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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화

유영에게 거절당한 강이한은 더욱 짜증이 치밀었다. 전문 디자이너들이 설계한 방안도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 비서.”

“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

조형욱이 물었다.

커피숍을 떠난 뒤, 그는 목적 없이 시내를 돌고 있었다.

매번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면 강이한의 저기압도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다.

운전기사나 조형욱은 빨리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고 퇴근하고 싶었다.

계속 이러다가 주변 사람들이 더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질 것 같았다.

“병원으로 가지.”

한참이 지난 뒤에야 남자가 말을 꺼냈다.

하지만 조형욱이나 운전기사의 얼굴 표정은 예상했던 것처럼 편하지 않았다.

매번 병원에 다녀온 뒤로 강이한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오늘도 평소와 다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병원에 도착하자 조형욱은 강이한을 따라 병실로 올라갔다.

한지음은 머리에 붕대를 감은 채로 멍하니 침대에 앉아 있었다. 파리하게 질린 얼굴과 넋을 잃은 것 같은 표정은 보는 사람의 보호 욕구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왔어요?”

그녀가 다정한 목소리로 강이한을 불렀다.

누구와는 다르게 듣고 있어도 기분이 편안해지는 목소리였다.

강이한이 잠깐 넋을 놓고 바라만 보고 있자 한지음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에는 제가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서 주제넘은 말을 했던 것 같아요. 본인이 끝까지 사과를 거부한다면 그렇게 하라고 해요. 강요하고 싶지 않아요.”

유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강이한 입장에서는 과분한 요구가 아니었기에 당연히 사과를 받고 싶다는 그녀의 요구를 받아들였는데 유영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피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사과는 고사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꼴이라니!

잘못을 했으면서도 뻔뻔하게 자신을 떠나려는 모습에 강이한도 화가 많이 났었다.

그런데 한지음이 사과는 됐다고 하니 오히려 그녀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과 죄책감이 더 커졌다.

“지음아.”

강이한이 긴 한숨을 쉬며 그녀를 불렀다.

전보다는 다정한 목소리에 한지음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흰 붕대가 눈을 가리고 있어 눈빛을 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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