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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저택에 도착하자 장숙과 집사가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모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장숙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영의 안색을 살피며 반겨주었다.

몇 달이나 지났지만 여기는 바뀐 것 하나 없었다.

그녀는 여기 있는 모든 것이 질리도록 혐오스러웠다.

유독 장숙만 제외하고.

그녀는 장숙을 향해 희미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강이한이 고개를 돌리자 그 희미한 미소마저 다시 사라져 버리고 차가움만 가득했다.

“들어와!”

유영은 말없이 그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침묵할수록 강이한의 분노는 커져만 갔다.

강이한은 소파에 털썩 앉아 담배를 꼬나물었다.

익숙한 담배 연기에 유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나랑은 말도 섞기 싫다 그거야?”

남자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파리에서 다시 만난 뒤로 그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유영은 한숨을 쉬며 그에게 말했다.

“할 얘기 있으면 변호사 통해서 해.”

“이유영!”

“우리 사이에 더 할 얘기가 남았다는 것도 난 신기해.”

“그 인간 때문이야? 나한테 이혼하자고 한 게 다 그 남자 때문이냐고?”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

주변 공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급하게 그녀를 만날 생각에 강이한은 정국진의 신분에 대해 따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

유영도 굳이 오해를 정정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 남자가 이대로 포기한다면 그건 그녀가 바라는 바였다.

남자는 벌떡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

이대로 그녀와 계속 있다가는 목을 비틀어 버릴 것 같았다.

유영이 혼자 남게 되자 장숙이 다가와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사모님, 왜 그렇게 도련님을 자극하세요. 이런다고 사모님한테 좋을 것 하나 없잖아요.”

유영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그녀에게 물었다.

“아줌마도 내가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세요?”

장숙은 입을 다물었다.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유영은 아무것도 따지지 않았다.

여전히 시댁 식구들한테 공손하게 대했고 집안일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그녀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강이한이 그만큼 소중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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