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비서는 그를 보며 물었다.“조 대표님,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조은혁은 눈빛이 깊어졌다. 한참이 지나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가를 닦은 후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번호를 하나 입력하더니 김 비서에게 건네주면서 말했다.“이 전화를 받으면 아마 생각날 거야... 박연희가 어디로 갔는지.”김 비서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건네받았다.“엄마, 우리 지금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고 있어요!”“은혁 삼촌이 사람을 보내 우리를 데리고 놀러 왔어요!”“은혁 삼촌의 친구는 우리한테 튜브를 하나씩 사주고 내일 우리를 데리고 가서 게잡이를 한다고 했어요...”...김 비서는 감정 없이 몇 마디 대꾸했다. 전화가 끊긴 후, 그녀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간 것 같았다. 그녀는 조은혁의 성격상 그녀가 계속 얘기를 하지 않는다면 정말로 그녀의 아이를 건드릴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물었다.“조 대표님, 뭐 하자는 거예요? 아직 어린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건드리지 말아 달라고 제가 이렇게 빌게요. 어른들의 일은 아이들과 상관이 없잖아요. 제가 대표님을 오랫동안 따른 걸 봐서라도 한 번만 봐주세요... 네?”조은혁은 느릿느릿하게 손을 닦고는 당황한 김 비서의 모습을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아이들은 아주 안전해! 만약 아이들의 엄마가 계속 일을 그르친다면 나는 아이들이 무사히 내일의 태양을 볼 수 있다고 장담 못 해... 내 생각에는 볼 가능성이 아주 크지만 놀라게 하지 않을지는 모르겠어. 어린 애들은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어!”김 비서는 가볍게 눈을 깜박였다.“조 대표님, 제가...”조은혁은 태도를 확 바꾸고 손에 들린 물티슈를 던지며 비웃었다.“김진아, 만약 오늘 나를 배신한 사람이 네가 아니었다면 그 아들딸들은 진작에 바다에 던져졌어. 지금 네가 이렇게 흥정할 새도 없이 말이야!”“알잖아, 나는 곁에 있는 사람이 나를 배신하는 걸 제일 증오한다는 것을.”“네가 도운 사람이 박연희이기 때문에
장숙자가 지금 있는 돈으로 여기서 열 번이고 더 살 수 있다고 할 때 박연희는 그저 웃어 보이고는 했다. 그녀는 그래도 떠나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최대 3개월까지 지내고 이사할 예정이었다. 그래야 안전했다.한참을 바삐 돌아쳐서야 겨우 정리를 다 하자 진범이가 나가 놀겠다고 떼를 썼다. 아이를 예뻐하는 장숙자는 박연희한테 얘기했다.“제가 남아서 민희 아가씨를 보살필 테니 사모님은 진범 도련님을 데리고 나가서 놀아요! 이 나이 때쯤의 아이들은 놀기를 좋아하는 나이잖아요.”박연희가 대답했다.“저를 연희라고 부르면 됩니다. 저는 사모님도 아닌데요.”하지만 장숙자는 이렇게 말했다.“저는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게 습관 됐습니다.”박연희는 더 말하지 않고 조진범을 데리고 놀러 나갔다. 작은 별장 앞에는 오동나무가 우거진 좁은 길이 있었는데 아주 길게 뻗어있어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타고 한참을 돌아다닐 수 있었다...조진범은 장난감 차를 아주 잘 탔기에 박연희는 그저 뒤에서 따라가면서 지켜보고 있으면 됐다...거의 새해가 가까워지는 날이었지만 여기는 여전히 푸르렀고 곳곳에 햇살이 비춰들었다. 검은색 바람막이를 입고 조용한 거리를 거닐면서 그녀는 생활이 아주 평온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면서 그녀가 늘 바라왔던 좋은 날들이 드디어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조진범이 장난감 차를 타고 조금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이의 장난감 차가 비싼 검은색 캠핑카와 마주하고 있었는데 진범이 비켜주지 않고 있었다... 하여 상대방도 지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박연희는 고개를 저으며 못 말린다는 듯 웃으며 달려가서 아이를 데리고 가려는데 그 차량의 문이 열리고 차에서 익숙한 귀티 나는 인영이 내려왔다. 새하얀 셔츠에 맞춤 제작한 검은색 슈트를 입고 머리는 단정하게 뒤로 넘긴 그 사람은 조은혁이었다.그는 차에서 내려 박연희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했다... 박연희는 본능적으로 도망가고 싶었지만, 조은혁이 더 빨랐다. 그는
