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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7화 허상

잠깐 멈칫하던 태준은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혹시 아름한테서 들었어요?”

‘아니’라는 대답이 아닌 반문.

그 반문을 들은 순간 시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나...”

그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시윤은 커다란 품에 꼭 안겼다.

도준이 어느새 경성에서 돌아온 거였다.

그 상황을 본 태준은 의심을 피하려고 뒤로 물러났다.

“민 사장님이 돌아왔으니, 전 가볼게요.”

“잠깐.”

도준은 갑자기 태준을 불러 세우더니 위험 가득한 목소리로 경고를 날렸다.

“공아름을 처리하지 않으면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

도준의 살기 어린 눈빛을 본 태준은 잠깐 침묵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처리할게요.”

이윽고 태준은 고개를 숙인 채 도준의 품에 안겨 있는 시윤을 바라봤다.

“윤이 씨가 많이 놀란 것 같으니 잘 위로해 줘요.”

“내 아내는 내가 알아서 위로할 테니, 공 가주님이 상관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그래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태준이 떠난 뒤 도준은 시윤을 복도 벤치에 앉히고는 허리를 숙여 바라봤다.

“놀랐지?”

“왜 이제야 왔어요?”

시윤은 고개를 숙인 채 머리로 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도준은 그런 시윤을 탓하는 대신 그녀의 머리를 제 품에 눌렀다.

“늦어서 미안해.”

도준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 담겨 있었지만 시윤의 눈앞은 이미 희미해졌다.

손을 들어 도준의 허리를 꼭 껴안은 시윤은 제 머리를 그의 몸에 기대 눈물을 훔쳤다.

복도를 오가던 사람들은 두 사람을 힐끗힐끗 바라봤지만, 도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들어 시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제 안 갈게. 앞으로 계속 옆에 있을 테니까, 이런 일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야.”

시윤은 그 말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눈물은 어느새 도준의 옷에 퍼지며 어둡게 변해갔다.

당장이라도 아름의 말이 사실인지, 그 폭발 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있었는지, 그때 저를 구해준 것도 계획이었는지 묻고 싶었지만, 시윤은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가 원하는 답이 아닐까 봐, 지금의 행복이 모두 허상일까 봐 무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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