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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잡힌 손목이 아파왔지만 유영은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고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거기에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가 뭐야?”

남자의 동공이 확 수축되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잖아. 난 절대 이혼에 동의하지 않을 거란 거.”

그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 뜻인즉, 알면 순순히 항복하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전에는 강이한이 조금만 강압적으로 나오면 유영은 한발 양보했는데 지금은 전과 달랐다.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

“다른 여자 눈 뜨게 해준다고 나한테 망막을 내놓으라는 남자한테 내가 왜 돌아가야 하지?”

강이한은 숨이 막혔다.

그와 한지음의 관계는 지금 시한폭탄과도 같았다.

그가 유영에게 다가가려고 할 때마다 그 관계가 발목을 잡았다.

그는 고집스러운 눈빛을 한 여자를 실망스럽게 바라보며 그녀에 대한 여론의 평판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그녀에게 기울었던 우호 여론도 현재는 한지음에게로 기울고 있었다.

“그거 알아? 전 청하시가 당신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러다가 당신 이 도시에서 살아남지 못할 거야.”

그의 보호막이 사라진다면 그녀의 처지는 더욱 가시밭길이 될 것이 분명했다.

심지어 소은지에게도 피해가 갈 수 있었다.

유영이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청하시에 미련이 남은 건 없으니까.”

그녀가 청하시에 자리를 잡고 살았던 이유는 강이한 때문이었다.

지금 이 도시에 계속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유도 이혼 문제를 깨끗하게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들이 정말로 갈라서게 될 날이 온다면 이 도시는 그녀에게 아무런 연관이 없었다. 어딜 가든 이곳보다는 나을 테니까.

물론 한지음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전에는 이곳을 떠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좋아하는 남자를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그녀의 용기는 가상하지만 다른 사람을 짓밟으면서까지 올라가려 하는 건 괘씸했다.

강이한이 얘기했던 것처럼 여론은 지금 폭풍의 소용돌이였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온 소은지는 문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택배를 보고 유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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