진범이는 아직 어려서 어떻게 어른들의 일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저 아빠와 만났다는 사실에 대해서 기쁜 마음에 해맑은 웃음을 짓고 있었고 새하얀 쌀알 같은 이빨을 몇 개 드러낸 모습은 귀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짧은 팔을 내밀어서는 조은혁의 목을 세게 끌어안고 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보고 싶었어요.”조은혁은 코끝이 찡해져서 이마를 아이에게 비비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귀여운 자식.”그는 한 손에 장난감 차를 들고 한 손에 아들을 안고는 2층짜리 작은 건물로 걸어갔고 몇 걸음 가지 않아 뒤돌아서는 박연희를 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안 갈 거야?”박연희는 나무 아래에 서 있었는데 나뭇잎 사이로 비추는 햇빛이 찬란한 금빛을 뿌려대지만, 어느 한 줄기 햇살도 그녀를 따뜻하게 하지는 못했다...만약 진범이 이 자리에 없다면 그녀는 자신이 아마도 실성해서 물을 것이다. 왜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 건지, 왜 이렇게 끝까지 쫓아오고야 마는 건지. 분명히 조은혁이 먼저 손을 놓겠다고 했으면서 왜 그는 지금 조진범을 품에 안고 7, 8명의 경호원을 데리고 와서는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지 말이다.조은혁은 아직 기다리고 있었고 박연희는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결국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물었다.“왜 내가 마음 놓고 편히 살지 못하게 하는 거예요?”조은혁의 그윽한 눈빛 속에는 그녀가 모르는 것들이 숨겨져 있었고 한참이 지나서야 그는 입을 열었다.“네가 보고 싶어서.”박연희는 스르르 눈을 감았다. 이런 말들을 그녀는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그녀는 벗어날 수 없었기에 그저 조은혁의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조금 지나 조은혁은 장난감 차를 경호원에게 맡기고 그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화기애애한 한 가족의 상봉이어야 했지만, 박연희의 뒤에는 한없이 서늘한 기운이 맴돌고 있었다.한편, 별장에서는 장숙자가 정원에서 야채를 수확하고 있었고 곁에 있는 아기침대에는 민희가 누워있었다. 그녀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박연희가 조진범
조은혁은 문을 닫고 침대에 가서 걸터앉아 진범의 볼록한 작은 배를 어루만지면서 낮게 웃었다.“이 자식이 정말 잘 먹더라. 저녁마다 이렇게 많이 먹는 거야?”박연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느긋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 조은혁은 그녀의 마음속에 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가벼운 농담을 던졌고 하인우의 아이한테도 칭찬을 건넸다.“장 씨 아주머니가 정말 아이들을 잘 돌보나 봐. 민희도 통통하게 살이 올랐네. 이제 장 씨 아주머니한테 보너스를 챙겨줘야겠어.”박연희는 여전히 말이 없었는데 이는 남자의 열정을 잠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승부욕을 불러일으켰다. 조은혁은 화장대의 의자 뒤까지 걸어가서 의자와 함께 그녀를 살며시 감싸 안고는 거울 속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나는 어디서 자?”박연희는 거울을 보다가 한참이 지나서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곁에 손님방이 하나 있어요. 거기서 묵어요.”“당신이 나를 데리고 가.”그의 얇은 입술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다정하게 속삭였지만, 그 안에는 은은한 협박이 담겨 있었다.“아니면 우리 여기서 할래? 근데 우리 소리가 너무 커서 진범이를 깨울까 봐 걱정돼. 진범이는 이제 두 살이나 됐는데 아빠랑 엄마가 안고 있는 모습을 보면 조숙할까 봐 말이야... 아무래도 사춘기가 된 다음에 내가 성교육을 하는 게 좋겠지, 안 그래?”박연희는 거울 속에서 조은혁과 눈이 마주치고는 차갑게 웃었다.“은혁 씨, 당신 지금은 정말 겉모습만 점잖고 속은 시커멓네요.”그녀는 선택권이 없었다. 복도에는 은은한 빛만 있었고 박연희는 손님방의 문을 열고 몸을 옆으로 하고 조은혁을 보며 말했다.“당신은 오늘 여기서 자요.”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조은혁에 의해 방으로 밀쳐졌다. 박연희는 벽에 기대 있었고 앞에는 뜨거운 남자의 몸이었다. 박연희는 살짝 고개를 들고 작게 말했다.“문 닫지 말아요!”그녀는 펑퍼짐한 잠옷을 입고 있었고 달빛 아래에서의 연약한 자태는 더욱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그래요?”박연희는 조은혁의 어깨에 기대 표정은 아주 담담하였다.