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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불을 끌까?

집에 올라가기 전에 신은지는 마트에 갔고, 박태준이 따라오려고 하니 깜짝선물을 준비한다며 못 오게 했다.

남자의 시선은 또 한 번 쇼핑백에 있는 그 얇은 천 조각에 꽂혔다. 오는 길에 몇 번 봤는지 모르는데, 볼 때마다 얼굴이 붉어졌다.

야한 속옷을 산 후 신비한 표정으로 마트에 들어가면서 따라오지 못하게 하니 박태준은 그녀가 뭘 사러 갔는지 나름대로 짐작이 갔다.

두 사람이 처음도 아니고 박태준이 순정남도 아니지만 이렇게 야한 건 처음이다.

박태준은 긴장한 나머지 쇼핑백의 끈을 더 꽉 잡아 머릿속에서 튀어나오는 격정적인 화면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가 망상에 빠져 있을 때, 신은지가 물건을 사 가지고 나왔다. 그녀는 박태준이 가로등 아래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무슨 생각해? 들어가자.”

제 정신이 돌아온 그는 신은지를 쳐다보다가 이내 부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고, 거의 조건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 그래.”

그녀의 차가운 손가락에 손이 닿자, 박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기 손으로 그녀의 손을 완전히 감쌌다.

“왜 이렇게 차가워?”

신은지는 그가 마음대로 잡게 내버려뒀다.

“빨리 들어가자.”

추워 죽겠다. 그녀의 재촉은 박태준의 귀에 들어온 후 자동으로 다른 메시지로 바뀌었다. 그녀가 급해하는 건 혹시...

박태준은 얼빠진 사람처럼 신은지에게 이끌려 같은 쪽 손발을 같이 내밀면서 집으로 향했고, 걷다가 시선이 저절로 쇼핑백에 쏠렸다.

신은지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은 약간 뜨거웠다. 점차 얼굴도 뜨거워지고 마지막에는 온몸이 뜨거워졌다.

“은지야, 급해하지 마...”

신은지는 걸음걸이가 좀 어색했다. 그녀는 그의 등을 떠밀며 거의 뛰어서 계단을 올라갔다.

“급해. 엄청 급해. 빨리 걸어.”

박태준은 문을 열었지만 불은 켜지 않았다. 그는 끈적끈적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목젖이 오르락내리락하더니 쉬어서 잘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지야.”

그가 손을 내밀어 안으려 할 때 신은지는 그를 확 밀어내고 화장실로 급히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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