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분 뒤 서재에서, 이유영은 정국진 맞은편에 앉았고 손에는 물 한 컵을 들고 있었다.아무리 이유영이 애써 평온한 척을 유지하려 했지만, 정국진은 이유영 미간에 드리운 근심스러운 기색을 한눈에 알아봤다.“얘기 안 해줄 거야?”“외삼촌.”“응?”“외삼촌은 그런 느낌 안 받았어요? 요새 외삼촌도 그렇고 다 너무 이상해졌어요…”자세히 따지고 보면 강이한이 청하시의 감옥에서 나온 후부터 그랬던 것 같다.외삼촌이나 박연준이나 다 지금 조금 이상해졌다.전에 여기 서재에서 봤던 사진은 지금, 마치 가시가 되어 이유영의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만 같았다.전에 박연준이 아무리 이유영한테 잘해줬다고 해도 지금 이 시각 이유영의 마음속에는 수많은 물음표로 가득 찼다.“유영아. 지금은 네 얘기를 하고 있잖아.”정국진은 조금 엄숙해진 말투로 말했다.그의 엄숙함은 이유영의 가슴을 답답하게 했다.이유영이 입을 열기 전에 정국진이 마저 얘기를 이어갔다.“네가 이러면 네 외숙모가 널 많이 걱정해.”“알아요.”이유영은 잘 알고 있다.하지만 갑자기 며칠 사이에 잔잔함을 회복했던 그녀의 삶은 이미 큰 돌멩이 하나 때문에 파도가 수천 겹 일어났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이유영은 숨이 막힐 것 같았다.이유영을 바라보는 정국진의 눈 속에는 심각함이 더해졌다.“유영아, 내가 알아본 데 의하면 청하시 일에 수상한 점들이 있어.”“그게 무슨 말이에요?”“너랑 강이한 사이의 모순이 무엇 때문에 일어났는지 아직 기억나?”정국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이유영은 마음이 순간 철컹 이었다.‘나랑 강이한 사이의 모순?’모순, 이 두 글자는 끊임없이 이유영의 머릿속에서 맴돌아 쳤다. 틀림이 없는 건… 그건 그녀가 일생 제일 마주하고 싶지 않은 아픔이었다.십 년,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과 함께한 십 년, 아무리 내려놓은 지 몇 년이 되었다고 해도 가슴속 제일 깊은 곳의 상처는 그렇게 쉽게 아물 리가 없었다.평소에 얘기를 꺼내지 않으면 그저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하지
‘맞다! 한지음!’그전에는 진영숙 때문이든 강서희 때문이든, 무슨 일이 일어나도 결국 마지막에는 강이한이 이유영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이한은 여전히 부드럽게 이유영을 달래주었다.하지만 한지음이이 나타난 후 모든 것이 다 변했다.한지음의 출현은 그들의 모순을 철저하게 격화시켰다. 이유영과 강이한은 서로 할 말이 없어졌고 그들 사이에는 쌀쌀한 기운만 남았다.마치 꽁꽁 얼어붙은 설산이 된 것처럼 전혀 녹일 수 있는 구석이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정국진은 이유영의 한지음 때문이라는 말을 듣자, 그의 눈 밑에는 그윽함과 예리함이 반짝이었다.“그래, 맞아!”“네? 뭐가 맞아요?”이유영은 감정을 추스르고 이해가 안 가는 표정을 하고 정국진을 바라보았다.정국진이 최근 2년 자기한테 그 어느 때보다 더 정성을 들인다는 걸 이유영도 발견했다.이유영한테 일어나는 아주 작은 일이라 할 지라도 정국진을 그저 스쳐 지나가지 않았다.그의 이런 과도한 관심은 이유영에게 조금 부담이 되었지만, 이유영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외삼촌의 힘이 빡 들어간 얼굴은 이유영을 바라보는 이 순간, 더욱 심각해졌다. 정국진이 말했다.“유영아 너랑 강이한 사이 그 일…”정국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말을 멈추었다.그리고 깊게 한숨을 들이키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한지음이 강이한 곁에 간 게 아마도 계획하고 꾸민 일 같아.”이유영은 말이 없었다.‘계획!?’정국진이 이 말을 할 때 이유영의 눈에는 전례 없는 태연함이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아요!”“너 알고 있었어?”“네. 한지음은 한지석을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간 거예요!”이유영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예전에 한지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았을 때, 그 누구도 이유영의 마음속의 슬픔에 대해 알 수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아버지는 존중받아 마땅한 사람이었다.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신 몇 년 뒤에야 그제야 아버지 죽음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 그런 아픔… 그건 이유영이 평
