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9화

아침부터 유영을 강성건설로 보낸 이유도 여기 있었다.

디자인에 참여한 사람만 알 수 있는 문제라 유영이 가는 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저는 회의하고 올 테니까 유영 씨는 좀 쉬고 있어요.”

유영은 긴장이 확 풀리자 지친 기색이 확 드러났다.

“알겠어요.”

그 시각, 강이한은 사무실에서 온갖 짜증을 부리고 있었다.

세강의 디자인 팀은 업계 최고 엘리트들만 모아놨다고 평가 받고 있는데 그런 그들마저 오너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었다.

강이한은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드는 디자인 구상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조형욱이 더 충격적인 소식을 들고 사무실을 찾았다.

“사모님은 스튜디오에 취직한 게 아니라 스스로 스튜디오를 창설하셨더라고요.”

강이한의 두 눈이 서슬퍼렇게 빛났다.

그가 너무 아내를 얕잡아보았던 걸까?

“그럼 모든 회사에 공개 입장을 보내서 그쪽 스튜디오에 일감을 주지 말라고 해.”

언제까지 버티나 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최근 보여준 그녀의 행보를 생각하면 지금도 짜증과 분노가 치밀었다.

그의 가족들에 대한 태도도 그렇고 집에서 나간 뒤로 그와 완전히 선을 긋겠다는 그 당돌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이토록 허무했었나?

그는 한 번도 자신과 유영 사이에 이토록 깊은 감정의 곬이 생길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다른 회사는 괜찮은데 강성건설 쪽은 그런 협박이 먹히지 않을 것 같네요.”

조형욱이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표명했다.

박연준!

강이한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학교 때부터 그의 최대의 라이벌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오너가 된 시기도 비슷하고 두 회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물밑 경쟁을 치러왔다.

동교 신도시 프로젝트의 입찰에 참여한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이번에도 사실 상 세강과 강성의 경쟁이었다.

그리고 그의 아내인 유영이 박연준과 손을 잡는다면 여론이 또 어떻게 떠들어댈지 훤히 보였다.

강이한은 지친 듯, 눈을 감았다.

그의 주변으로 섬뜩한 살기가 요동치고 있었다.

“박연준 쪽은 일단 신경 쓰지 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