“은혁 씨, 더 얘기하면 재미없어요. 나는 이제 잘 테니까 아직 부족하면 여기 합법적인 방식으로 돈 내고 하는 서비스가 있으니 전화해서 불러줄게요.”그는 고개를 숙여 박연희를 보았고 눈빛은 아주 그윽했는데 분명 화난 모습이었다. 박연희는 그를 상관하지 않고 자신의 잠옷을 여미고는 어두운 방을 나섰고 조은혁은 문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았다.그는 박연희가 변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예전에는 만약 그녀가 관계하기 싫으면 무조건 큰 난리를 피웠는데 지금은 모든 감정을 빼버린 채 그저 그의 기분을 맞춰서 움직이기만 한다. 그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아침이 되자 박연희는 씻고 2층에서 내려왔다. 조은혁은 지금 아들과 함께 정원에서 공놀이하고 있었고 민희는 아기침대에서 햇살을 받으며 자고 있었는데 편안한 듯 작은 팔을 뻗고 있었다...그 장면은 형용할 수 없을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었고 박연희는 조용히 보고 있었다. 곁에는 그녀가 새로 고용한 아주머니인데 마침 B 시의 사람이었고 조은혁을 보면서 칭찬이 마르지 않았다.“사모님, 전에는 사모님께서 결혼을 이렇게나 잘하신 줄은 몰랐네요. 남편분의 풍채가 대단하고 데리고 온 7, 8명의 경호원도 모두 건장하고 단단해 보이는 게 월급이 정말 높을 것 같네요!”박연희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걸렸다.“경호원이 아니라 감시자겠죠.”아주머니는 믿지 않았다.“부부 사이에 감시가 웬 말이에요! 남편분은 무조건 외국에서 치안이 좋지 않다고 여겨져서 사모님과 도련님이 걱정되어 직접 와서 보호해주시는 거예요. 제네바는 정말 안전해서 경호원이 필요 없다고 얘기하셔야겠어요.”박연희는 그녀를 힐끔 보았고 아주머니는 입을 다물었다. 박연희는 조은혁의 앞으로 가서 함께 아들을 보고 있었다. 조은혁은 그녀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조진범을 다독여주며 공을 줘서는 혼자 놀도록 하였다.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지만, 서로의 생각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박연
박연희는 그를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 메마른 목소리로 말했다.“은혁 씨, 당신 정말 독하네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진범이까지 희생시키려 들다니요! 그래요, 하긴 당신 마음속에서 진범이는 처음부터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어요. 그저 당신의 몇 초간 열정으로 생긴 결과물일 뿐이죠. 당신이 아이를 대하는 게 저기 고양이와 강아지를 대하는 거랑 무슨 차이가 있어요?”조은혁은 멀리 있는 진범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지금 공놀이를 하고 있었고 새하얀 이마에는 작은 땀방울이 맺혔다. 조은혁은 한참을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박연희에게 얘기했다.“내 아들은 원래부터 그렇게 가르쳐야 했어. 네가 진범이를 곁에 두기 좋아하니까 네가 키우라고 한 거야. 그래서 아이가 지금처럼 천진난만하게 지낼 수 있는 거고.”“그 말은 내가 당신한테 감사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에요?”“근데 당신이 진범이를 가르칠 시간이 있기는 해요? 당신은 여자를 끼고 놀 시간도 부족하잖아요!”...지금 박연희가 뱉는 말이 아주 사람을 화나게 했지만, 조은혁은 그녀와 따지지 않고 그저 그녀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앞으로 나한테 다른 사람은 없을 거야.”이 말을 박연희는 믿지 않았고 신경 쓰지도 않았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 치기인 격이니 3일 후 결국 그녀는 조은혁에 의해 강제적으로 B시에 돌아가게 되었다...박연희는 그 아주머니에게 보상의 의미로 2000만 원가량 주었다. 귀국하기 전날 밤, 박연희는 두 아이를 재우고 홀로 옷방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녀 자신뿐만 아니라 두 아이의 물건도 있어 뒤죽박죽으로 캐리어 몇 개를 채웠다.조은혁은 밖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들어와서 큰 상자 몇 개를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왜 물건이 이리 많아, 국내에서 다 살 수 있는 것들이잖아?”박연희는 여전히 작은 옷가지들을 정리하면서 덤덤하게 말했다.“아이들의 옷은 다 자주 입어서 습관이 된 것들이기에 어떻게 함부로 바꾸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많이 한꺼번에 바꾸면 돈이 얼마나 드는데, 나는 당
