 여겨 다소 경계심을 가지고 그를 대했다...

여관은 오랫동안 수리를 하지 않았는데 공교롭게도 갑자기 조명이 고장 나며 불이 꺼져버렸다.

순식간에 복도 전체가 어둠에 휩싸이고 말았다...

조은서는 어둠을 무서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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