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는 이선우가 마음에 들었다.“선우 씨, 어떻게 할까요?”그녀는 두려워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황치열이 진료소를 건드는 순간 김홍매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선우의 반응이 궁금했다, 방금 전 양지은을 상대할 때도 속도가 너무 빨라 기운조차 느끼지 못했고 이선우의 정체도 종잡을 수 없었다.그녀는 이선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황치열이 김소희의 외모에 반해버렸다. 동시에 나쁜 생각이 들었다.‘와, 저 여자랑 잘 수만 있다면 소원이 없겠네.’황치열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김소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명함을 건네며 말을 꺼냈다.“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저는 이런 의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하지만 김소희는 두말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 그의 뺨을 내려치려는 순간, 손목이 붙잡혔다. 그녀는 그제야 황치열의 무술 영역을 알아챘다.“마스터 영역?”김소희는 황치열의 무술 영역에 놀랐다, 자신은 전문가 영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허허, 저는 좋은 마음에 명함까지 건네준 겁니다. 싫으면 싫다고 하시지, 왜 다짜고짜 먼저 손찌검을 하려고 하십니까. 아니면 친구 말고, 저랑 오늘같이 술이라도 마셔 주시죠. 마스터 영역의 사람을 건드리면 어떻게 되시는 지, 잘 알고 계시죠?”황치열이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양지은 모녀는 옆에서 김소희를 비웃었다.“너네 조금 전에 그 자신만만한 태도는 어디갔어? 황 교수님, 이 진료소는 저 이선우라고 하는 사람 명의예요. 거절하시면 바로 죽여도 됩니다, 아니요. 죽지 못할 만큼만 상대해 주세요, 그대로 현호 오빠한테 가서 무릎 꿇게 할 거예요.”“딸, 언제 또 이런 귀한 분이랑 친분이 생긴 거야? 역시 내 딸이야! 황교수님, 부탁드립니다.”양지은 모녀는 이선우를 극도로 증오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눈 깜짝할 새에 쓰러 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죽이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원하시는 대로 해드리겠습니다.”황치열은 김소희의 손목을 풀었다, 이어서 여유롭게 상황을 지켜보는 이선우
늙은이가 황치열의 급소를 부러뜨렸다, 양지은 모녀는 깜짝 놀랐다.“딸아, 믿을 만한 사람 맞아? 난 자신 없어, 먼저 간다!”진아름은 겁에 질려 도망쳤다, 양지은도 그녀를 따라 도망치려 했지만, 이선우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내가 보내 줄 것 같아?”“야, 이선우! 비켜!”쫙! 김소희가 양지은의 뺨을 때리자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황치열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급소를 발로 세게 찼다.“네가 나랑 같이 술 마실 급이 될 것 같아? 꺼져!”곧이어 김씨 집안의 경호원들이 다가와 인사불성이 된 양지은과 황치열 두 사람을 끌고 갔다. 늙은이가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려는 순간, 이선우가 그의 손에 단약을 쥐어 주었다. “어르신, 감사합니다.”이선우는 말을 끝내고 다시 진료소 안으로 들어갔다, 늙은이는 그 자리에서 그대로 얼어 버렸다. “양할아버지. 뭐 하세요, 얼른 드셔 보세요.”김소희는 자신의 일 마냥 기뻐했다, 이선우가 그에게 넘긴 단약은 다름 아닌 김홍매가 복용한 단약이었기 때문이다. 양구진이 무릎을 꿇었다.“이 선생님의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필요하면 꼭 말씀해 주세요. 어디 계시든 최선을 다해 돕겠습니다.”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영역 돌파에 나섰다. 15년 전, 그의 집안이 날벼락에 몰려 있을 때 김홍매가 나서서 그를 구해주었다. 그는 그녀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김씨 집안에서 일하기로 다짐했었다. 동시에 15년간 마스터 영역에서 돌파하지 못하고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몇 분 뒤, 김소희가 약방으로 향했다.“선우 씨, 감사합니다!”어느 순간 김소희는 이선우를 존경하고 있었다, 내일 아침 눈을 뜨면 김씨 집안에 그랜드 마스터가 2명이나 생기는 것이다.“별 말씀을. 아, 그리고 선우 씨라고 부르지 말고 선우 오빠라고 편하게 불러. 단약이 남으면 버려야 되는데, 아까워서 그런 거야. 하지만 아직은 너한테 줄 수 없어, 단약은 너한테 아무런 효과가 없을 거야.” 김소희는 현장에