이날 밤, 이유영은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이튿날 아침 이유영은 일어나서 마음을 잘 정리했다. 정국진이 말한 것처럼 임소미는 엄청 민감한 사람이었다.근 2년 동안, 임소미는 항상 이유영한테 엄청 신경을 많이 썼다. 해서 이유영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임소미는 항상 눈치 빠르게 잘 알아챘다.그리고 이유영도 외숙모가 자기 때문에 힘들어하는 걸 원치는 않았다.아침 식사 시간, 식탁 위에서 이유영은 자기 앞에 놓인 우유를 들어 한 모금 마셨다.“어때?”“온도가 딱 맞아요.”“그리고 이것도 먹어봐.”임소미는 과일잼을 바른 토스트를 이유영에게 건넸다.이유영은 종래로 이런 외국식 조식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숙모 때문에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죽은 맛이 아주 담백했다.임소미는 열심히 아침을 먹고 있는 이유영을 보고 어제 일이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놓았다.“점심때쯤에 우지가 너한테 약을 갖다줄 거야.”“외숙모, 기실 제 몸 다 나았어요.”“바보 같은 말만 하네. 네가 나았는지 아닌지 내가 모를까?”임소미는 책망의 말투로 말했다.이유영은 말문이 막혔다.‘내가 나았는지 아닌지 나 자신이 모를까?;하지만 외숙모의 자기에 대한 고도의 긴장과 관심에 대해 이유영은 차마 뭐라고 반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알겠어요!”하지만 그 약은… 정말로 너무 썼다.그래서 지금 이유영은 약을 보기만 하면, 심지어 우지와 우현을 보기만 해도 마음이 바짝 긴장해 났다.하필, 이 두 사람은 매번 외숙모의 말을 황제의 명령처럼 받들어 번마다 이유영이 약을 다 마시는 걸 보고서야 떠났다.아침을 다 먹고 이유영은 회사로 갔다.차 안의 이유영 얼굴에는 백산 별장에 있을 때의 그런 홀가분한 기색은 사라지고 온통 엄숙한 기색들로 가득했다.“루이스!”“네!”“소은지에 대해 정말 아무 소식도 없어요?”소은지에 관해 물어볼 때 이유영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긴장해졌다.근 2년 동안, 이유영은 정말 소은지의 소식에 대해 일도 알
“그래.”전화 반대편에서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응했다.그리고 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한이 사진을 보내왔다.이유영은 핸드폰을 루이스에게 건네며 말했다.“이 사진을 한번 감정해 주세요!”‘그렇지. 진짜인지 가짜인지 감정해 보면 알겠네.’루이스는 이유영의 핸드폰을 건네받아 힐끔 한번 보았다. 한 번이었지만 남자인 루이스도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동공이 축소되고 심장이 바짝 쪼여왔다.너무 잔인했다.“이건?”“설명하기 어려워.”소은지라고 말하기에는 이유영은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이유영은 소은지가 정말 이런 처지에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차라리 이 사진이 가짜이기를 바랐다.하지만 정국진 곁에 오랜 시간 있었던 루이스한테는 이런 사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루이스는 입을 열었다.“이 사진은 진짜입니다.”이유영은 깜짝 놀랐다.‘진짜라고?’이유영이 말을 하기 전에 루이스는 엄숙한 말투로 계속 말을 이었다.“사진을 보아하니 찍은 지 얼마 안 된 사진인 것 같습니다.”“그런 것도 알아볼 수 있어요?”“그래도 믿음이 안 가시면 제가 전문적인 곳에 감정을 맡기겠습니다.”“그렇게 해주세요!”이유영은 가슴이 턱턱 막혔다.이유영은 비록 루이스를 항상 믿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루이스가 그렇게까지 말했다고 해도 여전히 요행을 품고 있었다.이번만큼은 진짜가 아니길 빌고 또 빌었다.그리고 루이스가 조금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를 바랐다.만약 진짜라면… 소은지 지금의 상황은 도대체 어떤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이유영은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알겠습니다.”온 오전 이유영은 넋이 나가 있었다.회의 진행 중에 조민정은 이유영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을 보고 그녀가 회의가 끝나고 처리할 수 있게 열심히 회의 내용을 기록했다.하지만 이유영은 사무실에서도 좀처럼 주의력을 집중시킬 수 없었다.소은지가 이유영에게 어떤 존재인지 그 누구도
