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밖에서 급히 서성거리며 성연신의 전화를 놓칠까 봐 폰을 계속 쳐다봤다. 잠시 후 돌집에 머리를 대고 마치 깡패처럼 소리를 들었다. “철수 형, 뭐 들었어요?”“그냥 들어갈까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것보다는 좋겠어요.” “맞아요, 형 우리 쪽에 사람이 더 많으니 우리가 가는 게 대표님에게 좋을수도 있어요.”다른 사람들의 말에 안철수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뭉쳐야 산다고 했다. 심지안은 여자지만 대표님을 위해 혼자 뛰어들어 갔는데 사나이로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안철수는 굳게 닫힌 돌집을 바라보며 마음먹고 움직이려 하는데 마침 휴대전화가 울렸다.“여보세요?”“나야 장학수.”“형님, 무슨 일이세요?”“심지안이 너를 찾았어?”“네, 이미 대표님에게 가셨어요. 근데 저희는 지금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몰라요. 제가 직접 들어가서 찾아야겠어요.”“그러지 말게 성연신을 방해했다가 너도 맞을 수 있어.”“성연신이 바보도 아니고 도움이 필요한다면 무조건 말했을 거야.” “어쩌면 안에서 심지안과 옛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몰라.”안철수는 믿음이 가지 않았다.“정말요? 근데 저는 대표님이 너무 걱정돼요.”“지시를 따라, 내 말이 틀림없을 거야.”‘그에게 일이 생겼다 해도 저승길을 외롭게 가지 않게 해 줄 거야.’안철수는 자신의 수염을 만지며 고민하였고 결국 장혁수의 말을 듣지 않았다. 대표님의 목숨보다 자신이 한대 맞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두 시간후 심지안은 땀에 듬뿍 젖은 채로 두 눈을 감고 성연신 품에 누워 있었다.가냘픈 몸은 껍질을 벗긴 달걀처럼 희고 부드러우며 매력적이었다.성연신은 눈동자가 다시 커졌다. 방금 그는 성욕을 풀었지만 이런 그녀를 보면서 성연신은 또 거절할 수 없었다.만약 피곤해서 잠들지 않았다면 그는 그녀가 자신을 유혹한 다는 것을 이유 삼아 그녀를 괴롭힐 수 있었다.그러나 성연신은 자고 있는 그녀를 못살게 굴고 싶지 않았다.그는 부드럽게 옷을 입혀주며 그녀가 달콤하게 자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
민채린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저는 최선을 다할 거지만 대표님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녀가 마신 독은 오장 육부에 다 퍼져서 치료하기 어렵습니다...환자가 본인이 삶의 의욕은 매우 낮으니 의사가 치료하기 어려워요.”성연신은 입구에 서서 약한 숨을 쉬고 있는 방매향을 바라보며 가슴이 아파했다. 비밀 조직에 끌려 간지 하루 만에 그녀는 죽으려고 했으니 아마 두 번 다시 잡혀갈 것을 예상하고 자결했을 것이다.성연신은 눈을 감고 말했다.“그녀를 살려줘, 부탁해.”민채린은 머리를 끄덕이었다.“최선을 다할게요.”키가 190되는 사내 안철수도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소매로 눈물을 닦으며 애원했다.“네 의술이 제일 좋은 거 알아. 예전 일은 내가 잘못했어, 사과할게, 내가 이렇게 빌게. 꼭 방매향 씨를 살려줘. 옛일은 묻어둬.”“...”민채린은 생각했다.‘이 자식 나를 뭐로 보고...’하지만 민채린은 알고 있었다. 안철수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그는 꿇는다면 꿇는 사람이었다.심지안이 깨어났을 때 옆에는 두 마리의 귀여운 큰 보더콜리가 둘러싸고 있었고 혀를 날름거리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흥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강아지들은 마치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심지안은 멍해 있다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그들의 머리를 만졌다.“원이 오레오...”“멍!”원이는 유달리 환하게 반응하였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 대한 열정은 예전과 다르지 않았다. 강아지들은 언제나 인간에게 열정적이다.심지안은 마치 격세지감인 기분이 들었고 갑자기 5년 전 선 씨 집안에 살던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맞다. 그녀는 비밀 조식 돌방에서 춘약에 중독되어 쓰러진 것이 아닌가.“엄마, 엄마”성우주는 급하게 뛰어와서 심지안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빨리 저를 따라 오세요. 할머니가 깼어요. 엄마를 보고 싶어 해요.”심지안은 놀라서 신발을 신으며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성연신이 방언니를 구해왔어?”“맞아요. 근데 할머니
