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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방에서 기다릴게요

"지금, 둘이, 잤다는 거예요?"

최은영이 뱉는 단어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임주하는 불시에 밀려오는 한기에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함을 되찾은 그녀가 해명했다.

"은영 씨, 오해예요. 이선우 씨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은영 씨를 저버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어요. 은영 씨가 많이 다쳤다며 밤새 약을 만들다가 날이 밝아올 때 겨우 잠들었다는 뜻이었어요."

임주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선우 씨가 깨어나면 그때 다시 얘기해요. 두 분 먼저 올라가시겠어요? 요리도 거의 완성됐거든요."

임주하의 말을 듣자 최은영의 날카로운 기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들었다. 거실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잔뜩 지친 모습으로 세상모르고 자는 이선우가 보였다. 그녀의 가슴이 따끔거렸다.

"미안해요. 내가 두 사람을 오해했어요. 일단 선우 씨는 휴식이 필요할 것 같네요. 설아, 간단한 음식 좀 만들어 줄래? 선우 씨 깨지 않게 조심하고. 난 주하 씨와 단둘이 얘기를 나눠야겠어."

최은영이 반박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임주하의 앞치마를 냉큼 가로챈 이설이 주방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윽고 임주하의 팔을 다정하게 끌어쥔 최은영이 계단을 올랐다. 그 모습은 마치 자매 같았다.

곧 두 사람이 옥상에 도착했다.

"주하 씨, 앉아요. 우리는 아직 할 얘기가 남아 있잖아요."

"좋아요."

임주하는 오늘 같은 날이 조만간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선우가 그녀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기 때문이었다.

최은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방금 선우 씨의 약혼녀라고 했는데, 혹시 증표는 있나요? 지금 제가 끼고 있는 반지가 바로 그 증표거든요."

그러자 임주하도 똑같은 반지를 꺼내 보여주었다. 자세히 관찰한 최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자신이 이선우의 약혼녀가 된 사연을 공유했다.

한참 뒤 최은영이 웃음을 터뜨렸다.

"선우 씨는 복도 많지. 아직도 5명의 약혼자가 더 남았다는 거잖아요? 그래도 주하 언니한테 사실대로 말해서 다행이네요.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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