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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이 선생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소희 양, 무슨 일로 찾아오신 겁니까? 아, 김 할머님 상태는 괜찮나요?”

이선우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김소희에게 전혀 호감도 없으므로 잡담은 필요 없었다. 그의 퉁명스러운 말투는 김소희의 화를 돋웠다, 하지만 자기 할머니를 생각하면서 분노를 꾹 참았다.

“제가 무슨 일이 있어서 찾아왔겠습니까? 제 할머니 부탁으로 감사의 인사 드리려고 들린 것뿐입니다.

회복 상태가 아주 좋아요, 그래서 저녁 식사 자리로 초대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오늘 시간 괜찮을까요?”

김소희의 억울한 입꼬리를 보면서 이선우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튀어나왔다, 꽤 귀여운데.

그는 태도를 바꾸고 대답했다.

“소희 양, 일단 할머님께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죄송하지만 제가 요즈음에는 시공도 하고 이것저것 할 게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요. 진료소 개업 준비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제가 직접 소희 양을 찾아가겠습니다.

아, 그리고 단약입니다. 할머님의 신분 상승에 도움 될 거예요.”

이선우는 단약을 건넸다, 김소희는 건네 받은 단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지금 저랑 장난해요? 고작 이 약으로 신분 상승에 도움이 된다고요? 그리고 내가 당신을 뭘 믿고 이걸 먹어요? 진짜 약인지 독약인지도 모르는데!”

“독약이요?”

이선우가 화를 내기도 전에 김소희가 자리를 뜨며 중얼거렸다.

“이선우 씨, 경고하는데. 만약 이 약 때문에 할머니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죽을 때까지 당신 따라다닐 거예요!”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이선우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

그 다음 날. 이선우와 그의 부친 이한과 함께 내부 시공을 하고 있다, 이때 진료소 앞에 벤츠 마이허브 차량이 세워졌다.

이어서 김소희가 그의 할머니인 김홍매를 부축하며 차에서 내렸다. 이선우는 일을 잠시 멈추고 문 앞에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김 할매, 어쩐 일로 찾아오셨습니까? 들어오세요.”

이선우는 김홍매를 보자마자 그녀의 신체 안에 있는 기운이 예전보다 더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의 신분 영역은 이미 마스터를 넘어 그랜드 마스터로 상승한 것이다. 부축하려 다가가자 김홍매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 은인이신 이 선생님, 부디 용서해 주세요.”

김홍매가 엎드리고 이마를 땅에 조아렸다, 이선우는 깜짝 놀라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김 할매,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얼른 일어나세요!”

옆에 있던 김소희는 김홍매의 행동에 깜짝 놀란 건 마찬가지였다, 곧이어 이선우에게 했던 경고를 다시 떠올렸다.

“대체 저희 할머니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왜 당신한테 무릎까지 꿇고 사과하냐고요! 제가 경고…!”

이때, 김홍매가 김소희의 뺨을 내려쳤다.

“입 닥치지 못해! 어서 무릎 꿇고 사죄드려.”

그녀의 화가 커지자 동시에 기운도 체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거대한 압박감에 김소희는 저절로 무릎을 꿇었다.

김소희는 그제야 자기의 할머니가 그랜드 마스터 영역에 도달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할머니, 언제부터 그랜드 마스터 영역에 올라가신 거예요?”

양성에서 그랜드 마스터 영역에 도달한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자기 할머니가 그중 한 명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설마, 어제 이선우에게서 받아 온 단약 때문이란 말인가. 곧이어 그녀의 시선이 이선우에게 향했다.

“사죄드려, 만약 이선생님의 단약이 아니었다면 난 평생 마스터 영역에서만 썩다가 죽었을 거야.”

김홍매의 한마디는 청천벽력이었다, 김소희는 재빨리 이마를 바닥에 조이며 연달아 사죄했다.

“이 선생님, 죄송합니다. 제 손녀가 실례를 범했습니다.”

김홍매가 몸을 벌벌 떨면서 다시 무릎을 꿇으려고 하자 이선우가 말렸다.

“김 할매, 몸을 떨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만하시고 들어오세요.”

이선우는 김홍매를 데리고 진료소 안으로 안내했다, 모친 전민자는 이미 두 사람을 위해 차를 준비해 두었다.

그녀는 미래에 며느리가 될 김소희를 보면서 기뻐했다. 한편, 김소희는 계속 진료소 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선우와 그의 모친이 말렸지만 김홍매가 거절했다.

“아니요, 저렇게 사죄라도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 선생님.”

김홍매는 어느 순간 이선우를 ‘이 선생님’ 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너무 과하십니다, 그래도 제 인생의 선배 아니십니까. 그냥 선우라고 불러주세요.”

“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김홍매는 이선우는 그저 능력 있는 속물이라고 생각이 들어 그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김소희에게 건넨 단약을 복용한 뒤 그랜드 마스터가 되었다는 사실에 자신의 판단이 섣불렀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단약은 일반 연구원들이 만들 수 있는 약이 아니다, 또한 돈이 있어서 살 수 있는 약은 더더욱 아니다. 귀한 약을 서슴지 않게 내어주는 이선우의 실력과 신분을 또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높은 사람임과 동시에 그는 자신의 은인이다.

“김 할매, 저는 의사에요. 사람을 구하는 일은 저의 천직이란 뜻입니다, 사실 그 단약은 저한테는 아무런 소용이 없어요. 그냥 인생의 후배가 선배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주었다고 생각하세요!”

생색조차 내지 않는 이선우의 태도에 김홍매는 더 감동하였다, 진료소로 오는 와중에도 이선우의 반응을 실험해 보고자 했지만 이미 그의 레벨은 다른 사람과 전혀 달랐다.

원래 높은 사람일수록 과장이 없고, 태도가 진중하다. 두 사람은 농담과 잡담을 섞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김홍매는 이선우의 말을 듣고 다시 ‘선우’라고 호칭을 바꾸기로 했다.

동시에 김씨 집안을 이선우에게 맡기겠다는 큰 결정을 내렸다. 김홍매의 결정에 이선우는 매우 놀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사실 저는 돈이 적은 편이 아닙니다, 김씨 집안도 전혀 관심 없고요. 저는 이 진료소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이 진료소를 영업하면서 제 부모님 곁에 남는 게 제 소원입니다. 마음만 받겠습니다, 만약 김씨 집안이 저를 필요로 하시면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

그는 돈, 명예에 전혀 매달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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