방매향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무방했다. 민채린은 심지안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는 말했다.“지금 이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요.”말을 마친 그녀는 문을 닫고 나갔다.심지안은 방매향의 손을 꼭 잡고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다.“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생각보다 그렇게 고통스럽지도 않고 마음이 홀가분하네요. 전 이미 살 만큼 살았어요.”방매향이 농담조로 말하며 달래주었다.힘들었던 삶에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다.단 한 가지 예상치 못한 것은 성연신이 위험을 무릅쓰고 비밀 조직으로 와서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것이다.“그런 말 하지 마요. 괜찮아질 거예요. 채린 씨 실력 있으니까 치료해 줄 수 있을 거예요.”“치료 못 하는 거 다 알고 있어요.”산소호흡기를 쓴 방매향이 어렵게 말을 이어갔다.“전 오히려 그쪽이 걱정되는데요. 몸 잘 돌봐요. 시간 끌 수록 상황은 나빠져요.”“두통은 잔병인걸요. 휴식만 잘 하면 돼요.”“아니요. 의사 선생님 말씀이 다 맞아요. 지안 씨는 확실히 정신과 의사를 만나 봐야 해요.”심지안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정신상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을 싫어했다. 물론 시어머니인 방매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별다른 방법이 있을까.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기에 반드시 성연신을 대신해서 진실을 말해야 했다.방매향은 심지안이 강인할 것이라고, 그렇게 쉽게 무너질 사람이 아닐 것이라 굳게 믿었다.“왜요? 어머님도 제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심지안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네... 우리도 아무 이유 없이 이런 말 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사탕 발린 말을 귀담아듣지 말아요.”심지안은 잠시 당황스럽고 막막했지만 어머님께서 하시는 말을 곰곰이 곱씹었다.“알겠어요. 정신과에 꼭 가볼게요. 그럼 어머님도 채린 씨 치료에 잘 협조하겠다고 약속해 줘요. 연신 씨나 우주나 모두 어머님을 필요로 해요.”방매향이 고개를 저으며 입을 달싹였다. 무언가 말하려 한 것 같
성연신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밖이 시끌벅적하더니 송준이 사람들을 데리고 병실로 들이닥쳤다.송준의 음험한 얼굴에 득의양양한 웃음이 번졌다. 그는 옆으로 물러나 뒷사람들에게 길을 터주었다.하얀 트레이닝복을 입은 송석훈이 뒤에서부터 걸어 나오더니 거짓 웃음을 지으며 성연신을 응시했다.“초대하지도 않은 손님이 내걸 가져가는 건 무례한 행동이지.”“그러니까요. 만나고 싶으면 나한테 말 하지. 그럼 예약이라도 해줬을 텐데. 명문가 성씨 집안에서 요청하면 몰래 봐주는 거야 쉽지.”송준이 비아냥거렸다. 마치 비밀 조직에서 먼저 사람을 강제로 데려간 것은 까먹은 것처럼.성연신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한 듯 조용히 병상 곁을 지키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창밖의 아름드리나무 그림자가 창 너머로 그의 옆얼굴에 드리워져 섬뜩한 분위기를 풍기게 했다.병실 안의 다른 사람들도 기이할 정도로 조용했다.송준이 이상하게 생각하며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안을 힐끗 보았다. 시야에 심전도 모니터의 직선이 들어오자 문득 섬뜩해졌다.“아버지... 그런데 부인이 좀...”송석훈이 냉소했다.“왜, 또 죽은 척하냐?”지금이 어느 땐데 아직도 이런 수법을 쓰나. 질리지도 않나?“아뇨... 진짜 죽은 것 같은데요. 심전도 모니터에 파동이 없어요.”송준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다리가 후들거렸다.만일 방매향이 성씨 집안에서 죽은 거라면 그와 아무 관계가 없었지만, 비밀 조직에서 일이 생긴 거라면...송석훈이 멈칫하며 침대 곁으로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갔다.그는 방매향이 쥐 죽은 듯 조용히 침대 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았다. 얼굴이 파랗게 질린 채 그녀는 조금의 화난 기색 없이 목석처럼 누워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없어 방매향의 맥박을 짚어보았다.그리고 심장박동이 없음을 확인한 송석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죽은 방매향의 손을 마구 흔들었다.“죽은 척 하지 마. 안 죽은 거 아니까 일어나 빨리.”멀쩡하게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었다. 자신과 오랫동안 싸워왔