주민재의 안색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눈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재벌 김씨 집안의 아가씨이기 때문이다. 주씨 집안이 10개라도 김씨 집안의 신분을 따라잡지 못한다. 사실, 그는 주민호의 제안대로 이선우를 건들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황치열과 양지은이 병원에 실려 오고, 주현호의 다리가 완치되기도 전에 황치열이 인사불성이 되었다. 그리고 양지은의 입에서 이선우가 범인이라는 말에 가만히 있지 못했다. 놀랍게도 그를 찾아간 곳에서 김소희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김소희는 이선우와 각별한 사이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병원살이를 하고 있는 아들의 모습이 아른거렸다.“김씨 집안의 김소희 아가씨가 아닙니까. 안녕하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옆에 계신 이선우씨가 제 아들의 다리를 부러뜨려서 말입니다, 그리고 주치의 황 교수님한테도 손찌검했습니다. 소희 아가씨께서는 끼어들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죄송합니다만 선우 오빠의 일은 곧 제 일이기도 합니다. 조금 전 말을 다시 중복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황 교수라고 하는 사람은 양 할아버지께서 처리하신 겁니다. 당장 나가세요!”김소희는 주민재의 체면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안색이 나빠지는 동시에 분노가 차올랐다.“소희 아가씨, 저는 이미 경고 했습니다. 아무리 주씨 집안이 김씨 집안 보다 못한다고 해도, 얕볼 수 있는 집안은 아닙니다! 제 동생이 부대에서 양성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백조와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마 김홍매 어르신께서 며칠 뒤에 백조의 발표가 있을 거라고 말씀 드렸을 겁니다, 정확하게 알려드리자면 저희 주씨 집안은 곧 백조의 ‘보호’ 를 받게 된다는 겁니다.”주민재는 백조의 이야기를 빌려 김소희의 참견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백조의 실력 또는 신분은 김씨 집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았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대로 김소희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곧이어 그녀의 시선은 이선우에게 향했다. 백조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위명은 자자했다, 백조가 의약 업계에서 뛰어난
이선우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 에는 적당했다. 김홍매가 뒤에서 그에게 새로운 제안을 꺼냈다.“선우야, 기간을 3일 뒤로 미루는 게 좋을 거야. 3일 뒤에 큰 회의가 열릴 거야, 양성의 각 곳의 세력과 가문이 모두 모일 예정이란다. 사람들 앞에서 주현호와 양지은의 무릎을 꿇리는 게 더 좋지 않겠어?”좋은 제안이었다, 그리고 3일 뒤면 최은영도 부대에서 돌아올 거라고 확신했다.“네, 좋은 생각입니다.”김홍매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주씨 형제를 매섭게 쳐다보며 말했다.“알아들으셨죠?”“김할머니,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선우, 우리 아들이 네 엄마한테 무릎 꿇게 할 것 같아? 꿈도 꾸지 마!” 주민재는 처음 겪는 수모에 씩씩거렸다, 곧이어 주씨 집안 사람들이 자리를 뜨고 김홍매도 자리를 떴다. 김소희는 진료소에 남아 이선우의 부모와 식사를 같이 했다. 식사하는 도중에 그녀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아저씨, 아줌마, 선우 오빠. 제 친구가 일이 생겼다고 해서 가봐야 할 것 같아요.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죄송해요!”김소희는 공손하게 인사한 뒤, 빠르게 자리를 떴다.“아들, 뭐해? 얼른 가서 도와주지 않고!”전민자가 이선우를 슬쩍 밀었다.“엄마, 소희는 김씨 집안 아가씨야. 양성에서 높은 신분의 집안이라고!”하지만 이선우는 이미 전민자에게 밖으로 밀려난 뒤였다.“얘 좀 봐, 집안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소희도 여자야. 얼른 가서 도와줘!”어느 순간부터 전민자는 김소희가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며느리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엄마, 내가 엄마 친아들 맞아? 나도 위험하다고!”이선우는 결국 남은 밥을 해치우고 빠르게 김소희를 쫓아갔다.이한이 전민자에게 주의를 주었다. “이제 다 당신 며느리 같아 보여? 내가 말했잖아, 이제 선우 결혼은 알아서 놔두라고!”전민자는 화를 냈다.“선우가 양지은이랑 주현호한테 당해서 감옥 갔던 건 까맣게 잊어버린
