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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유영은 길게 심호흡하고 남자와 시선을 마주하며 정중하게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오로라 스튜디오의 이유영이라고 합니다. 예약하고 대표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그녀가 신분을 밝히자 남자의 깐깐한 시성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유영이 바짝 긴장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대… 대표님?”

“아는 얼굴이군요.”

유영은 뜻을 알 수 없는 그의 표정을 빤히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군요.”

그녀는 바짝 긴장한 채로 서서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앉으시죠.”

“네, 그래요.”

유영이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소파로 다가가서 앉았다.

자리에서 일어선 남자가 느긋한 걸음걸이로 다가왔다. 한눈에 봐도 190은 넘을 것 같은 훤칠한 신장에 흔들림 없는 걸음걸이는 저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보게 됐다.

소파로 다가온 남자는 우아하게 다리를 꼬고 앉았다.

유영은 준비한 포트폴리오를 남자에게 건넸다.

“이건 전에 제가 그렸던 디자인 초안인데 한번 보시겠어요?”

“내려놔요.”

존대는 하고 있지만 뭔가 명령 어투가 담긴 말투에 저도 모르게 긴장하게 됐다.

유영은 조용히 서류를 내려놓았다.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지 준비한 멘트는 떠오르지 않고 등 뒤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에게서 풍기는 강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느낌이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남자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눈동자에 유영이 흠칫했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기한은 3일입니다.”

“네?”

“15일에 동교 신도시 개발 입찰이 있습니다. 오늘은 11일이니까 늦어도 14일 전에는 디자인을 끝내주셔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유영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기회를 주겠다는 건가?

비록 일정이 빠듯했지만 이 남자에게서 디자인 업무를 따냈다는 것 자체가 좋아할만한 일이었다.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3일이면 시간이 촉박했다. 하지만 3일 안에 멋진 디자인으로 이 회사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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