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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두 번째 약혼녀

더없이 담담한 말투이건만 그 속엔 날카로운 살기가 가득했다.

룸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내쉴 수 없었다.

사색이 된 권승훈이 발악했다.

"아버지. 저 새끼 말 들을 필요 없어요! 저 새끼 사기꾼이에요. 당장 죽여버려요!"

권승훈이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이선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선우에게 닿기도 전에 권태산의 발길질에 멀리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저놈을 가두거라. 내 명령 없이는 절대 풀어주지 마."

제자들이 얼른 권승훈에게 다가가려는 순간, 이선우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움직이는 자는 죽는다."

여전히 무미건조한 말투였지만 그 안에 서린 기운은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그 기세에 권태산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였다.

감히 그의 말을 거스르고 권승훈에게 다가가려는 자는 없었다.

"이 선생님, 정말 이러실 겁니까? 제 아들놈이 비록 막돼먹었긴 하나 결과적으론 임 대표가 무사하지 않습니까. 이 선생, 사람이 너무 극단적이면 못 써요. 안 그렇습니까?"

"제가 나설 수밖에 없겠군요."

소파에 앉은 이선우가 가볍게 엄지를 까딱거렸더니 권승훈의 가랑이 사이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피가 뿜어져 나왔다.

"아아악!"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룸 안에 처절하게 울려 퍼졌다. 고통을 못 이긴 권승훈은 까무러치고 말았다.

'이로서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겠군.'

이선우가 어떤 식으로 행동할지 미리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어떤 기운의 흐름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선우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이 선생,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닙니까!"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권태산이 고함을 내질렀다. 집안에 사내 아이라곤 권승훈밖에 없었다. 고자가 되어버렸으니 권씨 집안은 씨가 말라비틀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너무하다니요. 적어도 목숨은 건지지 않았습니까."

이선우가 시큰둥하게 내뱉었다.

"당신!"

말문이 턱 막힌 권태산은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

"오늘 일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쓰러진 권승훈을 챙기라고 제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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