권승훈이 경악한 눈치였다.“네가?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왜, 저 여자들 도우려고 온 거야? 잘 생각해, 조금 전 저 사람들은 그렇다 쳐도 난 달라.”권승훈은 여전히 이선우를 무시하며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그리고 이선우가 그의 앞에 앉았다.“나한테 덤비고 싶나 본데, 네가 너무 약해서 건들고 싶지도 않아. 그리고 이 여자분들한테 사과해, 자칫하면 네 세 번째 다리랑 작별 인사 해야 할 수도 있어.”이선우의 말에 권승훈은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웃음을 터뜨렸다, 오히려 옆에 있던 제 9궁의 사람들이 욕을 하기 시작했다.“이봐, 말 가려서 해!”“감히 우리 도련님한테 그딴 말을 지껄여? 간이 배 밖으로 나온 거야?”“도련님, 저 녀석은 맞아야 정신 차려요!”그들은 이선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특히 조금 전 이선우에게 맞고 떨어져 나간 사람들은 그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이봐, 조금 전은 네가 운이 좋았을 뿐이야. 앞에 앉아 계신 분이 누군지는 제대로 알고 덤비는 거야? 저 분은 제 9궁의 도련님이라고!”“아, 그래서?”이선우는 전혀 놀라지 않는 눈치였다, 앞에 있는 사람들은 그에게 있어 개미에 불과하다. 이때, 권승훈의 안색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이어서 그가 탁자를 치자 탁자가 부서졌다.“거기, 지금 나를 무시한 거야? 그렇다면 내 실력을 보여줘야 만족하려나?”권승훈이 자세를 잡자, 임주하가 이선우에게 말을 걸었다.“저기, 소희 데리고 그만 나가세요. 저 사람은 당신이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주하야, 선우 오빠는 우리 김씨 집안의 귀인이야. 우리 할머니도 존경하는 분이야, 걱정하지 마. 선우 오빠가 다 해결해 줄 거야!”“하지만..”임주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조금 전 일은 지옥을 경험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권승훈의 실력과 그의 세력 때문에 이선우가 턱없이 나약해 보였다, 동시에 김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실을 후회했다.“주하야, 나만 믿어.”김소희는 임주하를 꼭 끌어안았다. 한
당황한 권승훈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본부의 부궁주들이 전화를 걸 정도면 저자는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능글거리는 이선우는 부궁주를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사람 같진 않았다.'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우연인가?'권승훈은 후자에 걸기로 했다. 방금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대단하신 분은 다른 사람임이 틀림없었다. 이선우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리가.상념에서 빠져나온 권승훈이 이내 태도를 돌변했다."참나, 진짜 속을 뻔했잖아, 이 새끼야. 그깟 수법으로 날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 넌 아직 한참 멀었어. 뭣들 하는 거야, 당장 저놈의 사지를 분질러 버려!"권승훈의 명령을 받은 제9궁의 제자들이 험악한 표정으로 이선우를 둘러쌌다. 그 기세에 김소희와 임주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임주하는 자신이 결정을 내릴 때라고 생각했다. 김소희와 이선우에게 피해를 줄 순 없었다."권승훈, 당신이 원하는 건 내 몸 아니었어? 당신 뜻대로 할게. 대신 저 사람들은 놔줘. 그게 내 조건이야."임주하가 수치스러움을 이겨내고 간신히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김소희는 와락 울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꼭 껴안았다."그러지 마, 주하야. 절대 안 돼! 걱정하지 마, 선우 오빠가 해결할 수 있을 테니까.""하하. 늦었어, 임주하. 너랑 김소희, 오늘 내가 다 따먹어 줄게. 그리고 이선우 넌 뒈졌어, 뭣들 하는 거야, 시작해!"권승훈의 명령이 떨어지자 열몇 명의 제자들이 한꺼번에 이선우를 향해 달려들었다.미간을 슬쩍 찌푸린 이선우가 반격을 가하려는 그때, 커다란 굉음과 함께 잔뜩 화 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멈춰, 당장 멈추지 못해!"살기를 가득 내뿜으며 권태산이 등장했다. 제자들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르는 기운을 못 이기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아버지. 여긴 왜...?"권승훈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권태산은 제 아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재빠르게 이선우의 곁으로 다가갔다. 허리를 숙이며 예를 갖추는 그의 태도는