충직한 안철수가 막아서며 냉랭하게 말했다.“그쪽도 도망가면 안 되죠. 다음 차례는 그쪽이에요.”“웃기시네. 나랑은 상관없는 일이야. 죽을 사람을 내가 무슨 수로 막아?”방매향은 자유는 잃었지만 비밀 조직에 오래 있으면서 아버지께서 먹고 마시고 입는 데 대해서는 부족하게 한 적이 없었다.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그녀의 자업자득이 분명했다.“아직도 허튼소리 하네. 함부로 입 나불댄 후과가 어떤지 똑똑히 보여줄게.”“나가.”성연신이 갑자기 호통치며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노려보았다.안철수는 바로 행동을 멈추고 입을 다물었다.심지안은 성연신에게 잠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을 주기 위해 얼른 눈물을 닦고 우주의 손을 잡고 나갔다....빗줄기는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하염없이 주룩주룩 내렸다.심지안은 우주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우주는 깊은 밤이 되어서야 잠에 들었고 여전히 잠꼬대처럼 할머니를 중얼거리고 있었다.그러나 심지안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우주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왔다.빗물이 사정없이 발등 위에 떨어졌다. 심지안은 비를 피하지도 않고 그대로 맞으며 멍하니 먼 곳을 응시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모르게.잠시 후 심지안은 휴대폰을 켜 인터넷으로 사흘 뒤 정신과 의사와의 상담을 예약했다....방매향의 발인 후, 비밀 조직과 성씨 집안은 교착 상태에 빠졌고 송석훈은 그 일 이후 크게 앓고 나서는 성씨 집안을 건드리지 않았다.송준은 정식으로 비밀 조직 사업을 물려받게 되었다.“그동안 그렇게 힘들었는데 비밀 조직은 당연히 제가 물려받아야죠. 아버지께서 전에 약속하기도 했고요.”송준에게 몸을 반쯤 기댄 임시연의 눈에는 악의가 가득 숨겨져 있었다.송준이 그녀를 밀어내며 느긋하게 커피를 홀짝 마셨다.“이런 거 저한텐 안 먹혀요. 전 임신한 여자한텐 관심 없거든요.”“이제 와서 발뺌하려고요?”임시연도 화가 났다.“지난번에 당신들 맞춰주다가 고청민한테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요?”그 닭똥
송준이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어떤 건 너무 집착하지 않아도 돼요. 시연 씨는 심지안에게 복수하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성연신을 아직 포기하지 못한 거예요?”임시연이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긴장한 듯 태양혈에서 심한 박동이 느껴졌다.“포기하지 못한 거, 맞는데요? 왜 전 5년을 들여도 쟁취하지 못한 사랑을 심지안은 그렇게 쉽게 가질 수 있는 건데요?”행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것만으로도 그 삶은 원만하다고 할 수 있다.지금 곁에 있는 사람도 자신에게 잘해주고 있었다. 비록 성연신처럼 눈빛은 차가웠지만.만일 그때 심지안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모든 것은 자신의 것이었다. 어쩌면 성씨 가문의 외손녀 신분까지도...그런데 어떻게 포기하겠는가?“그만하고 석환 씨나 잘 달래요. 그럼 이후에 당신은 고귀한 왕비가 될 텐데. 문제랄게 무엇이라고.”송준은 여자의 질투심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임시연이 괜히 트집 잡아 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했다.오늘 그는 이례적으로 기분이 좋은 날이었기에 임시연의 말을 다 받아주고 있는 것이었다.“그럼 고청민은요? 절 도와서 어떻게 혼쭐이라도 내주면 안 돼요?”임시연이 마지막 한 줄기 희망을 안고 물었다.“고청민...”송준이 아래턱을 매만지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컴퓨터 화면을 임시연의 방향으로 돌렸다.“자, 고청민은 성동철에 의해 세움그룹의 주식을 뺏겼어요. 하루아침에 도련님에서부터 빈털터리가 되었는데, 이미 충분히 비참한걸요.”임시연이 시선을 컴퓨터로 돌렸고 곧이어 눈이 휘둥그레졌다.성동철은 오늘 아침 기자회견을 열어 고청민의 세움그룹에서의 모든 직책을 사임하고 주식의 대부분을 인수한다고 발표함과 동시에 심지안과의 혼약을 취소해 버렸다.보아하니 고청민이 한 짓을 성동철이 모두 알게 되었고 성동철은 그에게 완전히 실망한 것 같았다.순간 임시연은 한가지 생각이 떠올라 눈을 번뜩였다.그럼 이제 고청민에게 뒷배가 없는 것 아닌가.이제 함부로 설칠 수도 없겠는걸?심지안은 성연신
