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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6화 프러포즈

저녁.

고연우는 프라이빗 룸 문을 열었다. 안에 박태준만 있는 것을 보고는 궁금한 듯 물었다.

“오늘 술 마시자고 하지 않았어? 왜 혼자야?”

“할 말이 있어서 너만 불렀어.”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고 고연우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무슨 일인데?”

목이 말랐던 고연우는 먼저 술을 따라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술을 삼키기도 전에 박태준이 회색 상자 하나를 꺼냈다. 누가 봐도 반지와 같은 액세서리는 담는 상자였다.

“큽...”

급하게 술을 삼킨 고연우는 자칫 사레에 걸릴 뻔했다.

“이게 뭐야?”

박태준은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은지한테 프러포즈하려고. 이 반지 어떤지 봐주면 안 돼? 은지가 좋아할까?”

고연우는 핑크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이게 정말 예쁘다고 생각하는 건가? 태준이 안목은 진짜 언제 봐도 놀랍다니까... 이젠 어이가 없을 지경이야. 부잣집 자식들은 미적 감각도 키운다고 하지 않았나? 뭐, 시간이 있을 때 그림 전시회도 보고 그러는 거 아니야? 전시회도 어떻게 하지 못한 미적 감각이라면 구제 불능이네.’

조명 아래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핑크색 다이아몬드는 비싼 것을 제외하고 장점이 하나도 없었다. 다이아몬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핑크색 유리라고 생각할 것이고, 잘 아는 사람은 차라리 안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고연우는 처음으로 말을 직설적으로 하지 않고 약간 돌렸다.

“그건 은지 씨한테 직접 묻는 게 좋지 않을까? 당사자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

그는 도무지 신은지가 좋아할 거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가 신은지에 대한 인상으로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프러포즈 반지가 결혼반지도 아니고, 마음에 안 들면 바꿀 수 있잖아.”

박태준은 잠깐 고민하다가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이상 반지에 관해 고민하지 않았다.

“그럼 프러포즈는 또 어떻게 해야...”

그는 말하다 말고 잠깐 멈칫했다. 그러다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손을 흔들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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