더없이 담담한 말투이건만 그 속엔 날카로운 살기가 가득했다.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쉴 수 없었다.사색이 된 권승훈이 발악했다."아버지. 저 새끼 말 들을 필요 없어요! 저 새끼 사기꾼이에요. 당장 죽여버려요!"권승훈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이선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선우에게 닿기도 전에 권태산의 발길질에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저놈을 가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절대 풀어주지 마."제자들이 얼른 권승훈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이선우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움직이는 자는 죽는다."여전히 무미건조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서린 기운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 기세에 권태산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였다.감히 그의 말을 거스르고 권승훈에게 다가가려는 자는 없었다."이 선생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제 아들놈이 비록 막돼먹었긴 하나 결과적으론 임 대표가 무사하지 않습니까. 이 선생, 사람이 너무 극단적이면 못 써요. 안 그렇습니까?""제가 나설 수밖에 없겠군요."소파에 앉은 이선우가 가볍게 엄지를 까딱거렸더니 권승훈의 가랑이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아아악!"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룸 안에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고통을 못 이긴 권승훈은 까무러치고 말았다.'이로서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겠군.'이선우가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미리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어떤 기운의 흐름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선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이 선생,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권태산이 고함을 내질렀다. 집안에 사내 아이라곤 권승훈밖에 없었다. 고자가 되어버렸으니 권씨 집안은 씨가 말라비틀어진 거나 다름없었다."너무하다니요. 적어도 목숨은 건지지 않았습니까."이선우가 시큰둥하게 내뱉었다."당신!"말문이 턱 막힌 권태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쓰러진 권승훈을 챙기라고 제자들에게
자신을 안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이선우였다."선우 씨... 여긴 어떻게..."임주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선우가 말을 잘랐다."주하 씨, 글래시아 증후군을 앓고 계시는군요. 일단 발병하기만 하면 얼음이 온몸을 뒤덮고 심각할 때는 의식을 잃기도 하죠.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기껏해야 2개월 정도밖에 살 수 없어요.""사실 아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어요. 백 퍼센트 확신할 순 없었지만... 그런데 지금 주하 씨 증상을 보니 알겠군요. 글래시아 증후군이 확실해요."임주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선우의 진단은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확실히 그녀가 앓고 있는 병은 희귀 질환인 글래시아 증후군이 맞았다. 20여 년 동안 그녀를 고통스럽게 만든 주범이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발병 주기는 더 짧아졌다. 내로라하는 명의들, 심지어 최고의 의원으로 칭송받는 오 의원도 그녀의 병을 고치려 노력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그들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25살을 넘기지 못한다. 이제 두 달 뒤면 그녀는 25살이 된다. "주하 씨, 보시다시피 제가 의사거든요. 주하 씨가 앓고 있는 병, 제가 완벽하게 낫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어요. 한 달일 수도 있고, 석 달일 수도 있어요. 그 과정에서 주하 씨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겁니다.""하지만 저를 믿는다면, 또 얼음보다 차갑고 불보다 뜨거운 그 고통을 견딜 수 있다면 오늘 바로 첫 번째 단계 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어요."이선우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 글래시아 증후군은 그도 실제로는 처음 접하는 희귀병이었다. 의사로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선우 씨 정말로 제 병을 고칠 수 있나요?"임주하의 눈동자가 희망으로 반짝거렸다. "그럼요. 주하 씨가 잘 따라와 준다면요."이선우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믿어요, 선우 씨! 고통을 견디는 것도 자신 있고요."입술을 꾹 깨문 임주하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이미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