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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그녀가 옅은 파란색 죄수복으로 갈아입었기 때문이 아니었고, 화장을 안 해서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녀의 눈에는 예전의 박연희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작은 날카로움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었다.

조은혁은 그녀를 보며 말했다.

"많이 달라졌네.”

박연희는 그의 맞은편에 천천히 앉아서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몸에 붕대를 두른 창백한 모습을 보며 그녀의 입가에 한 가닥 냉소가 나타났다.

"그 박연희는 샹겐에서 이미 완전히 죽었어요... 당신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고, 당신이 하인우와 전소미 씨를 죽였어요.”

"날 증오해?"

"그래요, 증오해요!”

...

조은혁이 가볍게 피식 소리를 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가 긴 손가락에 담배를 낀 채 말했다.

"너한테 찔려 죽을 뻔했는데 상처는 어떠냐고 묻지도 않고, 밤에 많이 아프지는 않았냐고 묻지도 않고...”

박연희는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왜 죽지 않았어요?”

조은혁의 이마에 핏줄이 곤두섰다.

그는 성질이 더러웠기에 다른 사람이 이 말을 했다면 그 사람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박연희가, 평생을 함께 하고 싶은 여인이 이런 말을 했다.

그는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꺼버렸다.

조은혁은 마치 비즈니스 협상 상대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박연희, 조건 상의 좀 해볼까? 첫 번째, 당장 진술을 번복할 것. 두 번째, 적합한 각막을 찾아줄 테니 여기서 나가는 대로 이식 수술 받을 것. 내가 같이 하와이로 돌아가줄게.”

박연희가 가늘고 흰 손가락을 꽉 쥐었다.

그녀는 차갑게 되물었다.

"조은혁 씨, 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죠? 당신은 당신 손에 얼마나 많은 카드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자 사진 한 장이 그녀 앞에 놓여졌다.

그것은 하민희의 사진이다. 어린 소녀는 조은혁의 품에 안겨 있었고, 장소는 독일 모 병원의 VIP 병동이었다.

박연희는 손가락을 떨었다. 하민희가 독일로 끌려왔다.

조은혁은 차갑게 말했다.

"당연히 넌 네 생각을 고수할 수 있지. 하지만 박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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