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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화

“타.”

차가운 목소리가 유영의 잡념을 깨웠다.

그녀는 차 앞으로 다가가서 썼다.

그녀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남자의 비꼬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벌써 며칠 째 이 난리를 피우는 거야? 아직도 포기 못하겠어?”

이 남자는 시비를 걸러 온 게 분명했다.

유영의 실력이 마냥 형편없었더라면 컨택을 받지도 못했을 텐데도 그는 당연히 그녀가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유영은 숨을 가다듬고 차갑게 말했다.

“난 쉽게 포기란 거 안 해. 물론 포기하면 다시 뒤돌아보는 법도 없지.”

그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었다.

요즘 여론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그녀와 강이한의 상황을 다루었다.

옛날에는 그에 관한 기사라면 하나도 빠짐없이 찾아보았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여론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든, 그녀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만 착실히 하고 싶었다.

그녀에게 지금 중요한 건 자신에 대한 외부 평가가 아닌, 강성건설과의 계약 체결이었다.

그녀의 쌀쌀맞은 태도에 남자의 얼굴이 구겨졌다.

“타.”

“나 오늘 많이 바빠.”

“아직도 모르겠어? 박연준은 처음부터 당신이 설계한 그 쓰레기를 채택할 생각이 없었던 거야!”

유영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쓰레기를 쳐다보는 듯한 싸늘함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와 오랜 시간 함께 보냈지만 그가 이렇게까지 직설적으로 그녀를 폄하한 건 처음이었다.

변한 건 그녀뿐이 아니었다.

강이한 역시 변했다.

“당신은 물론 그렇게 생각하겠지만 적어도 박 대표님은 수정할 기회라도 주셨어.”

그랬다.

중요한 건 기회를 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강이한은 예전에도 그녀에게 출근하지 말라고만 했지 한 번도 그녀의 실력을 제대로 알아준 적도, 실력을 증명할 기회를 준 적도 없었다.

디자이너로서 까다로운 업계의 평가는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맹목적으로 자신을 깔아뭉개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

유영은 서서히 굳어가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내 디자인 실력이 쓰레기 수준이라는 걸 일부러 알려주려고 온 거라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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