비록 눈이 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력에 엄청난 손상을 입혔다.이것 때문에 이유영이 회사로 복귀하기 전, 외삼촌은 회사의 모든 등을 다 눈에 자극을 적게 주는 어두운 빛으로 바꾸게 했다.회사뿐만 아니라 백산 별장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래도 이유영은 대다수 시간에 빛을 가리는 안경을 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이유영은 자주 운전할 수 없었다. 특히 저녁에는 더했다.왜냐하면 저녁에는 잘 안 보이기 때문이다.“설마 제가 안경을 썼나 안 썼나 감시하러 오신 건 아니죠?”이유영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소군리를 바라보았다.“당연히 아니죠. 저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에요. 그리고 유영 씨 곁에 사람이 그렇게 많은 데 제가 신경 쓸 필요는 없죠.”이건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지금 이유영 곁에는 일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챙겨주는 사람도 전문적인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다.조금이라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다른 건 몰라도 임소미의 잔소리는 이유영을 머리 터지게 할 것이다.“제가 성형 수술을 잘하는, 의술이 아주 뛰어난 의사를 한 분 아는데 유영 씨한테 추천해 드릴까요?”이유영은 말이 없었다.“피부 회복 분야에서 성공한 사례가 아주 많은 분이세요.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피부 회복이라, 이유영 몸에는 확실히 아직 손 봐야 할 흉터들이 많았다.이 흉터들의 회복 가능성이 아주 높은 건 다 눈앞의 소군리 선생님의 치료 덕분이었다.하지만 이분은 외과 전공이었다. 당시에 피부 회복 이런 정형외과 쪽에는 더 나은 선생님이 안 계셔서 바로 수술을 하지는 않았다.지금 소군리가 추천한 사람은 의술 면에서는 당연히 믿음직스러웠다.하지만 이유영은 답했다.“괜찮아요!”“쯧, 설마 유영 씨 정말 이런 화상투성이인 몸으로 박 대표님께 시집가려는 건 아니겠죠?”“…”“유영 씨는 그 흉터들로 자신에게 청하시에서 입은 상처들을 기억하게 하려는 거예요? 아니면 박 대표님더러 기억하게 하려는 거예요?”소군리의 직설적인 말에 이유영은 마음이 철컹 내려앉는 것 같았다.‘내가 입은 상처
사람들의 생각이 그랬지만 이유영의 생각은?박연준 본인의 생각은?“너무 오지랖이 넓으시네요!”이유영은 상냥하지 않은 말투로 소군리에게 말했다.“저는 지금 오지랖을 부리는 게 아니라 유영 씨를 걱정하는 거예요!”소군리의 말투는 전례 없는 엄숙한 말투였다.이유영은 그저 침묵을 지켰다.이유영은 이런 말에 뭐라 답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소군리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강이한이 나타날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지금 상황이 조금 복잡해졌지만, 유영 씨 마음속에는 저울을 지녀야 해요.”뭐는 할 수 있고 뭐는 할 수 없는지를 가늠하는 그런 저울.소군리의 귀띔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마음이 철컹하였다. 이유영은 그제야 강이한의 출현, 소은지 사건의 연루, 그리고 외삼촌과 박연준 사이의 이상한 변화, 이 모든 것들로 하여 자기가 도대체 어떤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정확히 감을 잡았다.소군리가 떠나자, 루이스가 돌아왔다.얼굴색이 안 좋은 루이스를 보고 이유영은 그가 아무 말하지 않아도 대충 일의 결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진짜예요?”비록 대충 짐작은 했지만, 이유영은 그래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었다.“네! 합성이 아닙니다.”이유영은 제자리에 굳어버렸다.원래 얼굴색이 안 좋은 이유영은 루이스의 말을 듣고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이건 이유영에게 어마어마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었다.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소은지, 강이한! 이 두 이름은 지금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런 연결은 이유영과 박연준 사이를 부단히 갈라놓고 있다.이유영은 깊게 한숨을 들이쉬고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래도 눈 밑에 드리운 복잡한 심경을 감출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이유영은 다시 눈을 떴다.“루이스.”“네.”“정말 방법이 없나요?”소은지의 소식에 관해 물은 것이었다.‘강이한 쪽은 이렇게 쉽게 은지 소식을 얻었는데 정말 우리 쪽에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걸까?’