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3화 나랑 잔 거 후회해?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라지고 주변이 조용해졌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밖으로 나가니 세면대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박태준이 보였다.

“당신이 왜 여기 있어?”

남자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더니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되물었다.

“나왔는데 내가 있어서 실망했어? 누가 데리러 와주길 기대했던 거야?”

신연지는 곱지 않게 그를 흘기며 대꾸했다.

“여기 여자 화장실이야. 이상한 소리하지 마.”

그녀는 다가가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었다. 요동치던 가슴은 진정되었지만 창백한 얼굴은 여전했다.

박태준은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시선을 맞추었다.

“그까짓 시계 하나 보고 멘탈이 나가버린 거야?”

신연지의 눈빛에 분노가 일렁거렸다.

“일부러 그런 거였어?”

박태준이 야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이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면 그건 그냥 평범한 장신구일 뿐이야. 나한테 일부러 그랬냐고 물어보기 전에 당신 자신한테 물어보지 그래? 아직도 나유성 잊지 못한 거냐고.”

그는 긴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힘주어 말을 이었다.

“재경의 안주인으로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신연지는 고통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 신분은 그녀에게 아무런 기쁨도 가져다주지 않았다. 오히려 속박과 괴로움만 줬을 뿐.

그녀는 남자의 손아귀를 벗어나려고 바스락거렸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신연지, 그날 나랑 잔 거 후회해?”

신연지의 입가에 진한 비웃음이 걸렸다.

“그 시계 아니었으면 당신이랑 그런 일도 없었을 거야.”

박태준은 냉소를 지으며 여자를 와락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남자의 숨결이 그녀의 피부에 뜨겁게 와닿았다.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때 내 얼굴을 알아보고 그렇게 발광을 해댔으니. 만약 그때 내가 아닌 나유성이 거기 있었더라면 당신의 처음은 고통이 아닌 쾌락이었겠지?”

“박태준, 꼭 그렇게까지 말해야 속 시원해?”

박태준은 미소를 지으며 계속해서 말했다.

“싫은 사람 옆에 있느라 많이 힘들었겠어. 이제 좋아하는 남자가 돌아왔으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나랑 이혼하고 나유성 찾아가려는 거잖아.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