박연희는 조은혁에게 더 신경 쓰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새해가 다가오는 시점에 조은혁은 반드시 참석해야 할 접대 장소가 생겼다. 모두 비즈니스를 하는 중요한 파트너이니 가지 않는다면 유별나 보였다. 익숙한 얼굴도 있었는데 이지훈이었다. 전에 조은서를 좋아해서 유선우와 싸웠던 적이 있었다. 이지훈은 결혼을 한번 한 적이 있었지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두 사람의 성격 차이로 1년도 안 되어 합의로 이혼하고 지금은 솔로인 몸이다. 그는 구석진 곳에서 술을 따르며 조은혁을 훑어보고 있었다.‘귀국했구나!’이지훈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남의 일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므로 외국에 있는 박연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조은혁이 귀국했어.」 메시지를 발송한 그는 휴대폰을 던지고 조은혁과 함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평소에 조은혁은 술을 잘 마시지 않았는데 마신다고 해도 적게 마셨다. 그는 술을 많이 마실 때마다 여자를 안고 싶어 했는데 박연희에게 상처를 줄까 봐 지금은 접대 장소에 가서 아주 절제하고 있었다. 이지훈은 이걸 모르고 있었기에 웃음을 띠고 얘기를 했다.“지금 사업이 크고 잘 되니까 우리는 눈에 차지 않는 거야?”조은혁은 잔을 들어 이지훈과 잔을 부딪쳤다. 단번에 털어 넣고 이지훈은 다시 술을 따르고 두 사람은 점점 더 많이 마시게 되어 결국 둘이서 양주 두 병을 다 마셨다.사모님들이 다 전화를 걸어왔지만, 남자들은 모두 귀가하기 싫은 모습들이었다.“조 대표님,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아이고, 저도 먼저 가야겠네요! 집에 마누라가 단속이 심해요.”“조 대표님, 이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 집에 있는 사나운 살쾡이 마누라가 난리를 피우네요...”...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흩어졌고 조은혁은 진한 색의 소파에 기대 이지훈을 힐끔 쳐다보았다.“이 대표 집사람은? 상관 안 해?”“재작년에 이혼했어.”이지훈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고개를 들어 느긋하게 연기를 내뿜었다.“함께 살 수가 없어! 조 대표랑 연희 씨처럼 말이
이 일은 새벽 두 시까지 이어졌다. 조은혁은 별장에 돌아와 차에 잠시 앉아있었다. 주위는 한없이 고요했고 별장의 불은 다 꺼져 있었고 정원에 있는 조명들만이 희미하게 빛을 내고 있어 엄동설한에 아주 한산하고 쓸쓸해 보였다...한참 후, 그는 차 문을 열고 현관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은 은은한 빛만 있었고 그는 불을 켜지 않은 채 2층까지 더듬어 올라갔다. 안방에는 달빛이 부드럽게 비춰 들어왔고 박연희는 두 아이의 곁에서 단잠에 빠져있었다. 2미터가 되는 킹사이즈 침대에 여전히 그의 자리는 없었다...조은혁은 침대 곁에 서서 썰렁한 달빛을 받으며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고 정장 외투를 벗고 흰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박연희는 술 냄새에 눈을 떴다.“깼어?”조은혁의 검은 눈동자가 그녀를 보고 있었고 차가운 말투에는 한줄기의 온기도 없었다. 대답하기도 전에 조은혁은 그녀의 위로 누웠다...박연희는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의 몸 아래에 갇혀 꼼짝할 수 없었다.“은혁 씨! 당신 미쳤어요?”“그래, 나 미쳤어!”...그는 마음에 화가 있어 일부러 거칠게 그녀를 대했다. 조은혁은 평소처럼 다정하게 그녀를 쓰다듬지도 않고 이렇게 뻣뻣한 상태로 관계를 하려고 했다. 박연희는 자신이 도망갈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드물게 다정한 모습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손님방으로 가요! 그리고... 콘돔도요!”조은혁이 멈췄다. 그는 박연희를 내려다보았는데 한줄기 달빛에도 그는 그녀의 눈가가 붉어져 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 울듯 말 듯한 모습에도 그는 마음이 수그러들지 않고 그녀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왜 나를 다른 사람한테로 밀어냈어?”박연희는 대답할 기회도 없었다. 조은혁의 몸은 달아오른 철 덩어리처럼 놀랍게 뜨거웠다. 그는 박연희를 안고 옆방으로 갔는데 손님방이 아니라 그의 서재였다. 짙은 색의 나무 책상은 하나도 편하지 않고 딱딱하고 차가웠지만, 조은혁은 소중히 다루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한 번도 이렇게 거칠고 상스러운 적이 없었다. 몸을 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