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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잠시 후, 유영은 다시 대표사무실을 찾았다.

그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섰다. 남자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았기에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전에 강이한이 직원들에게 화를 내는 모습을 많이 봤기에 그런 기분을 충분히 이해했다.

물론 박 대표와는 직장 상사와 직원으로 만난 건 아니지만 첫 거래부터 퇴짜를 놓으면 많이 속상할 것 같았다.

남자는 긴 손가락으로 설계 도안을 한페이지씩 넘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유영의 숨결도 같이 거칠어졌다.

역시 안 되는 건가?

그런데 한참 도면을 뜯어보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잘 그려줬네요. 아마 어제 내가 이유영 씨를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군요.”

“저… 정말요?”

그 말을 들은 순간 가슴에서 큰 돌덩이 하나를 내려놓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의 말을 들어보면 어제 자신이 그에게 남긴 첫인상이 영 별로였다는 얘기로 들렸다.

“밤새 고민을 많이 한 티가 나요. 하지만 일부 디테일한 부분은 수정이 필요하겠네요.”

“말씀해 주신대로 수정할게요!”

유영은 희망적인 박연준의 답변에 다급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남자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대체적으로 서늘한 분위기를 주는 인상이지만 그 잘생김은 어딜 가지 않았다. 그는 꽤 미남형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다.

유영은 부담스러운 시선에 고개를 숙이고 그가 지적했던 부분을 메모에 적기 시작했다.

너무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 오히려 박연준이 지적하기 미안해질 정도였다.

남자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도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신속히 수정해야 할 부분을 빨간색 펜으로 체크한 뒤, 그녀에게 건넸다.

“여기 체크한 부분이 좀 별로네요. 전반적인 느낌은 나쁘지 않은데 디테일한 부분에서 점수를 깎아먹는 느낌이에요.”

유영은 도면을 받아 다시 살폈다.

박연준은 아주 객관적인 입장에서 그녀가 놓쳤던 디테일을 하나하나 지적해냈다.

‘역시 큰일을 하는 사람은 다르구나.’

“어떤 식으로 수정해야 할지도 알려줘야 하는 건 아니죠?”

“네, 그럴 필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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