심지안은 전 과정에 매우 협조적이었다.의사가 손에 들고 있는 시계의 초침 소리에 맞춰 심지안은 점차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곧이어 의식이 혼미해졌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부름 소리에 깨어난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의사의 어둡고 복잡한 표정이었다.“저는 치료 못할 것 같아요. 저보다 실력 좋은 분께 검사 받아봐야겠어요.”심지안은 어리둥절했다했다. 그녀가 예약했던 이 여의사는 제경 심리학계에서 충분히 유명하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분마저 치료하지 못하겠다니, 그렇다면 자신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말이라는 것 아닌가.심지안은 자기 삶에 있어 정신 질환이라는 건 먼일이라고만 생각했었다.진료실에서 나오니 진유진이 얼른 와서 물었다.“의사 선생님께선 뭐래?”“치료 못하겠대. 심리연구소에 가보라는데.”심지안은 멀뚱멀뚱 앞을 보며 말없이 걸어 나갔다. 그저 묵묵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좀처럼 종잡을 수 없게.진유진이 발걸음을 멈추더니 중얼거렸다.“말도 안 돼. 이 의사도 능력이 출중한데.”전 세계 가장 유명한 심리학자들이 모여있다는 심리연구소는 제경에 위치하여 있으며 1년 내내 받는 환자의 수가 너무 적어 진료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그런 연구소를 심지안에게 추천했다는 것은 그녀의 병세가 상당히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다.진유진은 앞서가는 늘씬한 몸매의 여인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똑단발의 머릿결이 늘씬한 목선을 드러내 특이한 아우라를 풍겼다.지안이에게 정신 질환이 있다고?말도 안 돼.그녀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이 성립되지 않는 답을 마음속으로 부정했다.“나 물어볼 게 있어. 진지하게.”심지안이 문득 걸음을 멈추더니 진유진을 바라보았다.“너 문제 없어. 넌 몸도 마음도 다 건강해.”진유진이 한발 앞서 격려의 말을 건넸다.이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타격일 테니까.이에 심지안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거 말고.”심지안은 잘 알고 있다. 자신은 문제없다.그녀라도 자신을 믿어야 했다.“그럼 뭘 물어보려고?”
고청민은 몸을 돌리지도 않고 동문서답했다. 차분한 목소리에 조소가 섞여 있다.“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는데 이런 걸 묻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오늘 외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확실히 모르진 않는 눈치였다.“화난 건 알겠는데요.”심지안이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중대한 사안이에요. 확실한 증거가 없을 때 할아버지께서 청민 씨를 성씨 집안에 붙들어놓는 것도 청민 씨를 보호하는 거예요.”“증거 따위 필요 없어요. 내가 한 거니까.”고청민이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심지안과 마주 보며 한자 한자 또박또박 말했다.“제가 김민수한테 우주 데려가라고 했어요.”“이제 어쩔 건데요?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갈 거예요?”“아니면 절 성씨 가문에서 쫓아내서 아들 대신 복수할 거예요?”심지안은 그 자리에 서서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다. 충격, 슬픔, 괴로움 등 모든 감정이 복잡하게 뒤섞여 표정 관리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비록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지만 기이한 것은 심지안은 눈앞의 사람을 보면서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치 그 사람이 이럴 것이 예상안의 일인 것처럼.이미 두 번째다. 이런 느낌은.고청민이 한발 한발 다가오더니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가슴 깊은 곳의 아픔을 가까스로 참아내며.“왜요, 연신 씨랑 곧 다시 합칠 것 같아 설레요?”“청민 씨... 왜 그러는 거예요? 제가 당신과의 결혼을 번복한 것 때문에 그래요?”“그럼요?”고청민이 두 손으로 심지안의 어깨를 꽉 움켜쥐었다. 웃는 모습이 마치 자신을 비웃는 것 같기도, 심지안을 조롱하는 것 같기도 했다.“저 지안 씨 곁에서 5년을 있었어요. 5년 동안 내가 줄 수 있는 것, 주어야 할 것은 다 줬어요. 별이든 달이든 지안 씨가 말만 하면 주저하지 않고 따다 주려 했어요.”“밖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날 탐내하는데, 전 눈길 한번 안 주고 오로지 지안 씨 생각만 했어요.”“그런데 지안 씨는 혼인날 절 난감하게 했고, 온 제경의 웃음거리가 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