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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그녀에게서 증오를 그도 느꼈다.

하지만 이미 결단을 내린 이상 굽힐 수 없었다.

“평생 시력을 잃고 살아가게 하지 않을 거야. 일시적인 거야. 한지음 씨는 지금 당장 수술하지 않으면 가망이 없어. 이번 수술만 무사히 마치면 당신에게 적합한 기증자를 내가 꼭 찾아줄 거야….”

짝!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영은 손을 번쩍 들어 남자의 뺨을 때렸다.

일시적?

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뱉을 수 있을까?

유영은 마지막으로 남자를 힐끗 바라보고는 뒤돌아섰다.

“난 망막을 기증할 이유 없어. 못 들은 걸로 할게.”

말을 마친 그녀는 분노에 치를 떠는 남자를 남겨둔 채, 병실을 나갔다.

결국 그에게서 그 말을 듣고 말았다.

더 이상 그에게 미련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가슴이 아프고 쓰렸다.

10년을 함께해 온 정을 뿌리칠 만큼 그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꼈던 걸까?

아니면 진짜 다른 말 못할 이유가 있었을까?

유영은 스스로 질문을 던졌지만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강이한이 입을 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것들이었다.

유영은 자신이 무슨 정신으로 병원을 빠져나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핸드폰이 울려서 받으니 절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소은지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유영아.”

“은지야, 너 괜찮은 거지?”

강이한이 했던 말이 떠올라서 가슴이 철렁했다.

강이한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또라이였다. 결국 그 피해가 소은지에게까지 간 걸까?

“지금 집으로 가고 있어. 넌 집이야?”

“나도… 곧 갈 거야.”

“가는 길에 장 봐서 갈게. 내가 오늘은 맛있는 거 해줄 테니까 기대해.”

소은지는 애써 가벼운 말투로 말했지만 유영의 짐작대로라면 그녀는 아마 로펌에서 해고 통지서를 받았을 수도 있었다.

결국… 칼을 빼들었구나!

하긴, 그녀에게조차 이렇듯 잔인하게 대하는 사람이 그녀의 주변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었을 리는 없었다.

전화를 끊은 뒤, 유영은 한참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증오로 가득한 눈동자에 물기가 돌았고 투명하고 광 나던 피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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