루이스는 이유영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두 가지 가능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다.우지가 가져온 시커먼 약을 보고 이유영은 저도 모르게 온몸 신경이 다 팽팽해졌다. 아주 쓴 맛이었다.“아가씨.”우지는 약을 이유영에게 건네주었다.“안 먹으면 안 돼요?”이유영이 아무리 견강한 사람이라도 해도 이 시각 오랫동안 먹은 쓰디쓴 약을 보고 내적 거부를 참을 수 없었다.우지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안색을 하고 말했다.“사모님께서 아가씨 몸의 흉터들 다 없어지는 날까지 이 약들은 반드시 드셔야 한다고 하셨습니다.”“흉터들과 상관이 있어요?”“네, 당연합니다. 사모님께서 걱정이 많으십니다.”“...”“매번 아가씨 몸의 흉터들을 볼 때마다 사모님께서는 몰래 눈물을 흘리십니다.”마치 그 상처들은 자기 몸에 난처럼 임소미는 슬퍼했다.2년 전 이유영이 돌아왔을 때, 임소미는 한동안 감정을 이기지 못했다. 매번 이유영이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마다 임소미는 아주 슬프게 울었다.지금 이유영은 샤워할 때마다 임소미를 피해 다녀서 임소미는 흉터들을 본 차수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임소미는 여전히 그녀의 흉터들을 관심하고 있었다.외숙모가 자기를 걱정하고 관심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우지의 입에서 외숙모가 눈물도 흘린다고 들으니, 이유영도 따라서 마음이 아팠다.“고마워요. 우지 씨.”“사모님은 아가씨가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랍니다.”우지는 말을 보충했다.이유영은 가슴이 조여왔다.눈이 그윽해진 그녀는 우지가 마저 말을 하기도 전에 약을 받아 고개를 들며 한꺼번에 다 먹었다. 여전히… 아주 썼다!하지만 지금 입보다 더 쓴 것은 그녀의 마음이었다. 입안의 그 쓴맛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이번에는 손쉽게 약을 다 먹은 이유영을 보고 우지도 한시름 놓았다.“먼저 돌아가세요.”이유영은 약그릇을 다시 우지에게 돌려주었다.우지는 그릇을 건네받고 고개를 끄덕이었다.우지가 떠난 후 사무실에는 이유영 혼자만 남았다. 그녀의 미간에는 진한 심중함이 스쳤다.‘지잉’ 핸드폰이 진동했다.전화번호를 보는 순간 이
그래서 이유영은 박연준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안 만나주면 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점심 식사 시간, 음식은 여전히 박연준이 갖고 온 것이었고 다 이유영이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하지만 오늘따라 이유영이 무미건조하게 먹는 걸 박연준은 알아차렸다.“왜요? 음식이 입에 안 맞아요?”“아니에요.”“그럼 무슨 일이에요?”박연준은 이유영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회사에 문제가 조금 생겼어요. 그 일 생각하고 있었어요. 죄송해요.”이유영의 말이 끝나자, 박연준은 얼굴빛이 심각해졌다.“최근 로열 글로벌에서 연속 여러 개의 큰 프로젝트를 따냈다면서요. 참 수고 많았어요. 근데 유영 씨 그래도 쉬어가면서 일 해요.”이유영이 로열 글로벌 본사에 돌아온 이후부터 그녀는 프로젝트마다 다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한다는 걸 박연준도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녀의 노력은 짧은 2년 동안에 회사 전체 직원들의 인정을 받았다.심지어 이유영 곁에 있는 사람들도 다 느꼈다.이유영은 고의로 자기를 이렇게 바쁘게 만들었다. 사람이 바빠지면 잡생각 할 시간조차 없었다. 지금의 이유영이 바로 그렇다.“알겠어요.”이유영은 덤덤한 말투로 답했다.박연준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한숨을 쉬어요?”“난 지금 엄청 심각한 문제를 생각하고 있어요.”“무슨 문제를 생각하는데요?”갑자기 엄숙해진 박연준을 보고 이유영도 덩달아 마음이 조여들었다.두 사람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박연준의 눈은 한없이 그윽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도대체 유영 씨가 언제쯤 한번 주동적으로 저한테 찾아와 줄지 생각 중이었어요.”‘주동적으로 박연준을 찾아간다고?’이 말을 들은 이유영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제야 생각이 났다… 이 2년 동안 이유영은 정말 쉴 새 없이 바삐 돌아쳤다. 이유영이 바쁜 이유로 매번 박연준이 그녀를 찾으러 왔었다.그리고 바쁜 나머지 그녀는 심지어 박연준의 사무실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저는…”