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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9화 일하지 마

여자는 병원의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생김새가 미인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예쁘장한 편이었다.

“저를 기억 못 해요?”

공예지는 이곳에서 박태준과 마주칠 줄 몰랐다. 안 그래도 옷을 어떻게 돌려줄지 고민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질문을 끝낸 그녀는 괜한 말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그녀의 얼굴 상태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그날 밤 술집 주차장에서 저를 도와주셨잖아요.”

“아...”

박태준은 작게 머리만 끄덕일 뿐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원래도 생각 없이 도운 것일 뿐이었다.

“옷은 깨끗이 세탁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만난 줄 모르고 안 가져왔네요. 집 주로를 알려주면 내일 보내드릴게요.”

거물들은 낯선 사람에게 연락처를 남기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예지는 박태준이 준 옷이 무슨 브랜드인지 몰랐지만 딱 봐도 비싼 재질과 색감에 중고로 팔아도 어마어마한 값일 것으로 생각했다.

박태준은 옷 한 벌에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지만 돌려주지 않으면 그녀의 마음이 부족했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남의 것을 탐하면 안 된다는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때 박태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박태준 님!”

“그냥 버려요.”

공예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던 박태준은 또 말을 보탰다.

“보낸다고 해도 버릴 테니까 일을 귀찮게 만들지 말죠. 그날 그쪽은 유니폼을 입고 있었고, 저는 직원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규칙 때문에 나섰어요. 다른 사람이었어도 도와줬을 테니까 마음에 두지 말아요.”

박태준은 몸을 일으켜 안으로 들어갔다. 공예지는 바로 뒤에서 따라왔다. 그는 기분이 나쁜 듯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티를 내지는 않았다.

공예지는 조부모 손에서 키워졌다. 때로는 친척한테도 가 있고 오빠, 언니들도 있어서 계란 하나 먹는 것도 눈치 봐야 하는 삶을 살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예민한 성격 덕분에 그녀는 단번에 박태준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저는 여기 인턴이에요.”

그녀는 병원에서 간호사로 인턴 중이었다. 오늘 이렇게 마주친 것도 전부 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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