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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09화 사랑이 뭐예요?

이름 때문인지 그날 밤 자기 전 시윤은 제 손가락으로 도준의 손가락을 살짝 걸었다.

그러자 도준은 시윤의 손에 입을 맞추며 꼭 잡았다.

“오늘은 웬일로 날 상대해 주네?”

물론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요즘 시윤이 저를 피하는 걸 콕 집어냈다.

그날 화학공장에 간 뒤로 시윤은 따져 묻지도, 그렇다고 냉전을 하지도 않았지만 도준과 벽이 생겨난 것처럼 거리를 두었다. 그걸 도준은 당연히 눈치채고 있었다.

그 말에 시윤이 눈을 내리깔았다.

“도준 씨.”

“응.”

‘혹시 나 속인 적 있어요?’

시윤의 입안에서 맴돌던 질문을 삼키고 입을 열었다.

“나 사랑해요?”

“응.”

분명 확신에 담긴 대답이었지만 시윤은 기뻐할 수 없었다.

“그럼 도준 씨한테는 사랑이 뭐예요?”

이런 질문에 도준은 지금껏 한 번도 대답한 적이 없다.

허무맹랑한 질문에 허무맹랑한 대답을 내놓는 건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감정 기복이 심한 시윤에게 대답을 주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울 것만 같아 결국 잠깐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난 자기 아니면 안 돼.”

시윤은 눈을 뜬 채 천장을 멍하니 바라봤다.

“만약 전 도준 씨 아니어도 된다고 하면요?”

말이 끝나기 바쁘게 시윤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튀어나왔다. 그도 그럴 게 도준이 갑자기 손을 꽉 잡았기 때문이다.

그때 도준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자기 아니면 안 되면 자기도 그래야 할 거야.”

시윤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긴, 도준 씨는 처음부터 이런 성격이었지.’

‘원하는 걸 못 가진 적이 없지.’

‘민씨 가문도, 백제 그룹도, 공씨 가문도, 심지어 나까지.’

육식하는 늑대에게 풀을 먹으라 하는 건 해가 서쪽에서 뜨는 것만큼 불가능한 일이다.

출산일이 가까워진 것 때문인지 시윤은 가슴이 점점 답답해 입을 꾹 다물고 어둠 속에서 눈을 감았다.

...

출산일이 마침 설날이라 전날 양현숙과 시영은 모두 빌라에 모여, 한순간 시끌벅적해졌다.

좋은 식재료를 갖고 온 양현숙은 오자마자 주방으로 향했고, 시영더러 시윤의 말동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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