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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예전에 그와 사이가 좋았을 때 야근하는 직원을 챙긴다고 직접 도시락을 싸서 직원들에게 돌린 적 있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기억하는 유영은 온화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근 도는 소문이 그들의 생각을 바꾸었다.

사무실로 들어간 강이한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유영과 마주 앉았다.

커피잔을 쾅 소리 나게 테이블로 내려놓은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홍문동으로 들어가. 거기가 당신 집이야.”

“나 아주 편하게 지내고 있어.”

“여자 둘이서 20평도 안 되는 좁은 오피스텔에서 비집고 사는 게 편하다고?”

남자가 차갑게 물었다.

유영도 온기 없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랬다.

소은지가 사는 오피스텔은 그의 기준에서 크지 않았다.

거실 하나 방 두 개 딸린 작은 오피스텔이었다.

물론 큰 집에서 오래 지낸 사람들이 보기에 좁은 건 맞았다.

유영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래. 당신을 만나고 내 삶의 질이 풍족해진 건 사실이야. 먹는 거 입는 거 사는 곳, 모두 최상을 누렸지.”

“하지만 좁은 욕실에서 간단히 샤워하고 옷방도 따로 없는 침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아침은 간단히 샌드위치로 때우는 이런 생활이지만 자유롭고 만족해.”

“뭐라?”

“인정해. 당신이 사는 세상에는 모든 게 완벽하고 안일했지. 하지만 한번이라도 나한테 물어본 적 있어? 지금 사는 삶에 만족하냐고?”

강이한은 침묵했다.

“당신이 사랑하는 바깥의 애인을 위해 나한테 시망막을 기증하라고 하면 내가 얼마나 아파할지는 생각해 봤어? 아니면 당신은 나를 그저 당신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거야?”

강이한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는 착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이 살아온 시간에 대해서 그녀가 자신의 입장을 얘기한 건 처음이었다.

유영이 계속해서 말했다.

“당신하고 결혼하고 세강의 며느리로 살아온 3년이 내 인생에서는 가장 비참한 경험이었어. 당신은 나한테 풍족한 물질적 삶을 줬지만 당신 옆에 있는 난 사람들의 냉대를 받아야 했고 수많은 스트레스를 견뎌야 했어.”

“난 당신이 기르는 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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